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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ㅣ 창비아동문고 175
박기범 지음, 박경진 그림 / 창비 / 1999년 4월
평점 :
변산공동체 학교의 대표로 계시는 윤구병 선생님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린이는 세상의 아픔과 그늘을 모르고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린이들도 알 것은 알아야 하고 느낄 것은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감추어도 어린이의 맑은 눈에 그런 일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추천사에 이런 말이 적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동화집이 세상의 아픔과 그늘을 크게, 그리고 깊게 다루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이제는 어른들도 잊어가고 있는 구사대 이야기가 나오고, 해고 뒤 복직투쟁을 벌이는 가장의 이야기, 분신으로 생을 마감한 민주투사, 가난을 극복하려 갖은 애를 썼으나 결국 노숙자로 밀려난 청년의 이야기도 나온다. 어린이들 역시 모두 가난과 주위의 무관심, 문제아라는 낙인, 선생님의 차별에 아파한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모든 사람이 문제아라 낙인찍어도 거기에 실망하거나 분노하기보다는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줄 안다. 노숙자로 밀려난 이웃집 아저씨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성실해도, 부지런해도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품을 줄도 안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나중에 내 아이가 태어난다면 쉽사리 이 책을 읽으라고 건넬 수 있을런지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솔직히 부모의 마음이라면 내 아이가 이 책 속에 담긴 현실을 모른 채 살기를 더 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광고에서처럼 내 아이가 빠르게 자라기보다 바르게 자라기를 원한다면, 내 아이가 지금보다 좀 더 살 만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망설임을 극복하고 이 책을 건네야 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책에 대한 불만. 각 작품의 분량이 너무 짧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1인칭 시점이어서 주변 인물의 심리에 대한 묘사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 하다. 각 이야기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중편 정도의 분량으로 늘리고 시점을 바꾼다면 훨씬 짜임새있고 감동적인 동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적고 보니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든 것 같아 겸연쩍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아이들의 부모나 친구들의 맘이 궁금했고, 주변 상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