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소년 미네르바의 올빼미 1
윤정모 지음, 김종도 그림 / 푸른나무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첫번째 이라크전(흔히 걸프전이라 부르던..)이 발발했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처음 뉴스를 보았던 그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깜깜한 밤 하늘에 마치 별똥별처럼 미사일이 포물선을 그리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그 미사일을 맞고 지구 저 편의 누군가가 비참한 죽음을 맞을 거라는 예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전자오락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만 들 뿐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의 인식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어렸을 때부터 전쟁을 소재로 한 오락과 컴퓨터 게임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남의 나라 전쟁은 그야말로 강 건너 불구경일 터... 그런 아이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반전의식을 심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작가가 이런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겪은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고 싶어 쓴 소설이다. 아프가니스탄 폭격 장면을 보며 손뼉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전쟁을 게임판의 한 여백으로만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쓰기 시작했단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년 필동이와 소녀 담선이. 필동이 아버지는 국군으로, 담선이 아버지는 인민군으로 참전 중이다. 필동이네는 어머니의 막둥이 출산 때문에 피난 시기를 놓쳤고, 북에 살던 담선이는 임신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 남으로 내려왔지만 중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흘러흘러 필동이네 집까지 들어온 입장이다.

어쩌면 원수가 될 수도 있는 두 어린이가 마음을 열고 친 오누이처럼 다정해지는 과정은 맑고 따뜻하고 자연스럽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자 했다는 저자의 이야기와는 달리 책의 내용은 온화한 편이다. 그러나 읽다 보면 아이들이 겪은 마음의 상처가 아프게 전해진다. 보기엔 전자오락같고 컴퓨터 게임같지만, 그 안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겐 가족과 자신의 목숨이 걸린 사건임을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그 전쟁을 컴퓨터 게임 바라보듯 하고 있다. 그렇게 여기는 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고 서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한 책이다. 이제 7개월에 접어든 뱃속의 내 아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무렵이 될 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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