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은 알지요 일공일삼 27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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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안고 있다. 송화는 얼굴도 모르는 부모를 그리워하고 무당 할머니로 인해 놀림을 받으면서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들었고, 송화의 할머니는 전쟁으로 남편과 헤어진 뒤 생사조차 묘연한 아들을 그리워하며 굿으로 한을 삭인다. 송화의 친구 영분이 역시 부모의 별거와 아버지의 술주정에 마음이 멍든 아이이다. 송화 할머니의 굿을 돕는 부돌이 내외 역시 자식을 잃은 아픔을 품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곱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물론 상처와 아픔이 모두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그 해결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어머니를 따라 이사한 영분이 마음엔 아버지의 죽음이 또다른 상처로 새겨지겠고,  송화 역시 아무리 아버지가 좋다 해도 자신을 찾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과 원망이 쉽사리 가실 리 없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면 등장인물들의 책 밖의 삶이 아무리 팍팍하고 힘겨워도 그 고운 마음을 잃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이웃의 보살핌, 친구들의 우정이 있기 때문이다. 

곱고 예쁜 이야기를 다 읽은 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 1학년 아이들 몇이 내가 이 책을 읽고있는 것을 보고 자기도 읽었다며 아는 체를 하기에 재미있었느냐고 묻자 대부분(그래봤자 서너 명) 모르는 낱말이 많고, 시골 이야기가 낯설어 별로였다고 대답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중소도시나 대도시에 살아 방학 때 찾아갈 시골조차 없는 아이들이 많은 요즘, 아이들이 이 책의 내용에 흥미를 느끼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요즘의 아이들이 이해되면서도 조금은 안쓰럽다. 

그러나 책에 담겨있는 농촌의 정서는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의식의 원형이다. 그리고 지금도 송화처럼, 영분이처럼 사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도시의 아이들에게 책의 내용이 낯설고 현실과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지라도 부모와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송화와 영분이를, 할머니와 검둥이를 친구처럼 가족처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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