노란 손수건 - 초판본 출간 30주년, 200쇄 발행 기념 특별 소장본
오천석 엮음 / 샘터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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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표지와 본문 디자인이 참 따뜻하고 아름답다. 광택이 도는 미색의 바탕에 그려진 나뭇가지와 거기에 매달려 있는 노란 손수건은 가만히 보고있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본문 역시 질 좋은 종이에 따뜻한 색감의 그림들이 어우러져 책장을 넘기는 손길과 읽어나가는 눈길이 함께 즐거워진다. 

포장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내용 역시 따뜻하고 아름답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작고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위대한 용기와 흔치않은 끈기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며, 병마에 쓰려져 가면서도 주변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잃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작은 일에 좌절하고, 주변을 원망하며, 나태와 권태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던 나는 이 책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삶의 원기를 되찾았다.

특히, 신문에 사망기사만 맡아 쓰는 기자의 이야기를 담은 '죽음의 예술가' 편과 백혈병으로 죽어가면서 스스로 안구기증을 원했던 열 살 짜리 꼬마의 이야기를 다룬 '제니스가 남긴 것' 편이 기억에 남는다.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훗날 내가 죽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한 줄짜리 단신으로 기억할까, 아니면 두고두고 곱씹고 싶은 아름다운 한 편의 에세이로 기억할까...? 죽음은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임에 틀림없지만, "내 삶은 죽음이 연장해주고 있다."는 주인공의 말은 나에게도 해당된다.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은 아름답게 잘 죽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니까... 그리고 나의 죽음이 단순한 소멸로 끝나지 않고, 누군가에게 삶의 희망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한 기쁨과 보람은 없겠지...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맘속의 선한 본성을 일깨우려 노력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 적힌 "당신이 행한 아름다운 일은 당신에게 돌아옵니다."라는 글귀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일'이 꼭 타인을 위한 것일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의 기본일 터... 이 책은 그 기본을 잃지 않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랑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다.

(서평단 선정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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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손수건 - 초판본 출간 30주년, 200쇄 발행 기념 특별 소장본
오천석 엮음 / 샘터사 / 2007년 1월
절판


"사랑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사람의 사랑만으로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사람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123쪽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직접 행하실 일을 인간이 대신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 인간들에게 부여하신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남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값싼 자존심에 얽매일 이유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친절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서 실현하는 일입니다."-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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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탄 자는 지나가다
한수산 / 민음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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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미지가 없어 다른 사이트에서 복사해 왔습니다.)

이 소설이 처음 쓰여진 것은 1982년. 당시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이 작품을 게재할 예정으로 조판까지 끝내놓은 상태였는데, 결국 편집진에서 "당국에 의해 문제화될 가능성이 높고, 작가의 안위는 물론 잡지의 존폐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정황 판단에서 게재를 무효화 했단다. 그 이후 몇 번 더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할 계획을 세웠지만 번번이 같은 이유로 출판은 좌절되었고, 결국 처음 작품이 쓰여졌던 시점으로부터 16년이나 지난 1998년에서야 민음사를 통해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말(馬)은 권력의 토대, 기반을 의미한다. 작가는 "말(馬)은 말(言語)이 되고 힘이 되었고, 힘은 혁명이 되었다."(21p)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말을 장악하고 있던 마상인(馬上人)들은 말 위의 질서, 말 위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혁명(실은 쿠데타)을 일으킨다. 그리고 별다른 저항없이(물론 어느정도의 살육은 있었지만...) 너무도 쉽게 혁명을 성공시킨다.

그러나... 혁명이 성공한 뒤, 천지가 요동할 사건이 생긴다. 그건 "죽음"이 사라진 것.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총을 쏘고 목을 베도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아니 죽지 못한다. 노인들은 죽음없이 계속 늙어가고, 도축장의 소, 돼지들은 머리에 도끼를 꽂고도 죽지 못해 어슬렁 돌아다니고, 화살맞은 새들은 화살을 꽂은 채로 날아다니는 아비규환의 지옥이 펼쳐지는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피하고 싶은 삶의 종착이지만, 그 죽음 때문에 삶은 아름다워진다. 태어날 땐 순서가 있지만 죽음에는 순서가 없는 것. 언제 다가올 지 모르는 죽음이 후회스럽지 않도록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삶을 아름답게 해 주는 죽음이 없어진 삶은 더이상 참다운 삶이 될 수 없다.

결국 죽음이 돌아온 것은 혁명을 일으킨 마상인들이 철수를 선언한 뒤...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뒤 남은 것은 "말 탄 자들. 지나가다."라는 짧은 글이 적힌 표지판 뿐이다.

새롭고 온전한 질서를 세우겠다고 시작된 혁명이 삶의 가장 기초적 질서인 죽음을 없애 모든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풍자는 새롭고 신선하다. 작가는 "영혼의 구원을 얻으려는 사람은 그것이 자기 영혼의 구제든 다른 영혼의 구제든, 정치의 길에서 그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52p)고 말하며 정치 권력이 가진 파괴적인 속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사실 출간된 지도 오래되었고, 한수산의 책이라곤 고등학교 때 순정만화같은 줄거리를 가진 <바다로 간 목마> 한 편밖에 읽은 적이 없어서 처음 읽을 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단호하면서 정확한 문체에, 매서운 작가의 시선에 매료되었다. 뒤쪽에 실린 짧은 소설 <맑고 때때로 흐림> 역시 풍자는 아니지만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이해와 청산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시선이 마음에 와 닿았다.

독서의 매력은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때로 아무런 생각없이 집어든 책 속에서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우는 것... 다음에는 또 어떤 책에서 무엇을 배우며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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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탄 자는 지나가다
한수산 / 민음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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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구원을 얻으려는 사람은 그것이 자기 영혼의 구제든 다른 영혼의 구제든, 정치의 길에서 그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52,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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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들어올린 개미
빈스 포센트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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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개미는 '의식', 코끼리는 '잠재의식' 내지 '감정과 본능'을 의미한다. 의식이 잠재의식을 일깨우고, 움직이고, 때로는 통제해서 목표(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아시스')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어떻게 해야 오아시스를 찾을 수 있을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던 개미를 가르치는 것은 현명한 부엉이... '윌리'로 명명된 개미는 부엉이 '브리오'를 만나 가르침을 받으면서 코끼리 '덤보'를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된다. 물론 잠깐의 방황과 실패가 양념처럼 따라붙지만 그 때마다 때맞춰 찾아오는 브리오는 윌리를 격려하여 결국은 오아시스에 도달하게 만든다.

브리오가 윌리에게 준 가르침은 크게 다섯 가지이다.

첫째, 명확한 꿈. 의미있는 목표는 감정을 움직이는 첫 번째 필수 조건이다. 둘째, 목표에의 전념. 이 때 중요한 것은 목표를 이미 실현된 것처럼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셋째, 끈기. 감정을 움직여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넷째, 신념. 부정적인 생각의 패턴을 부수고, 신념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통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한 반응을 미리 연습하여 직접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통제력을 길러야 한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있는 내용이고, 이러한 가르침의 실천을 위해 제시된 생활수칙이라는 것도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애매모호한 것들이어서 사실 읽는 내내 지루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책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직접 사람을 만나 도움을 주고받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익혀야 하는 것들이겠지. 자기계발서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 답답한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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