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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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정세랑의 소설.


심시선 여사의 10주기 기일을 맞아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기로 한 가족 이야기. 시선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후손들의 이야기와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거쳐온 여성이자 예술가인 시선으로부터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교차되어 펼쳐진다. 시선의 제사를 준비하는 자손들이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돌아보며 서서히 치유해가는 과정이 잔잔하지만 재밌고 신선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우선 구성이 산만하다. 앞에 가계도를 넣은 게 작가의 의도인지 출판사의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이거 없으면 책 읽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이 구성이 흥미롭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대여섯 권 짜리 대하소설도 아닌데 이렇게 여러 인물들은 등장시켜 산만하게 만들었어야 할까? 시선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자손들을 다 다루고 있었다면 권 수를 늘리거나, 한 권으로 할 거면 인물 구성을 단순히 하되 이야기의 깊이에 좀 더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소설의 에피소드에 가볍게 넘기기 아쉬운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의 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뮤즈란 이름으로 학대 착취당하던 여성 예술가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기 어려워진 직장 테러 이야기는 과거 회상용으로, 한 인물의 이야기로 짧게 다뤄지기엔 너무 큰 이야기다.


역사적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거슬렸다. 소설에선 시선이 한국전쟁 이후 하와이에 사진신부로 간 걸로 되어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1924년에 아시아계의 이민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된 걸 계기로 사진신부는 사라졌다. 물론 비공식적인 사진신부가 50년대 중반까지 있었을 수도 있지만, '거의 마지막 사진신부'라는 설명으로 퉁치고 넘어가기엔 큰 오류로 느껴졌다. 아마도 '하와이에서의 제사'라는 소설 구상에 맞춰 사진신부를 넣은 것 같은데 시대 고증이 좀 더 정교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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