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도종환 지음 / 좋은생각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느끼는 도종환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접시꽃 당신>에 실린 서정적인 시를 읽으면 감수성 예민한 소년 같기도 하고,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당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강직하고 심지 굳은 인물 같기도 하고,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을 들춰보면 한없이 자상하고 너그러운 스승님 같기도 하다.

어떤 게 그의 참모습일까? 작가는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놀고 농담을 해대며 입이 찢어져라 웃는 모습"도 자신의 모습이고 "고요한 새벽 연못처럼 맑게 고여 있는 것"도 자신의 모습이며 "아이들과 뒤섞여 함께 즐거워하다가 흙탕물이 된 모습"도 자신의 모습이라고 얘기한다. 그의 내면에는 감수성 예민한 소년도, 강직하고 심지 굳은 청년도, 자상하고 너그러운 스승의 모습도 함께 어울려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의 다양한 모습을 차분하면서도 가감없는 솔직함으로 나타내고 있다.

책은 사랑에 대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특별한 사랑이란 특별한 사람을 만남으로써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을 만나 그를 특별히 사랑"(p.16)하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사랑은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으로 넓어지게 마련이다. 작가는 "마을 어귀의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견디는 비와 바람을 채송화도 분꽃도 똑같이 겪으며 꽃을 피"(p.62)운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거겠지.

물론 그가 늘 모든 사람을 잔잔한 마음으로, 꽃으로 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나 마음이 괴롭고 불편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 안에서도 자신을 돌아본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미워해도 괜찮은가 하고... 그리고 탐탁치 않아했던 사람으로부터 작은 도움을 받은 기억을 끄집어내어 사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어떤 사람이든 꼭 필요할 데가 있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긴다.

그는 맨 처음 <접시꽃 당신>에서 사람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던 그 때의 도종환은 아닌 듯 하다. 세월이 흘러 그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듯이, 젊은 기개를 지닌 청년 도종환은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자신 속으로 고요하게 잠겨들기 위해 노력하는 초로의 신사가 되었다. 물론 그는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는 등 세상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 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다만, 그 모든 활동이나 일 때문에 자신의 내면을 다치게 하는 우는 범하지 않을 만큼 깊어지고, 넓어진 것이겠지.

나는 아직 나 자신으로 침잠하는 것을 어색해하고 두려워하는 평범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지만, 그의 글을 차근차근 소리내어 읽는 동안 한없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맑아지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 뱃속에 있는 11주된 태아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엄마의 따뜻하고 맑은 마음을 느꼈기를 마음 깊이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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