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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반양장)
트리나 포올러스 지음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읽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 학급 문고를 통해서였다. 누가 가져다 놓은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공부하기 싫은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선생님 눈을 피해 몰래 읽었던 책이 바로 <꽃들에게 희망을>이었다.
그 때, 어두운 창문을 통해 비치는 우리 반 아이들의 "열공" 모습 속에서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고 이 책의 두 주인공 벌레들에 나 자신을 이입시키며 조금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맹목적으로 기어오르는 책 속의 숱한 벌레들이 정말로 당시의 청소년들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기도 했다.
지금,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십수년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다시금 가슴이 아프다. 뿐만 아니라 그 시절에 내가 나비라고 생각했던 어른이 되고 보니, 실은 30대에 접어든 지금의 내 모습도 그 당시의 애벌레 모습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기조차 하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지라고 말하는 꿈,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가치, 확신에 찬 듯 말하는 삶의 의미들이 정말로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일까? 행여, 나 역시 아이들에게 "나비"로서의 삶이 아니라 "애벌레"로서 무조건 기어오르기만 하는 삶을 살 것을 강요하고 있지나 않은가?
마치 동화처럼 인식되어 아이들이나 읽는 책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먼저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자신이 청소년이었을 때, 무엇에 절망했고 무엇에 슬퍼했는지 다시금 기억을 되살려 똑같은 절망과 슬픔을 지금의 청소년에게 안겨주지 않도록...
그리하여 지금의 아이들에게 인생의 참 의미는 남을 밟고 올라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가능성을 밖으로 내어놓는 데 있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이기심과 경쟁의식이 아니라 나와 남에 대한 애정과 관심, 상생이라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