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문헌 속 고구려 사람들
이명학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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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아들고 목록을 펼쳐보았다. 나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름들은 주몽, 부분노, 온달, 호동, 유리 그쯤에서 끝나버리고, 나머지 이름들에는 어떠한 기억도 느낌도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고구려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어린시절 동화로 꾸며진 이야기를 읽은 것이 전부였다. 얼마전 소설'소서노'를 읽은 것을 제외하고는 고구려에 관한 이야기는 TV드라마로 부터 줏어들은 이야기들이 전부였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고구려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각색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제서야 확실히 기록된 이야기를 읽게 되는구나 싶었다.

  확실한 원전 뒤에두고 읽으니 왠지 신빙성이 생긴다고나 할까? 늘 동화같던 고구려의 영웅들이 먼지앉은 고서들 틈에서 자리를 탁탁 털고 일어나 나에게 저벅저벅 걸어오는 것 같았다.

   이 책 속에 실린 34인의 고구려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주몽, 부분노, 괴유, 추발소, 유리, 해명, 을두지, 호동, 두로, 명림답부, 계수, 달가, 고복장, 을파소, 밀우.유유, 을불, 창조리, 온달, 강이식, 천개소문, 천헌성, 도림, 을지문덕, 안시성주, 천남생, 고림, 고선지, 왕사례, 이납, 이사도, 모용운, 왕모중, 이정기, 이사고.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원전을 풀어쓴 이야기를 마친 뒷편에 해당 한자원문들을 모두 실었다. 과연 성균관대 출판사다.^^ 헌데 항상 느끼는 것이 한자원문의 글자가 너무 작아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좀더 큰 활자체로 인쇄하고 행간을 넓혀주면 원문을 주해하고 싶은 열의를 가진 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 같다.

  이제는 이러한 이야기도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서 책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이 많아 조금만 다듬으면 어린이들이 읽기에 좋은 역사자료가 될 것 같다.

  역사교육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바뀐다고 한다. 우리역사를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중국이라는 문명국의 한 켠에서 나타났다가 다시 중국으로 편입된 작은 나라가 아닌 우리의 정신을 가졌던 우리의 조상들이 세운 고구려를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책 맨마지막에는 고구려연표를 실었다. 기원전 37년 주몽이 졸본에서 고구려를 건국한 때 부터 668년 멸망시까지를 중국의 나라들과 흥망과 더불어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그 연표에 이 책 속의 인물들의 활동연대를 적어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되새겨볼 수 있게 하였다.

  고구려 역사에 대한 단 몇줄의 기록도 소중히 해야함을 이 책을 편역한 이명학교수의 발문을 빌어볼까한다: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 아래 계획된 것임을 익히 알고 있다. 이런 때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고구려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며, 그것을 알아가려는 차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 책 속 한 귀절
  창조리가 말했다. '임금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 仁한 것이 아니며, 신하가 임글메게 간언을 하지 않으면 忠이 아닙니다. 신이 이미 외람되게도 국상의 자리를 채우고 있으므로 감히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찌 감히 백성의 칭송을 구해서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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