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과 한국리서치에서 함께 만든 <20대 남자>에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한국 사회의 20대 남성 중 약 26%는 강한 반페미니즘 정서와 함께 자신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는 마이너리티 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젠더와 권력 문제에 몹시 예민하고 큰 분노를 느낀다. 이들은 거의 모든 여성 관련 정책과 법 집행 결과에 반대하며, 자신들을 사회적 약자로 여기기 때문에 양성평등 정책은 '평등'이 아니라 남성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겉으로 보기에는 '공정'이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공정에는 '맥락이 제거'되어 있다. 따라서 능력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의 입장과 상황을 살피고 역지사지도 해 보는, 앞뒤 맥락을 세심하게 고려하는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화를 경험하고 고등교육 기회를 충분히 누린 이들의 부모 세대(이른바 386세대)가 키워낸 자녀들이 왜 이런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20대 남자>는 출간되었으나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잊혀졌고, 이 책에서 제기했던 문제들도 해결되지 못한 채 곪아갔다. 그리고 당시 20대였던 남자들은 이제 20대 후반~30대 중반이 되었고, 이들의 보수화는 10대로까지 넓어졌으며 이제는 여성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분노했던 지점은 더 확대되어 이제는 혐오와 조롱,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나는 <1020 극우가 온다>에서 제시한 대응 및 해결 방안을 충실히 따른다 해도, 1020 내 자녀들과 아무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해도 이들의 극우화를 막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재명이 내 살아 생전에 만날 수 있는, 진보 정권(민주당이 진보 정권인지 의문이지만)이 배출한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옮음'과 '바름'에 대한 탐색을 멈춰선 안 된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제대로 된 가치 토론을 시작하는 것은 1020 이후의 세대, 즉 내 손주 세대를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단, 힙하고 재밌게!
< 사족 1 > 며칠 전 동네 팥빙수 가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20대 초반 청년 세 명... 이들은 서로를 '정민철 같은 새끼'라고 욕하고 조롱하며 대화를 나눴다. 민주 진영 인사들은 정민철을 '인스타 독립군'으로 치켜세우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독립군이라기엔 너무 초라한 욕받이였다.
< 사족 2 > 어찌됐든 대화의 시작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사고방식을 머리에서 지우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80년대에 독재 타도를 외쳤던 마음과, 오늘날 윤 어게인을 외치는 마음의 뿌리가 어쩌면... 정말로 같은 애국심이나 동지애, 연대의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인정할 수 없다면(없기 때문에?) 1020의 극우화를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