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 게임 나라에서 탈출하다 좋은습관 길러주는 생활동화 3
오윤현 지음, 설은영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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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IT강국 우리나라에서 이제 컴퓨터는 냉장고만큼이나 꼭 필요한 가전제품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주는 편리함보다도 더 많은 해악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귀찮게 여기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 또는 컴퓨터 속의 일처럼 그저 리셋버튼을 누르면 원상복귀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극도의 폭력적 사건을 저지르는 아이들에 대한 뉴스를 이젠 심심찮게 듣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토리는 부모님께서 주무시는 한밤중에 몰래 나와 게임을 할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있다. 게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조금만 더 하겠다며 부모님을 조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꽤 듣게 되니, 바로 우리아이의 친구라도 만난 듯 공감이 가는 캐릭터다. 아이의 외로운 처치를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생활에 얽매여 아이를 혼자둘 수밖에 없는 부모님의 입장은 더더욱 공감이 간다.
  게임을 하고 싶다는 욕구는 학교를 빠지고 싶은 유혹을 생겨나게 하고, 마우스를 훔치게 하고, 친구에게 괜스레 화를 내게 하는 둥 토리의 생활을 엉망으로 흔들어 놓는다. 다행히 토리는 꿈속에서 게임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게임나라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난 후로는 게임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칠 수 있게 된다.
  토리가 적절한 시기에 그런 교훈적인 꿈을 꾸게 되어, 스스로 유혹을 견디게 되었다는 진행이 너무나 낙관적이어서 조금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현실도 그렇게 잘 풀리면 오죽이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야기에 뒤에 2개의 부록이 있다. 게임중독여부를 진단하는 간단한 미로형 설문과 컴퓨터가 생활에 도움을 주는 예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임중독 진단설문은 너무나 간단해서 정확한 진단을 원하는 분들은 아래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좀더 상세한 자가진단 및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드린다. :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https://www.kado.or.kr/IAPC/index.asp

* 책 선택을 위한 팁:

  글자가 크고 행간도 넓어서 초등학교 1학년이라도 쉽게 볼 수 있다. 일러스트는 윤곽선을 또렷하게 하고 크레파스로 칠한 어린이들 그림처럼 보여서 글의 내용이 쉽게 느껴진다. 어린이들이 아마 친구들이 그린 만화처럼 친근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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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양산
마쓰다 마사타카 지음, 송선호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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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연극은 너무도 조용하고 지루하게, 그리고 너무나 일상적으로 시작된다. 손톱을 깍고 있는 요지 그는 이 연극의 남자주인공이다. 이어서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오는 나오코, 그녀는 요지의 아내이다. 그녀가 돌아와서 하는 말은 ‘뭐라도 깔고 하지 않구요’이다. 과장된 몸짓이나 연극적 톤이 없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그들이 연극 속의 주인공들이라는 것도 잠시 망각하고 우리의 이웃처럼 착각할 정도다. 

  이 조용하고 지루한 일상의 리듬 속에서 하나씩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이야기들이 일상을 가장하고 하나씩 드러난다. 삼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나오코, 직장을 그만둔 요지, 밀린 집세, 그 와중에 요지의 외도까지.  

  그리하여 떠나야하는 아내의 남편에 대한 미안감과 마지막 바램, 실직한 주인공의 아내에 대한 미안감, 서로가 짐짓 모른 채하고 있는 외도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 이 모든 것들이 얽혀 연극은 미묘한 무게를 더해간다.

  그러나 정작 그들 사이를 오가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절제된 대사들 뿐이다. 그래서 그들을 바라보는 독자이며 관객은 마음이 편치 않다. 그들 사이의 짧은 대사 뒤에 남겨지는 말줄임표들이 숨막히게 안타깝다. 그들의 대사 사이에 자꾸만 끼어드는 잠깐 동안의 침묵이 반복되면 될수록, 관객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밀물이 목젖께까지 차올라와  어찌할 바 모르고 서성인다. 그들이 짧은 대사를 하고 침묵할 때 관객은 그 침묵을 독해하느라 버겁다.

  연극은 끝까지 아주 무관심하고 느슨한 일상적인 대사의 형식을 고수한다. 그들 사이의 대사가 서로에게 향하지 못하고 자꾸만 어긋나면서 지켜보는 관객은 더욱더 그들이 안쓰럽다.

   나오코는 그녀의 마지막 소원인 바다로의 여행을 하지 못한 채 떠나고 만다. 장례식 또한 우리의 일상 중의 하나가 아니던가! 집주인 부부는 밀린 집세를 걱정하고, 잡지사직원은 외도의 상대였던 다다의 소식을 전하고, 그렇게 치루어진다.  

  이제 모두가 돌아가고 혼자 남겨진 요지가 문득 밥을 말아먹다가 내리는 눈을 보고 늘 그렇듯이 일상적으로 중얼거린다.

  ‘이봐, …눈 내린다.…’

역시 지극히 일상적인 듯하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더 이상 일상적일 수 없는 슬픔의 해일이 그 한마디 속에 숨어있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책을 덮으면 왠일인지 시야가 흐려지고 마음 한켠이 써늘하게 추워온다. 내 마음에도 눈이 내리는 듯…

* 이 책의 인상깊은 마지막 장면:
 요시오카, 나간다. 요지, 배웅하고 잠시 후 들어와서 혼자 앉는다. 넥타이를 풀어 바닥에 던진다. 그리고 양복을 벗고 옷걸이를 가지고 와서 벽에 건다. 마당으로 향한 문을 추운 듯 닫으러 갔다가 부엌으로 간다. 그리고 탁상을 내온다. 다시 부엌으로 가서 저녁밥을 가지고 온다. 

앉아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요지    잘 먹겠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먹히질 않는다. …

다시 부엌으로 가서 … 찻주전자를 가져와 탁상에 놓는다.
밥에 차를 붓고…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그것을 본 요지, 엉겁결에

요지    이봐, …눈 내린다.…

그러나 누구도 대답할 리 없고, 요지는 밥을 후루룩거리며 먹는다.

눈 내리는 밤, 그리고 사에키 요지.
음악.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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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헌 속 고구려 사람들
이명학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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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아들고 목록을 펼쳐보았다. 나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름들은 주몽, 부분노, 온달, 호동, 유리 그쯤에서 끝나버리고, 나머지 이름들에는 어떠한 기억도 느낌도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고구려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어린시절 동화로 꾸며진 이야기를 읽은 것이 전부였다. 얼마전 소설'소서노'를 읽은 것을 제외하고는 고구려에 관한 이야기는 TV드라마로 부터 줏어들은 이야기들이 전부였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고구려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각색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제서야 확실히 기록된 이야기를 읽게 되는구나 싶었다.

  확실한 원전 뒤에두고 읽으니 왠지 신빙성이 생긴다고나 할까? 늘 동화같던 고구려의 영웅들이 먼지앉은 고서들 틈에서 자리를 탁탁 털고 일어나 나에게 저벅저벅 걸어오는 것 같았다.

   이 책 속에 실린 34인의 고구려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주몽, 부분노, 괴유, 추발소, 유리, 해명, 을두지, 호동, 두로, 명림답부, 계수, 달가, 고복장, 을파소, 밀우.유유, 을불, 창조리, 온달, 강이식, 천개소문, 천헌성, 도림, 을지문덕, 안시성주, 천남생, 고림, 고선지, 왕사례, 이납, 이사도, 모용운, 왕모중, 이정기, 이사고.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원전을 풀어쓴 이야기를 마친 뒷편에 해당 한자원문들을 모두 실었다. 과연 성균관대 출판사다.^^ 헌데 항상 느끼는 것이 한자원문의 글자가 너무 작아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좀더 큰 활자체로 인쇄하고 행간을 넓혀주면 원문을 주해하고 싶은 열의를 가진 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 같다.

  이제는 이러한 이야기도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서 책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이 많아 조금만 다듬으면 어린이들이 읽기에 좋은 역사자료가 될 것 같다.

  역사교육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바뀐다고 한다. 우리역사를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중국이라는 문명국의 한 켠에서 나타났다가 다시 중국으로 편입된 작은 나라가 아닌 우리의 정신을 가졌던 우리의 조상들이 세운 고구려를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책 맨마지막에는 고구려연표를 실었다. 기원전 37년 주몽이 졸본에서 고구려를 건국한 때 부터 668년 멸망시까지를 중국의 나라들과 흥망과 더불어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그 연표에 이 책 속의 인물들의 활동연대를 적어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되새겨볼 수 있게 하였다.

  고구려 역사에 대한 단 몇줄의 기록도 소중히 해야함을 이 책을 편역한 이명학교수의 발문을 빌어볼까한다: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 아래 계획된 것임을 익히 알고 있다. 이런 때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고구려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며, 그것을 알아가려는 차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 책 속 한 귀절
  창조리가 말했다. '임금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 仁한 것이 아니며, 신하가 임글메게 간언을 하지 않으면 忠이 아닙니다. 신이 이미 외람되게도 국상의 자리를 채우고 있으므로 감히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찌 감히 백성의 칭송을 구해서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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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동화가 숨어 있는 풀
하늘매발톱 지음, 정혜정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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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라지를 시작으로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한 식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쑥, 꽈리, 벼, 보리, 인삼, 녹두, 고추, 고구마 같은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식용이거나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부터 목화 같은 옷을 만들 수 있는 식물의 이야기도 실었습니다.
  각각의 식물들을 우리의 전설이나 신화 혹은 속담에 나오는 이야기와 더불어 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식물도감처럼 자세한 설명도 있고, 약효나 장난감으로의 용도등등의 실생활에서의 쓰임도 덧붙여 흥미를 일깨워줍니다.
  그 뒤에는‘이야기꾸러미’를 두어서 그 식물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처음 듣는 전설이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그러나, 일부 이야기는 너무 짧아서 요약해 놓은 듯 빈약한 느낌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아이들 책을 볼 때 저는 그림에 대해 꼭 고려한답니다.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좋은 그림이 아이들의 이해와 감성에 도움이 된다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이 책의 그림은 동양화를 전공하신 분이 그린 것이어서 인지, 표현이 섬세하고 동양적인 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은 풀포기들과도 더불어 삶을 살아가시고 그들에게서 꼭 필요한 이로운 것들을 골라 쓰신 조상님들의 지혜가 비범하게 다가옵니다. 풀뿌리하나 작은 열매하나 모두가 귀한 식량이었던 옛날을 돌이켜보며 오늘날 우리가 먹거리를 대하는 태도를 반성하고,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마음가짐도 새로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 책 선택을 위한 이야기:

  글자가 조금 많은 편이라서 초등2학년부터나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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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 팔기 대장, 지우 돌개바람 12
백승연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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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아이와 나는 언제부터인가 책을 나누어 읽고 있다. 아이가 주인공과 또 다른 한사람의 역할을 맡고 나는 주로 어른과 해설자를 맡는다. 되도록이면 각각의 역할마다 목소리바꾸기를 원칙으로 정한다. 그러다가 착각해서 그 등장인물에게 정해준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를 읽으면 서로 당황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한동안 웃기도 한다.

  이번에 한눈팔기 대장 지우를 보니 이런 고민이 필요없었다. 희곡이라서 대사의 앞에 이름이 다 붙어 있으니 혼동할 여지가 없다. 오랜만에 아이랑 나란히 앉아서 서로서로 역할을 정해서 읽어보았다. 여간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말하는 버스, 말하는 로켓, 달맞이꽃, 달토끼 등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는 주인공이 나온다는 것도 큰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하지만 이 많은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서 너무 많은 곳을 헤매다니는 것이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다.

  또한 글 중간중간에 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들이 자연스럽게 내용에 용해되지 못한 점은 조금 서운했다. 특히 전쟁놀이씬은 평화에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 같았으나 조금 어색했다. 연극으로 공연했을 때 가장 재미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은 달토끼와 서로 엽전을 주고 받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예측가능한 반복행동에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활발하고 움직임이 많은 아이들에게 책읽기는 흔히 정적인 활동으로 인식되어 지루하게 여겨지기 쉽다. 희곡을 통해서라면 책읽기를 생동감있는 재현활동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 책읽기가 쑥스러운 엄마들에게 희곡은 좋은 대안일 수 있을 것 같다.

* 책 선택을 위한 한마디:
  글자가 커서 초등 저학년부터 읽는 것이 가능합니다. 연극을 위한 대본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엄마와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루해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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