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극우가 온다
정민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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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2001년생 정치인 정민철의 저서.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는 청소년 및 청년층의 실태를 취재하고 원인을 분석한 뒤,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보수화 정도가 아니라 극우로 치닫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드러낸다.


저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놀이로 소비하는 1020을 MH세대로 명명하고 그들을 지배하는 인터넷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낸 건 이들의 부모 세대인 기성세대(4050 및 586세대)이며,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단언한다. 아울러 극우 1020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을지, 그들의 주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며 2020년 초 무렵 읽었던 <20대 남자: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라는 책을 떠올렸다.

시사인과 한국리서치에서 함께 만든 <20대 남자>에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한국 사회의 20대 남성 중 약 26%는 강한 반페미니즘 정서와 함께 자신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는 마이너리티 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젠더와 권력 문제에 몹시 예민하고 큰 분노를 느낀다. 이들은 거의 모든 여성 관련 정책과 법 집행 결과에 반대하며, 자신들을 사회적 약자로 여기기 때문에 양성평등 정책은 '평등'이 아니라 남성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겉으로 보기에는 '공정'이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공정에는 '맥락이 제거'되어 있다. 따라서 능력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의 입장과 상황을 살피고 역지사지도 해 보는, 앞뒤 맥락을 세심하게 고려하는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화를 경험하고 고등교육 기회를 충분히 누린 이들의 부모 세대(이른바 386세대)가 키워낸 자녀들이 왜 이런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20대 남자>는 출간되었으나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잊혀졌고, 이 책에서 제기했던 문제들도 해결되지 못한 채 곪아갔다. 그리고 당시 20대였던 남자들은 이제 20대 후반~30대 중반이 되었고, 이들의 보수화는 10대로까지 넓어졌으며 이제는 여성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분노했던 지점은 더 확대되어 이제는 혐오와 조롱,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나는 <1020 극우가 온다>에서 제시한 대응 및 해결 방안을 충실히 따른다 해도, 1020 내 자녀들과 아무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해도 이들의 극우화를 막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재명이 내 살아 생전에 만날 수 있는, 진보 정권(민주당이 진보 정권인지 의문이지만)이 배출한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옮음'과 '바름'에 대한 탐색을 멈춰선 안 된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제대로 된 가치 토론을 시작하는 것은 1020 이후의 세대, 즉 내 손주 세대를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단, 힙하고 재밌게!


< 사족 1 > 며칠 전 동네 팥빙수 가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20대 초반 청년 세 명... 이들은 서로를 '정민철 같은 새끼'라고 욕하고 조롱하며  대화를 나눴다. 민주 진영 인사들은 정민철을 '인스타 독립군'으로 치켜세우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독립군이라기엔 너무 초라한 욕받이였다.


< 사족 2 > 어찌됐든 대화의 시작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사고방식을 머리에서 지우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80년대에 독재 타도를 외쳤던 마음과, 오늘날 윤 어게인을 외치는 마음의 뿌리가 어쩌면... 정말로 같은 애국심이나 동지애, 연대의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인정할 수 없다면(없기 때문에?) 1020의 극우화를 막을 수 없다.


문제는 ‘맥락의 소거‘다. 2010년대 초반의 합성이 다분히 정치적 비판이나 조롱의 의도를 가진 ‘일베‘라는 특정한 정치적 스텐스를 가진 집단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그 정치적 맥락이 완전히 지워졌다. 지금의 10대들에게 노무현은 ‘비운의 대통령‘도,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서거한 정치인‘도 아니다. 그저 랩을 잘하고, 발음이 찰지며, 신나는 비트에 노래하는, 영원히 죽지 않고 사이버 공간을 떠도는 ‘우스꽝스러운 엔터테이너‘일 뿐이다. 그들에게 노무현은 실존했던 인간이 아니라 ‘뽀로로‘나 ‘펭수‘처럼 소비되는 하나의 디지털 캐릭터다. 이것이 바로 혐오가 문화가 되는 과정의 가장 끔찍한 지점이다. 대상이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라질 때, 잔인함은 유희가 된다. - P24

과거에는 보수 지지자들이 자신의 성향을 숨기는 ‘샤이 보수‘였지만, 지금 10대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지지자가 조롱의 대상이기에 숨어야 한다. 이것은 심각한 신호다. 정치는 ‘문화‘다. 또래집단에서 힙하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어야 세력이 확장된다. 하지만 지금 10대들에게 민주당은 촌스럽고 위선적이며 말 안 통하는 꼰대들의 정당이다. 반면 우파는 솔직하며 유머러스하며 팩트를 말하는 쿨한 세력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문화적 주도권을 완전히 뻇긴 것이다. - P117

민주당은 이들의 박탈감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도덕 교과서만 읽어줬다. 반면 보수 정치권과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그들의 언어로 말했다. <중략> 그것이 포퓰리즘이든 갈라치기든 20대 남성에게는 처음으로 ‘내 고통을 알아주는 어른‘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이 보수화된 것은 이념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진보가 그들을 버렸고 인스타그램을 매개로 보수가 그 빈자리를 혐오로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분노는 진짜다. 경제적 몰락, 젠더 갈등에서의 고립, 그리고 이를 증폭시킨 알고리즘의 선동. 이 세 가지가 결합하여 가장 강력하고 공격적인 정치 결사체 ‘극우 이대남‘이 탄생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20대 남자들이 일베에 세뇌되었다."고 혀만 찬다면 민주당은 앞으로 영원히 이들의 표를 얻지 못할 것이다. 아니, 표를 잃는 것을 넘어 가장 강력한 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P124

종교적 확신은 죄책감을 마비시킨다. 그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핍박받는 순교자‘의 희열을 느낀다. 재미로 돌을 던지는 사람은 지치면 그만두지만, 신의 뜻이라 믿고 돌을 던지는 사람은 지치지 않는다. 이것이 새로운 10대 우파들이 무서운 진짜 이유다. - P185

지금 자라나는 이 10대 우파들은 강남의 부, 미국식 엘리트 교육, 그리고 대형 교회의 조직력이라는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그들은 태극기 집회의 노인들처럼 촌스럽지 않다.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글로벌 이슈를 논한다.
이들은 장차 명문대에 진학하고 유학을 다녀와서 대한민국의 판사, 검사, 기자, 정치인이 될 것이다. 그떄가 되면 우리는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는 꼰대 보수가 아니라 영어로 말하며 차별금지법을 폐지하는 젊고 유능한 엘리트 보수를 상대해야 한다. 이 성벽은 돈과 신앙으로 축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던 방식으로는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 - P187

노무현을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소비하다 보면 어느새 무의식 속에 ‘민주당=우스운 놈들=조롱해도 되는 대상‘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반대로 전두환이 탱크를 몰고 가는 장면에 힙합 음악을 입힌 영상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독재의 잔혹성은 휘발되고 ‘전두환=상남자=카리스마‘라는 이미지만 남는다.
이것은 논리가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다. 텍스트로 된 사상교육은 논박할 수 있지만 이미지와 음악으로 결합된 밈은 반박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웃긴 감정만 남기 때문이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해체되었지만, 그들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심리전을 완수했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에게 혐오를 ‘정치‘가 아닌 ‘문화‘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 P214

미디어 리터러시는 훌륭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이 아니다. 이 야만의 알고리즘 정글에서 내 돈과 내 뇌를 지키기 위한 생존 기술이자 호구 방지술로 정의해야 한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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