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길 - 도법스님 생명평화 순례기
김택근 지음 / 들녘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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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법'이라는 법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4~5년 전 쯤이었던 것 같다.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하는 모습을 텔레비전 뉴스에서 본 것이 계기였다. 새만금과 지리산을 지키기 위한 삼보일배는 지나치게 세속화한 종교의 모습에 부정적이었던 나에게 무척이나 경건하게 다가왔다. 그 이후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을 하는 지율 스님이 단식에 들어갔을 때, 함께 단식을 하던 스님의 모습을 보고 가슴아팠던 기억도 난다.

이 책은 그 도법 스님이 2004년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했을 때의 기록이다. 여기서 '탁발'이란 승려들이 걸식으로 의식을 해결하는 수행 방법이란다. 갖가지 탐욕과 환경 파괴로 멍들어가고 있는 산천을 보듬어 안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생명평화 탁발순례이다. 도법 스님은 허물어지고 파헤쳐진 산,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농촌, 갯벌이 사라진 죽은 바다, 이기심으로 더욱 황폐해져가는 도시 구석구석을 살피며 가슴아파한다. 세상 모든 것들은 연기로 맺어져 있고 어느 것 하나 함부로 생겨난 것이 없는데, 인간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주변을 파괴한다. 그 파괴가 결국은 자신의 폐부를 찌를 것임을 모르면서...

그러나 스님은 결국 그 안에서 희망을 본다. 스님은 순례길에서 자신을 낮추고 남을 섬기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p.218)며 작고 조용한 것들이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p.218)고 이야기한다. '순례자의 기도가 호주 앞바다의 죽어가는 산호초를 살리고, 빙하가 녹아내리는 파타고니아, 잘려나간 숲 사이로 강물이 말라가는 아마존 밀림, 만년설이 흘러내리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가라앉는 몰디브 섬을 살릴 것(p.224)'이라고 말한다.

글쎄... 작가가 지어낸 것인지, 정말로 스님의 생각이 그러한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스님의 이런 긍정이 슬프기만 했다. 해결될 기미 없이 가파르게 치닫기만 하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님은 정말로 희망을 본 것일까? 이제 두 달 후면 태어날 내 뱃속의 아기에게 세상은 좋은 곳이라고, 희망은 정말 사람에게 있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은 것일까?

시인 김택근의 글은 짧고 간결하다. 그래서 오히려 여운이 남는다. 그러나 스님과는 달리 자꾸만 거칠어지고, 자꾸만 황폐해지고, 자꾸만 고약해져가는 이 세상 속에서 살고있는 나는 책을 다 읽어도 전혀 희망이 느껴지지 않아 자꾸만 스님의 옷자락을 붙들고 어린아이처럼 다그쳐 묻고 싶었다.

"스님, 정말로 이 세상에 희망이 있습니까? 정말로 사람이 희망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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