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 1318 문고 36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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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는 장애를 가진 열 살 짜리 아이다. 곱사등이에다가 난쟁이까지... 겉모습만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추한 몰골을 지니고 태어났다. 바르톨로메는 이 겉모습 때문에 가족들 이사에서도 버림받을 뻔 하고, 눈물어린 애원 덕에 간신히 함께 이사한 집에선 골방에 갇힌 채 남들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야 했다. 게다가 형제들의 도움으로 몰래 배우기 시작한 글에서 기쁨과 환희를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예기치 못한 사고로 공주의 눈에 띄어 공주의 인간개로 비참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바르톨로메의 삶을 따라가며 책을 읽다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내면의 영리함과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추한 겉모습만을 바라보는 숱한 사람들 속에서 어린 소년이 겪었을 수치심과 모멸감, 분노와 좌절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했던 바르톨로메에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첫 번째 기회는 그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던 젊은 수사였고, 결정적인 기회는 내면의 감정을 그림으로 나타내도록 도와준 궁정의 화가들이었다. 바르톨로메의 순수하고 영리한 내면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감동시켰고, 바르톨로메는 궁정 화가의 제자가 되어 자신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그렇게 비참하게 살지 않겠다고...

이 책은 겉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훨씬 중요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우리에게, 바르톨로메는 겉모습과 내면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그리고 내면의 아름다움이 사람을 얼마나 빛나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자신의 인간성과 정체성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도 함께 보여준다. 바르톨로메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 눈부신 결과 또한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은 나에게 교사로서 학생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가도 가르쳐 주었다. 바르톨로메의 재능을 발견하고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역시 어른들이다. 성당의 수사가 글을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궁정 화가들이 바르톨로메의 재능을 그저 스쳐 지나갔더라면 바르톨로메는 그저 불쌍한 장애아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가 성당의 규율을 어겨가면서 바르톨로메를 받아들여 글을 가르치고, 화가들이 신분과 장애 때문에 정식 인가받은 화가가 될 수 없는 현실임을 알면서도 바르톨로메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바르톨로메는 자신의 꿈을 이뤄나갈 수 있게 되었다.

교사로서 해야 할 일도 응당 그러해야 하리라. 똑같은 교과서를 가르쳐 시험으로 평가하고 그 점수로 아이들을 줄세워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라도, 그 아이의 내면은 하나하나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고 아이들을 살피고 북돋는 작업을 쉼없이 해야 하겠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뿌듯할 수가 없다. 요즘 청소년 책은 너무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손색이 없는 것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청소년 책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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