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31일의 문장
사실이란, 기억을 통해서 재구성하는 각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4월의 물고기](자음과 모음) - 권지예
ㅁ 그것은 왜곡도 심하고, 잠깐만 돌아서면 금방 지워버리기도 하며,
때론 디게 중요한 걸 마치 없었던 것처럼 만들고, 반면에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을 걸
오랫동안 보관하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녀석이다.
누구나 잘 알고, 그래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녀석을 곰곰히 보고 있노라면,
얘는 내 것인데도 참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한 편으론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내가 손대지 않은 것들도 알아서 잘 처리하니까.
물론 그게 내가 원하던 방향과는 조금 다를지라도...
우리가 아는 '사실'이란 존재가 사실 그 녀석이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라면,
사실은 내 스스로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이겠다. 실제로 사실은 그렇다.
그래서 너의 사실과 나의 사실은 조금 다를 수 밖에.
이건 내가 가진 녀석의 결과물이니까. 같다고 믿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구나.
변덕이 심한 그 녀석이 사실을 빚는 동안,
나는 그 사실만으로 외부를 보고 있었다. 사실 그 사실은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외부와는 전혀 다를텐데도 말이다. 그 사실을, 오늘의 문장을 보고서야 씁쓸하게 새겨본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