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영화화 관련 인터뷰 기사를 보다, 완결 웹툰을 유료화해야 한다는 주장 강력지지. (인터뷰 내용은 대체로 공감. 웹툰을 영화의 원천소스로 보는 시각은 영화산업 종사자니 어쩔 수 없지만 물론 아쉬움.)


사실 완결 웹툰 유료화는 미디어 전환에도 유리한 측면이 많다. 웹툰 원작 만화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건, '거의 그대로' 영화화 되었을 때 이미 무료로 본 독자들이 만족하지 못한 데도 큰 이유가 있다. 예외는 '이끼' 정도. '타짜'는 웹툰이 아니고


특히 강풀표 영화들이 그 증거. 그나마 이웃사람이 흥행에 성공한 건 웹툰 유료화 이후 개봉한 첫 영화라는 점을 지적해 두자. 영화가 '이야기'를 그리는 한, 그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영화가 된 원천 소스의 접근성이 지금 웹툰처럼 0에 가까우면, 영화는 같은 설정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거나 적어도 결말을 달리하는 식으로밖에는 승부를 볼 수가 없다. 완결웹툰 유료화는, 그 접근성을 조절할 수 있는 시도로도 의미가 있는 셈.


영화화를 차치하더라도, 연재 후에 완전 무료로 볼 수 있는 게 웹툰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인터넷 시대 이전의 모든 인쇄연재물은 그 매체가 하드카피인 탓에, 연재 종료와 동시에 접근성이 거의 사라졌고, 단행본으로 그야말로 '부활'해 새 생명을 누렸다.


카피레프트를 지지하건만, 웹툰이 이렇게 무한정 공짜 매체가 되어가는 상황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그게 포털의 배만 채우는 상황인 판에는 더더욱. 창작자보다 게재자가 누리는 이익이 훨씬 더 많아지는 건, 카피레프트의 취지와도 아주 먼 이야기이고.






보너스로 현재 연재중인 웹툰 하나 추천합니다. 공포물이라 새벽 3시 반에 쓴 컨셉으로...(사실은 페이스북에 썼다 5시에 폭파한 글 옮김.)



저, 저는요 지금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근데 여긴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출입이 통제됩니다. 1시 전에 안나가면 5시까지 못나가는 거죠.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난 탓에 5시까지 있기로 했어요.

2시 반쯤, 공부하다가 잠깐 머리도 식힐 겸 웹툰을 보러 갔어요. 사실 웹툰(과 만화)로 글쓰는 게 또 하나의 업이라 웹툰 보는 것도 연구의 일환이긴 해요. 그래서 왠만한 웹툰은 거의 다 보려고 하는데, 다 볼 순 없으니 

새로 연재하는 작품들 중 10회 정도가 올라오면 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름 논문 쓰는 시간과 만화 연구하는 시간을 균형 잡히게 하려는 시도죠.

1시간 전에 보기 시작한 웹툰은 그런 조건에 맞게 11회까지 올라온 웹툰, '0.0MHz'였어요. 강풀이 추천한 공포만화라는 홍보문구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죠. 공포만화를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연구란 게 이것저것 다 지식을 쌓아두지 않으면 안되니까, 한 번 보기로 했어요.

근데요. 


11회까지 다 보고 나니까 얼른 집에 가고 싶네요. 5시까진 못나가는데 정말 집에 가고 싶네요. 1시간 반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네요.

한 번 보실래요?



0.0MHz

0.0MHz

글/그림
장작
연재요일
매주 일
작품소개
심령현상을 과학적으로 밝히려는 위험한 발상의 사람들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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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C 10호]에 게재한 1편에 이은 2편입니다.


1편: http://blog.aladin.co.kr/literaturer/5901624




상상된 살인마가 생산하는 것 #2

 

 

00

 

앞선 글에서 나는 제목 그대로 상상된 살인마가 생산하는 것에 대해 논해왔다. 앞글에서 그 생산물로 지목한 것은, 일종의 착시와 착각이었다. 한정해 말한다면 그 생산물은 진짜 큰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되는 일 바로 그것이다. 물론 강호순은 실재하며, 그가 벌인 범행 역시도 문제이다. 하지만 강호순이 용산참사와 같은 시기에 (BH의 의도에 의해) 미디어 속에서 활개를 치게 되는 바로 그 때, 용산참사를 만들어낸 그 누군가는 숨을 곳을 얻는다. 정치적인 상황을 더 명백히 밝히자면 살인청부업자 배태진이 연쇄살인마 권시우를 사람이 아닌 것으로 묘사하며 비난하듯, 더 크고 많은 죽음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강호순을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의 죄를 숨기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이 상상된 살인마가 생산하는 것이라는 점이 앞선 글을 통해 밝히고자 했던 핵심이었다.


그 핵심을 그대로 껴안고서 뒤이어지는 글을 시작하기 위해 상상된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가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상상되었다는 말은 그 자체로 그것이 실재하지 않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재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 그것이 구성되었고 그려졌음을 의미한다. ‘상상된(imagined)’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은 심상(心想), 묘사 등으로 번역되는 이미지(image)이다. 심상 이전의 물적 이미지는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그림으로 된 것이든 문자로 된 것이든, 어떤 묘사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그 묘사가 심상으로 화한 것이, 독자-대중의 상상(imaginary)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것은 마치 실체인 것처럼 착각된다. 잘 알려진 우화대로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질 때, 그 장님의 머릿속에서 코끼리가 나무 등걸과 같은 것으로 착각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시에, 착각을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다른 상상으로 이어지는 길을 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이 때 이미지는 단지 시선을 붙들어 맬 뿐이지만, 누구든 이 이미지를 계속해서 응시하게 되는 한 유사한 다른 쪽으로는 시선을 돌리지도 못하며 따라서 다른 상상은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 앞을 가리고 있다. 마치 배태진이 권시우와 그의 살인 행위를 보느라 자기 자신의 살인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이. 현실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강호순에 대한 기사가 연일 미디어를 장식하며 대중들이 그것에만 시선을 쏟게 될 때, 용산참사는 보이지 않고 공권력이 살인범일 수 있다는 상상 역시 불가능하다.


두 번째 글이 시도하는 것은, 이런 착시와 착각을 만들어내는 이미지, 즉 웹툰과 문화상품 속 상상된 살인마를 보면서 동시에 그 너머의 살인마를 보는 일이다.

 

 

 

11

괴물을 보고 싶을 때면,

창문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 조니 에크

(스테판 오드기, <괴물>에서 재인용) 


문화상품 속 살인행위 및 살인마의 심미화야말로 착시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과정이다. , 문화상품 속에서 이것은 강호순 사건 관련 뉴스를 유포해 이러한 착시효과를 의도한 BH와는 달리, 작가의 의도가 아닌 작품()의 유포에 의해 벌어지는 효과이다.


계속해서 응시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문화상품의 존속과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문화상품은, 특히 상상된 살인마를 그려내는 문화상품은 매력적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매력은 살인마 캐릭터를 심미적 대상으로 그려내고 살인 과정을 심미화하는 데서 부여된다. 역설적이게도 살인마와 살인 과정이 심미화되면 될수록 독자의 혐오는 증폭되는데, 이는 그 아름다움이 살인이라는 비도덕적 행위의 잔인성을 부각하기 때문이다.


<그림 1-1> ⓒ팀겟네임


<그림 1-2> ⓒ팀겟네임



 한편으로는, 살인마의 일상과 그 소유물들이 심미화된 퍼즐 조각으로 제시되면서 독자는 그 퍼즐 조각들을 살인 행위에 맞추어 조립하는 역할을 떠안게 된다. 이를테면, 오재욱이 늘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의 가죽 케이스도, 권시우가 잠을 자는 침대도 모두 살인마라는 그들의 정체성과 관계된 사물로 이해된다. 가죽 핸드폰 케이스는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피해자 여성의 살가죽으로 만든 것으로 여겨지며, 다른 소품이 일절 없는 방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권시우의 침대는 기분 나쁜 새끼라는 감상을 불러일으킨다.(<그림 1>) 미적인 것을 구성하는 가정 중 하나인 통일성이 살인마의 일상을 살인 행위와 연결 짓는 규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을 바라보는 응시 자체는 관음증이라는 도착적 감성과도 닿아있다. 작품 전체가 살인마의 삶을 분절적으로 바라보는 관음증적 응시이기도 하지만, 특히 살인 행위의 장면이 아닌 일상에 대한 응시는 살인마를 그의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삶까지도 바라보며 어떤 뒤틀린 이해를 도모한다는 면에서 더욱 도착적이다. (여기서 우리는 강호순 검거 후 그의 삶 가운데 살인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단서와 풍경까지도 사진기사화 되고 일상이 낱낱이 밝혀졌던 것을 상기할 수도 있다. 많은 증언에 의하면 그는 성실한 젊은이였고, 담배를 피우지 말고 오래 살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으며, 치밀하고 계획적인 인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상과 개를 안고 있는 사진 등은 그의 범죄와 연결되며 완전히 다른 기이하고 괴이한 느낌과 이해(“기분 나쁜 새끼”)로 전환된다.)


<그림 2> ⓒ순끼


이렇게 심미화된 응시는, 그 대상에 대한 집중을 강화하고 시야를 제한하여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응시는 이러한 효과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살인마임이 밝혀진 인물이 괴물로 인지됨과 동시에 그의 일상이 그 괴물성을 지지하는 근거로 작용하는 과정에서 괴물성을 잠시 배제해 볼 때, 그 응시가 드러내는 것은 그도 사람이다라는 당연한 명제이다. 이는 <치즈 인 더 트랩>(순끼, 2012)이 창조한 새로운 사이코패스 유정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이지적 지성과 유려한 외모에 재력과 원만한 성격까지 갖춘 완벽남 유정은, 홍설과 독자가 그에 대한 호감과 의심을 오가게 만드는 인물이다. 특히 <그림2>는 유정에 대한 호감을 자아내면서 의심을 무너뜨리는데, 이는 앞서 제시한 여러 엄친아적 요소와 달리 그의 평범함이 자아내는 효과다. 타인과 자신의 교감(사진)에 대한 응시에서 웃음을 머금는 그의 인간다운 평범함은 일차적으로 독자의 그에 대한 동일시를 형성하며 이후에 만들어낼 의심과 반전의 교두보가 된다. 인물에 대한 이와 같은 반응은 <그림 1>의 배태진이 보여주는 반응과는 정반대이다. (이 작품은 이 글의 주제에 수렴되지 않는 독특한 면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길게 논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유정은 아직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유년 시절의 스케치와 최근 연재분의 폭력적 응징 씬을 통해 괴물성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점, 그럼에도 독자와 홍설은 아직 그에 대한 인간적 호감을 거두지 못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시해 두고 다른 지면을 기약한다.)


다른 웹툰 속에서 살인을 저지른 인물들을 통해 살펴보아도 유사한 지점이 포착된다. <교수인형>(팀겟네임, 2006), <살인자난감>(꼬마비/노마비, 2011)의 주인공들은 살인마이지만 독자는 그에게서 공감을 철회하고 혐오로 태도를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스포일러 )



<그림 3> ⓒ팀겟네임


먼저 <교수인형>은 서스펜스 장르의 단골 아이템인 이중인격 및 형사=범인 공식과 영화 <올드보이>(박찬욱)의 최면요법 등을 서사에 상당히 성공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웹툰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4인방 중에서도 가장 중심인물인 주태일을 통해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종반부에서 그가 냉혹한 어린 살인마 붉은 KKK’(이하 KKK)였던 과거에 맞닥뜨리게 된다. 태일은 S대생으로 상당한 지적 수준을 소유했으면서도 동시에 털털하고 허술한 인간적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그를 서사 속에서 관찰해온 독자들은, 동일시까지는 아니라 해도 그가 KKK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 앞에서 그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어지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과거 KKK 일당의 피해자였던 김민수가 그들을 죽이려 할 때, KKK와 태일을 분리하여 괴물 KKK가 아닌 인간 태일이 죽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태일이 자신을 죽여 달라고 말할 때 가장 극적으로 질문된다.(<그림 3>) 민수의 대사에서 드러나듯, 태일이 자신을 괴물이라 승인하는 순간 그가 인간이라는 점이 강력하게 인식된다. 뉘우치는 것은 인간의 윤리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괴물이자 인간인 존재, 혹은 한때 괴물이었지만 지금은 인간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은 존재에게 죽음을 선고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답을 해야 하는 독자 그 자신이 인간이라는 동일성 안에 태일과 묶여있기 때문이다.


<그림 4> <살인자난감>은 우리가 스스로를 처단할 수 있는가 하는 난감한 질문을 던진다.

ⓒ꼬마비,앙마비


<살인자난감>(이하 <난감>)은 서사 전개의 순서와 설정이 <교수인형>과 정반대다. <난감>은 평범한 인물인 이탕이 미드 <덱스터>의 주인공처럼 살인마를 죽이는 살인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시간 순서를 따라 그려나간다. 뭐 하나 잘 하는 것 없는 편의점 알바생 이탕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지만, 알고 보니 자신이 죽인 자가 죽어 마땅한 살인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그는 자신이 잘 하는 것-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살인마를 감지해 내어 죽이는 일이라고 믿게 된다. 경찰 기록을 조회해서 자신이 죽여도 되는 살인마를 찾아내 죽이며 자신의 살인욕구를 해갈하는 덱스터와는 달리, 이탕은 누군가를 죽이고 보면 그 대상이 살인마임이 드러나며 개인적 욕구가 아닌 뒤틀린 사회적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 정의감과 사명감이 개인적 공명심(功名心)의 다른 이름임을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이탕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괴물-인간임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그의 평범한 과거와 살인 대상의 특이성을 지속적으로 응시해온 독자로서는, 작가에 의해 배심원으로 초청받고서도 이탕을 심판하기가 쉽지 않다. 강호순에게 당연히 사형을 내려야 한다고 부르짖고, 아동 성추행범에게도 화학적 거세로는 부족하다며 사형을 요구하는 독자라면 이탕을 숨은 영웅으로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 귀결인 마당에는 더더욱 그렇다. 다시 더더욱, 그런 독자일수록 살인마 이탕과 내면적으로 동일한 괴물적 인간이라는 점에서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괴물만이 아니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01=10 ?

 

잡담을 하고 싶은 사람은 잡담을 하고, 빈둥거리고 싶은 사람은 빈둥거렸지. 남의 시선만 끌지 않으면 되었으니까.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은 노래를 불렀어. 용기를 내기 위해 특별한 노래를 고를 필요는 없었어. 라디오에서 나오는 애국적인 노래라든지, 투치 족을 욕하거나 조롱하는 노래 같은 건 안 불렀지. 굳이 용기를 북돋울 노래가 필요한 건 아니었거든.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전통 가요 같은 걸 불렀어. 행진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거야. 그러다 늪지에 이르면 무작정 땅을 판 뒤에, 멈추라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릴 때까지 사람을 죽였어.


- 투치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복역 중인 후투 족 군인

칼의 계절(장 하츠펠트, 2003.)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여러 유형의 상상된 살인마들을 만나왔다. 이제 마지막으로 만나볼 유형은 바로 이런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가 살인마인 경우이다. <인터뷰>(루드비코, 2010)<멜로홀릭>(팀겟네임, 2011) 등의 작품들은 살인을 그리는 작가가 더 리얼한 묘사를 위해서 살인을 저지르고 그 과정과 피해자의 반응,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상황을 그려내는 것을 그려낸다. 다시 말해 살인을 그리는 작가가 그 작가적 생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필요했다는 것이 작품들 속에 내재된 살인마=작가의 논리이다. 살인마와 살인행위를 심미화 하는 양식 가운데 하나인 이러한 설정이야말로 내가 이 글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두 가지 테제를 명징하게 뒷받침하는 예이다.


<그림 5> 우발적으로 첫 살인을 범한 평범한 이탕과 연쇄살인마가 된 이탕

ⓒ꼬마비,앙마비


먼저는 앞서의 많은 작품들 속 살인마들을 응시하며 포착한 바대로, 인간과 괴물은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자면, 괴물은 평범한 인간의 다른 모습이다.(테제1) 이러한 점은 설혹 그가 사이코패스라는 괴물의 내면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그가 인간이 아니라고 단정 짓고 죽여야 할 대상이라고 판결 내리는 것이 불가능함을 강변한다. 괴물에 대한 교과서라 할 괴물(스테판 오드기, 시공사)의 마지막 챕터 <오늘날의 괴물>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 사이코패스 살인범영화: 괴물은 우리 가운데 있다를 소챕터로 하여 인간 안의 괴물을 고찰하는 것이 오늘날에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드러내듯이, ‘상상된 살인마가 생산해 우리에게 건네주는 또 다른 생산물은, 그것이 우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명백한 사실이다. 이는 더 중요한 다음 테제로 가는 다리를 놓는다.


괴물에서 <오늘날의 괴물>의 이어지는 소챕터인 대량 학살: 인간의 비인간성의 한 대목을 옮긴다. “크메르 정권의 킬링필드, 르완다 대학살, 소련의 굴락, 나치스의 대량 학살 강제수용소는 모두 평범한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라는 공통점이 있다.” 강정에서 국가공권력에 대항한 죄로 재판정에 선 문규현 신부도 최후진술에서 검찰과 경찰을 지목하며 유사한 견해를 피력했다. “나치 아우슈비츠 교도소장으로 유대인 학살에 앞장섰던 1급 전범 루돌프 아이히만은 재판에서, 자신은 죄가 없노라고 강변했습니다. 자신은 단지 히틀러의 명령을 수행만 했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재판을 지켜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악의 평범성을 주장했습니다. 자신을 구조와 체제의 부품 정도로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악의 집행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다리를 통해 걸어가 만날 다음 테제는 바로 인간이 악의 집행자가 되는 원리이다. 이는 작가=살인마와 같이 자신을 구조와 체제의 부품 정도로 생각하는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주체까지도 껴안는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가장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고자 할 때, 누군가 죽어나가는 일이 일어난다.(테제2) 사람이자 직업인이어야 할 주체가, 사람이길 포기하고 직업인으로만 그 정체성을 분할해 활동할 때 괴물은 만들어지고 그 괴물은 본인을 포함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이데올로기(ideology)가 정체성(identity)이 되는 순간부터 이드(id)라는 이름의 괴물이 깨어나 살인이 시작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원초적이고 쾌락원칙에 속한 이드는 끝없는 충족을 요구한다. 이 때 이드를 깨어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의 영역은 민족, 국가 등 익히 알려진 신념 체계와 함께 기업의 이익, 직업적 성공, 예술적 성취, 단체의 존속 등을 모두 포괄한다. 달리 말해 이데올로기는 개인 안에서 작용하는 전체이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활동 속에서 개인은 전체 속의 개인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다.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상상된 살인마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응시에 의해 뚫어진 살인마 뒤편에 서 있는 것은 전체로서 실재하는 살인마들이다. 우리는 눈을 돌리는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상상된 살인마를 통해서 이 실재하는 살인마들을 보는 데까지 도달했다. 지금 여기, 2012년의 대한민국에서 내가 가장 지목하고 싶은 실재하는 살인마는 공권력과 자본이다. 앞선 글에서 나는 용산참사로 대표되는 살인현장의 공권력을 상상된 살인마와 더불어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이번 글에서는 본문을 통해 상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자본을 그렇게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윤태호


<미생>(윤태호)의 한 장면과 함께 길었던 글을 마무리하자.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라는 부제로 未生을 뜻풀이하는 이 만화에는 이 글의 제재인 상상된 살인마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대척점에 있는 글자인 까닭에 장그래로 대표되는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이미 죽은 자의 분향소에 찾아간 이 장면은 생과 사가, 또 그 경계가 무엇인지를 날카롭게 질문한다. 그러나 이 무거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 글의 목표를 훌쩍 넘어서는 지점이기에, 좌상단의 문구에 주목하기로 하자. 해고는 살인이다 이 말대로, 이 영정은 살해당한 자의 초상이다. 그렇다면 살인범은 누구인가?

 



 

*변명 혹은 앙망문 - ‘상상된 살인마를 그린 작품들로 인해 독자들이 진짜 살인마를 보지 못하게 되는 효과를 밝히는 것이 앞선 글의 핵심이었다고 이번 글 서두에서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상상된 살인마를 그린 웹툰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데서 관심을 돌리게 만드는 나쁘거나 무용한 작품이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 문화상품 속에서 이것은 강호순 사건 관련 뉴스를 유포해 이러한 착시효과를 의도한 BH와는 달리, 작가의 의도가 아닌 작품()의 유포에 의해 벌어지는 효과이다.”라고 밝혔듯 그 효과는 작가의 의도와도 상관없으며, 작품 자체의 가치와도 거리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작품들은 예외 없이 극적 완성도가 뛰어나고 즐거운 형식 실험을 담은 이 장르의 보석 같은 작품들입니다. 제가 바라는 바는, 웹툰 작가들이 어떤 사회적 지향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보다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며 재미있고도 의미 있는 작품을 추구했으면 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이 쪽이 더 어려운 요구이긴 합니다만.) 비평은 작품이 나온 사후에 그 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논할 수 있으되, 작가는 그것을 참고한다 하더라도 엄격한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 글로 인해 작가적 상상력이 침해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독자 분들께는 조금 더 간곡하게, 작가님들이 힘들게 만든 작품을 조금 더 뚫어져라 응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뚫어져라 보다보면 어떤 작품이라 해도, 설혹 그것이 정말 쓰레기 같은 창작물이라 해도, 거기에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사회가 늘 포함되어 있으니,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만화 비평을 하며 지향하는 바는 바로 그것을’ ‘재미있게그리고 읽고 나눌 수 있는 만화 세상입니다. 서투른 글이나마 쓰며 돕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찰진 독해를 앙망仰望합니다.


 


  


 


 


루드비코, <인터뷰> 단행본이 출간되었는데 알라딘에는 없네요.

웹툰으로 꼭 보시길.


 


 


   

자본이라는 싸이코패스를 확인할 수 있는 쌍용자동차 문제와 관련한 책들



[SYNC 11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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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C 11호] 주호민 작가 인터뷰 sync_view


[sync_view 주호민]





[sync_view] 인터뷰는 inter-view, 곧 사이에서 보는 것이다질문과 답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그것이 인터뷰가 보여주는 사이의 시계(視界)이다. sync는 바로 그 사이에 존재하는 동사다사이에서 연결 짓기작가와 작품과 만화계와 독자그리고 사회를 서로 연동해 함께 보는 것이 [sync_view]가 지향하는 인터뷰의 형식이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주호민 작가 스스로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신화편>에 등장한다는 얘길 접하고서, 녹두생이를 태우고 하늘로 향하는 두루미일 거라 생각했다. 수십만 이상의 독자들을 한국 신화의 세계로 데려간 주호민 작가가 아닌가. 게다가 두루미가 녹두생이가 먹여주는 잉어 없이 날지 못하듯 그 역시 독자들의 서포트가 없었다면 신화의 세계로 데려갈 수 없었을 테니, 딱 들어맞는 은유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맞을 거라 자신하며 주호민 작가를 만났다.


  





*[sync_view] 첫 만남이라 인터뷰를 담당한 문er(toon_er)뿐만 아니라 싱크 이기진 편집장과 두 분의 독자가 특별히 자리에 함께 했다. 질문은 대부분 문er가 준비했으며 간간이 독자분과 편집장의 질문이 곁들여졌다. 개개인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문er와 편집장은 ‘sync’, 두 분의 독자는 독자로 표기한다.

 

 

1. <신과 함께> 막전막후

 

sync: <신과 함께> 완결을 축하한다. 독자 분들의 완결 감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 보자.


독자: 12시 넘어서 잘 이유가 하나 줄었다. (다들 웃음) 마감을 잘 지켜서 그렇게 늦게 자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쉽다.

 

sync: 정말 마감을 잘 지켰던 것 같다. 마감 어긴 걸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주호민(이하 주): 몇 시간씩 늦을때도 있었다. 그래도 날짜를 어긴 적은 없다. 늦으면 고료가 깎인다. (다들 웃음)

 

sync: 꾸준히 어기지 않고 올렸으니 깎일 일은 없었겠다. 야후 연재 시절의 전작들 <>이나 <무한동력> 때부터 주목 받았지만, <신과 함께>로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전과 비교하면 고료는 어떤가? <신과 함께> 전과 후 달라진 점이 많을 텐데.

 

: <신과 함께>부터는 작품을 한 타이틀만 연재해도 먹고 살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인 것 같다. <무한동력> 때는 세 작품을 주 4회 연재했다. <> 시즌 2<무한동력>, <스포쓰 뉘우스>(스포츠 토토)까지 했는데, 지금은 <신과 함께>만 해도 그때보다 고료가 더 많아서 먹고살기 좋아졌다.

 

sync: 또 어떤 점이 달라졌나? 그동안 성장한 부분이나 그 와중에 잃어버린 초심이 있다면?

 

: <> 같은 경우는 자전적이다 보니 전체적인 이야기는 딱히 짤 게 없었다. 경험을 소재로 50편 정도로 압축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거친 후에, 거의 그대로 그린 거였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작업이었다. <무한동력>도 사실 주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여기저기서 보던 이야기를 관찰을 중심으로 해서 그렸다. 친구들의 모습을 그렸다는 면에서 매우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판타지라고도 할 수 있는 <신과 함께> 같은 경우는 창작적 요소가 훨씬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신과 함께>를 하면서 이야기를 짜내고 (신화를) 재해석하고 하는 작업에서 재미를 많이 느꼈고 또 창작의 어려움에 부닥칠 때면 더 잘하고 싶단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스토리텔링과 스토리 구성, 이야기와 이야기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요령 같은 점에서 발전을 많이 했다. 그 와중에 잃어버린 초심이 있다면 이제는 돈이 안 들어오면 1픽셀도 못 그리겠다는 거다. (모두 웃음) 가끔 잡지사에서 인터뷰를 하면 4컷 만화를 하나 그려달라, 이런 요청이 들어오는데, 못 그리겠더라. (웃음)




sync: <신과 함께>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작가로서 저승편-이승편-신화편 어느 편이고 애착이 안 가는 게 있겠냐마는 그 중 가장 공을 많이 들였고, 스스로도 가장 의미있다고 여기는 편은 어느 건가?

 

: 아무래도 저승편이 첫 시즌이기도 했고 가장 완성도도 높았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 사실 저승편 같은 경우는 다시 그만한 재미로 그리기 힘들 것 같단 생각도 들 정도였다. 저승편이 제일 잘 나왔던 것 같다.

 

sync: 동감이다. 그렇게 훌륭한 저승편으로 시작해 이승편-신화편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저승편이 가장 거부감 없이 흥미로웠다면 이승편에서는 그 흥미를 발판으로 하고 새로운 캐릭터들-가택신-을 추가하며 그 매력을 잘 살려 사회적으로 약간 무거운 주제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신화편 또한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국 신화의 재해석임에도 앞선 두 편의 친근감과 연결성으로 인해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반응을 기획 단계부터 예상하고 있었나?

 

: 일부러 순서를 그렇게 짰다. 만약에 신화편부터 시작했더라면 독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뭔가 싶었을 테고, 이승편부터 했다면 너무 무겁고 재미가 없어서 후속편에 대한 기대도 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 순서로 했다.

 

: 완결 후에 신화편 엔딩에 대한 의혹이 있었다. 김자홍 씨의 얼굴이 강림 아내와 같다는. 세리 작가의 축전도 하나 있었는데. 물론 강림 아내 얼굴은 맥거핀 같은 거였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신과 함께> 속에서 숨겨졌던 관계가 드러나는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착각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저승편의 내복할머니가 이승편 동현이 할머니라거나, 용역 알바 뛴 학생의 작은 할아버지가 동현이 할아버지라거나. 동현이가 또 문왕신 녹두생이고 조왕신의 아들인 등등. 이런 관계의 숨김과 드러냄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효과들이 있다. 재미도 있지만, 이를테면 우리는 모두 이어져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효과 같은.

 

: 연결되게 만든 경우가 많다. 사실 신화편의 원전이 되는 여섯 개의 신화가 원래는 전혀 상관없는 각각의 이야기다. 거기에 조금씩 연결고리를 넣어서 하나로 관통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과양생이 경우도 차사 본풀이에만 나오는 인물인데 할락궁이가 나오는 이본 본풀이 마지막 생존자로 과양생이를 넣어서 연결을 했다. 과양생이가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이는 이유가 필요했다. 어떤 트라우마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가족이 몰살당하는 그런 식으로 연결을 시켜봤다. 이렇게 연결을 많이 시키니까 독자들이 이것도 떡밥이 아닐까 저것도 떡밥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하더라.(웃음)

 

sync: 게다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어서 독자들이 더 연결 지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마치 팬픽(fan fiction)이 매력적인 캐릭터에서부터 출발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처럼. 스스로 창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가 혹시 있나?

 

: 이야기 전체에서 적절하게 배치하는 데 신경을 썼기 때문에 하나를 꼽을 수는 없다. 다만 싸인할 때 그리는 캐릭터는 따로 있다. 주로 진기한 변호사나, 특히 여성 팬 분들은 해원맥을 그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차사전 이후로 해원맥의 인기가 늘었다.

 

sync: (독자에게) 혹시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나?

 

독자: 캐릭터보다는 전체적인 사회적 메시지에 관심이 많다. 영화가 <신과 함께>의 메시지를 얼마나 잘 담아낼까 기대가 된다. 혹시 애니로도 준비 중인지 궁금하다.

 

: 애니는 제의가 몇 번 왔지만 잘 안됐다. 어린이 용 아니면 투자가 많지 않아서다. 일본판 리메이크와 영화, 그리고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고 뮤지컬 쪽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sync: 일본으로 진출할 때 리메이크 된 건 왜 그런가? 직접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 나도 처음엔 의아했는데 잡지를 보니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영 간간 ヤングガンガン YOUNG GANGAN>이라고 20대 남성이 타겟인 청년지인데 타겟이 명확한 잡지는 선호하는 그림체가 있더라. 모닝 같은 잡지는 그림체가 다양한 편인데 청년지의 경우는 나쁘게 말하면 스무 작품이 한 사람이 그린 것 같을 만큼 그림체 비슷하다. (모두 웃음) 대부분 샤프한 펜선으로 그린 세련된 그림들이라 그 사이에 내 그림이 들어가면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다.



 

 



초심을 잃어버린주호민 작가가 돈이 안 들어오면 1픽셀도 못 그리겠다고 말할 때 그 솔직함에 웃음이 터지지만, 동시에 막막과 황우양(성주신)의 상황이 떠오른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때로 재능기부를 강요당한다. 진보적이라 할 수 있는 매체나 단체들마저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의 절박한 마음을 모르지는 않으나, 정당한 보수가 없다면 청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민망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말 필요한 일, 내 재능이 쓰일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는 결국 진짜 열정이 황우양에게서처럼 일어나기도 한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왜 하는지 모르게 하고야 말게 되는 거니, 그 일의 정당성과 내재적 가치(참여했을 때 재능기부자가 얻게 될 명예 따위의 반사이익이 아닌)가 충분하다면 뛰어들고야 만다. 주호민도 그렇다. 아니, 그의 만화 전체가 청유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인 재능기부인 것만 같다. 공적 사안에 대한 진보적 입장 혹은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가슴이 시키는 일이다. 그는 MB악법 반대 만화로, FTA 반대 만화로, 또 노컷툰 1인 시위로, 강정 구럼비 발파 때는 자연유산 폭파는 탈레반이나 하는 건줄 알았는데라는 트윗으로 공적 사안에 발언해왔다. 공교롭게도 주호민 뿐만 아니라 많은 만화가들이 그렇게 자발적으로 약자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sync_view]의 다음 대화는 만화()와 사회적 참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만화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2. 만화가 할 수 있는 것

 

sync: 만화가들의 직간접적인 사회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현황을 자평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한 마디 부탁한다.

 

: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만화로 표현된 창작물들이 많이 나온 편이다. 만화가들이 현안에 민감한 편이고 만화가 현안을 재빨리 잡아서 표현해 낼 수 있는 순발력 있는 매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반면, 너무 빠르다 보니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류가 있는 정보를 포함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순발력은 유지하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sync: 이삼십년 전에는 문학 작가들이 이런 비판적 발언을 했다면, 요즘은 젊은 만화가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왜 많은 만화가들이 현안에 민감하다고 생각하나?

 

: 만화가들은 세상일에 굉장히 민감한 것 같다. 골방에 박혀서 만화만 그릴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되기 때문에 잡식성으로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특히 시사적 문제에 민감하고 현실에 천착하는 문제를 그리는 작가인 경우 더 그런 것 같다.


sync: 주호민 작가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얘기일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관찰'을 통해 뭘 그릴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주제의식'은 어떻게 얻고 또 '관찰'과는 어떻게 연관시키나? '관찰''주제의식'보다 더 선행한다고 봐야 하는 건가?

 

: 관찰을 통해서 소재를 얻고 그것이 모이다 보면 기획이 되는 것 같다. <무한동력>을 예로 들면 주변 친구들을 관찰하면서 점점 문제의식도 쌓이고 소재를 얻다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무한동력 아저씨를 본 게 결정적으로 기획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걸 방아쇠라고 하는데, <신과 함께> 이승편 같은 경우도 가택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용산참사가 방아쇠가 된 경우다. 소재와 문제의식을 축적하고 있다가, 현실에서 방아쇠가 당겨지면 만화 기획이 되고 작품으로 나오는 거다.

 

sync: 만화가들의 이런 소수자, 외부자에 대한 편애는 만화가들 자체가 마이너리티의 삶을 경험해왔기 때문이라 보아도 되는지? 데뷔 전까지는 앞날이 막막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지 않나. 이런 경험적 현실에서 그런 시선이 나오는 것 같다.

 

: 만화가가 강자였던 적은 거의 없지 않나. 아마 그러다 보니 약자 쪽에 감정이입이 더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sync: 작가님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감수성에는 가족이나 환경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백기완 선생 같은 분을 어릴 적부터 봐왔다는 얘기도 들었다.

 

: 아버지께서 민중미술 하셔서 그런 분들과 왕래가 좀 있었다. 아버지 지인들로 인한 영향이라기보다는, 아버지 작품들에 사회비판적-풍자적 요소가 많은 편이다. 집에 관련서적도 많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근현대사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던 것 같다.


독자: 정치적 메시지가 웹툰 속에 반영될 때 가끔 불편하다는 댓글이 달리는 경우를 보게 된다. 만화로 선동한다거나 하는 댓글이 달린 걸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텐데.

 

: 신경 쓰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만화 속에 넣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의 문제인데, 연출 상으로 그런 정치적 메시지를 말풍선 안에 넣어버리는 건 정말 별로고, 상황을 보여주면서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게 더 이상적인 것 같다. 정치를 넓게 보나, 좁게 보나 하는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실 모든 행동과 판단에 정치적인 것이 개입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메시지를 넣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촌스럽냐 안 촌스럽냐에 더 신경을 기울이는 편이다.

 

독자: <26>처럼 좀 센 작품을 할 생각은 없나?

 

: 돌직구보다는 은유적으로 푸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sync: 은유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독자의 이해 능력을 필요로 한다. 잘 이해받고 있는 것 같은가?

 

: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이해도 자체가 매우 낮은 분들도 있긴 하다.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풍자적 요소를 캐치하지 못하거나 거부하면서 만화는 만화일 뿐이다. 재미로 봐야 한다라고 말하는 단순한 독자들이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이든 심지어 다큐멘터리라 하더라도 작가의 의도가 들어가지 않은 경우는 없다. 의도와 의중을 의식하면서 봐주는 독자가 아무래도 더 고맙다.

 

독자: 말씀하신 단순한 독자들까지도 볼 수 있는 매체가 바로 만화인 것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문학의 독자들보다 만화의 독자들이 더 스펙트럼이 넓고, 또 좀 더 단순한 독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게 문학보다는 만화이지 않나. 이건 분명 만화의 강점인데, 만화가 단순한 독자와도 성공적인 소통을 이루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안목이 낮은 독자도 그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요소들을 넣고, 또 그보다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 독자들은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만들고 있다. 무한동력 때는 부모님과 같이 살았는데, 당시 한 회 한 회 올리기 전에 어머님께 먼저 보여드렸다. 어머니는 만화문법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분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어머니가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이해가 되시도록 수정해서 올리곤 했다. 그렇게 좀 더 폭넓은 독자층이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리려고 신경을 썼다.

 

: 만화의 매력과 가능성이 바로 그렇게 넓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바로 그렇다 보니 또 사회적 영향력이 좋고 나쁜 방향으로 생겨나기도 한다. 최근 방심위가 몇몇 웹툰을 나쁜 만화로 낙인찍기도 했었다. <신과 함께> 같은 이로운 만화가 있는가 하면, 나쁜 만화로 낙인찍히는 만화도 있는 상황에서, 만화의 사회적 영향과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윤태호 작가님이 하신 말씀인데, ‘만화의 사사로움이 바로 그런 부분과 닿아있는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 등이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작가의 사사로운 생각이 개입될 여지가 적은 반면에 만화는 만화가가 마음대로 끌어갈 수가 있다. 대신에 망하면 혼자 망하는 거다. (모두 웃음) 이런 면에서 만화가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다. 한국 만화도 거의 100년이 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 등의 만화에 대한 인식은 좀 낮은 편이긴 하다. 만화 하면 이런 말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만화하면 아이들이나 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운운. 영화에는 그런 말이 안 붙지 않나. 이런 인식은 앞으로 좋은 만화가 발표되면서 바뀔 거라 생각한다. 지금도 10편이 넘는 작품들이 영화로 이어질 만큼 만화의 가치가 (문화산업 내부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고, 일반 독자들의 인식도 많이 열린 것 같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만화 본단 얘기도 잘 안했는데, 요즘은 좋은 웹툰 추천하기도 하고 공유하기도 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그렇게 독자층도 많이 넓어지고 했으니 가능성도 더 커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sync: 만화의 앞길에는 평론의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 맞다. 웹툰 시장이 커진 것에 비하면 평론가로 활동하시는 분도 손에 꼽는다. 김낙호 씨, 박인하 교수, 서찬휘 씨... 그래서 윤태호 작가님이 그것도 만들어보려 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웹진 같은 전문평론지면을 만든다고 하더라. 겉핥기 식이 아니고 한 번에 만화 하나씩을 들이파는 식으로 뭔가 준비한다고.

 

sync: 윤태호 작가는 정말 바쁘겠다. (웃음) 평론에 관해 주작가의 생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 독자들이 읽어내지 못하는 부분을 좀 설명해 주는 그런 역할, 그러니까 좋은 만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넘어서 안목이 있는 독자만이 찾아낼 수 있는 작가들이 숨겨둔 장치나 코드 등을 평론가들이 해석을 해주는 것도 좋고, 그런 점에서 평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잡지들이 감독의 의도나 뭐 심지어 영화제작의 뒷이야기 같은 걸 짚어주는 것처럼 평론이 활발해진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보는 눈 - 안목도 높아지게 될 것 같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꿈이 없었다면, 해몽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또다시 하지만, 꿈은 해몽 없이는 그저 한 밤에 꾸었던 꿈일 뿐이다. 언젠가는 잊혀지고 말 기억의 파편이다. 꿈은 해몽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찾고, 더 오래 기억된다. 주호민 작가가 신화편을 마치며 후기에서 대별소별전의 한 장면을 해몽해 주자, 독자들은 대별소별전을 되새겼고 대별소별전은 소비되고 말 한낱 이야기가 아닌 꿈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꿈을 담은 이야기. 하지만 작가가 늘 해몽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작가의 해몽만이 늘 최상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독자가 스스로 찾은 고유한 해몽이 그 독자에게는 더 의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독자들이 스스로 해몽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평론가에게 요청된다. <신과 함께>와 같은 좋은 꿈이 그냥 소비되어 잊혀지는 만화가 아닌 독자들이 새로이 꾸는 꿈이 될 수 있도록.


 

이와 함께 강조해야 할 것은 만화가들이 계속 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화가들이 소비되기 좋은, 소위 팔리는만화를 그리는 데 급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만화가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며, 만화로 먹고살기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어야 한다. [sync_view]의 마지막 대화는 웹툰과 함께 새로운 유통망과 시스템이 생겨나고 있는 만화계에 대한 검토와 전망이다.

 

 


3. 만화가의 권리 지키기 - ‘만화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sync: 강풀, 윤태호 작가 등과 함께 누룩미디어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호민 작가가 노예계약 1라던데, 누룩미디어가 어떤 곳이고 어떤 지향을 지니고 있는지 등을 설명해 달라.

 

주호민: 20095월에 설립했다. 그 전에도 에이전시가 있었지만 만화가들 등골 빼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만화가가 만들면 만화가들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러니까 가장 좋지 않겠나 해서 강풀, 양영순, 윤태호, 박철권 작가님 등 만화가 4명과 비만화가 2명이 공동투자 해서 만들었다. 주로 하는 일은 저작권 관리, 해외진출 이런 쪽이고 지금은 웅진과 제휴를 맺어서 소속 작가 책은 재미주의에서 내고 있다. 내 경우도 <신과 함께> 영화 판권 등은 누룩이 관리한다. 중국 진출, 이모티콘 같은 캐릭터 상품도 관리해 주고 있다. 앞으로는 기획까지 아우르는 편집부의 역할까지 하는 게 지향점이라면 지향점이다. 하지만 아직은 규모도 있고 전문 인력도 필요해서 지금은 저작권 관리만 하고 있다.

 

sync: 강풀, 윤태호 작가를 비롯해 사회적 의식이 깨어있는 작가들이 눈에 띄는데, 그런 의식도 공유되고 있나?

 

주호민: 정치적 지향을 공유하진 않는다. 다만 만화가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은 있다. 윤태호 작가님 등 다들 당한 기억이 너무 많아서 후배작가들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만화가뿐만 아니라 출판노동자 전반에 있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다들 모이면 조금이라도 잘 대응할 수 있지 않나 한다.

 

sync: 노동조합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역할을 하려는 것 같다.

 

: 실제로 윤태호 작가님이 관심이 많아서 그런 조합 혹은 웹툰 협회 같은 걸 만들어 볼 계획이신 걸로 알고 있다.

 

sync: 유사한 예로 카툰부머도 있다. 젊은 웹툰 작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활동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내부 소통의 공간으로 유용해 보인다. 몇 달마다 포럼도 하고. 주작가도 발표를 했는데 어떤 발표였나.

 

: 활동도 많고 참 좋은 그룹이다. 내가 했던 발표는 만화에서 정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거였다. 만화의 주제나 작가의 생각을 말풍선 속에 그대로 쓰는 건 촌스러운 일이다 정도의 애기를 했다.

 

sync: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누룩미디어나 카툰부머의 활동도 있고, 웹툰이 이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 같다. 방심위 발 압박에도 힘을 합쳐 잘 대응하는 등 앞으로 웹툰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럼에도 웹툰 산업 내부 종사자로서 느끼는 문제점이나 위기감이 있다면?

 

: 작가들이 포털에서 나오는 고료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포털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야후와 파란이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면서 웹툰을 더 이상 서비스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네이버나 다음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만화 자체로 수익이 나는 상황이 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sync 고료와 수익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웹툰에 대한 포털의 고료는 웹툰으로 인한 독자 유입 및 광고 효과 등에 대한 대가이며만화 자체의 수익은 마치 단행본 인세처럼 작가의 작품 활동 그 자체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 그래서 현재 강풀 작가님을 필두로 해서 완결 웹툰부터 유료화를 조금씩 하고 있다. <무한동력> 같은 경우도 네이버에서 재연재를 하는데, 매주 올라오는 연재분은 무료로 볼 수 있지만 완결된 내용을 한꺼번에 다 보기 위해서는 결제를 하고 전자책처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단행본으로 출간이 되었거나, 연재가 마무리된 작품에 대해서는 점차 유료화 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sync: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만화가의 10%가 파이 가운데 90%를 가져가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예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어떤 식으로 해결해 갈 수 있을까?

 

: 최근 네이버 베스트도전 만화를 네이버 앱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좀 문제가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베스트도전 정도의 작품이라면 다른 창구로 서비스 되는 데 대한 고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물론 베스트도전에 올라가는 작품에 대한 기준을 좀 더 확실히 하는 등의 조치가 따라가야겠지만, 도전 작가들의 최저생계비라도 보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니까, 만화를 하려는 사람은 만화 학과까지 해서 점점 늘어나는데 연재처는 제한되어 있고 등용문이 너무 좁다. 상황은 이런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윤태호 작가님을 비롯해 고민은 계속 하고 있는데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sync: 만화가 한 사람 한 사람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두루미도 잉어가 없으면 못 날아가는데 말이다. 두루미 얘기가 나온 김에 신화편에 등장한다던 주호민 작가를 본 딴 캐릭터가 두루미가 아닌지 묻고 싶다. 독자들을 신화의 세계로 데려가는 존재이자, 독자들이 먹여주는 잉어가 필요한 존재 두루미, 아닌가?

 

: 사실 다른 캐릭터인데 그걸로 하자. (웃음) 사실은 할락궁이전의 천년장자 집에서 나오는 광대다. 재미없다고 손 잘리는. 천년장자가 저 재미없는 광대의 손을 잘라라라고 말하고 나를 닮은 광대가 끌려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은유다. 저 재미없는 만화가의 손을 자르라는.(웃음)

 


 

 

아직 손이 잘리지 않은 광대주호민은, 그만큼 재미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작가였다. 저 애처로운 광대를 그린 것은 천년장자와 과양생이 같은 악인에게까지도 재미를 안겨주고 싶다는 작가적 자의식의 소산이 아니었을까. <>, <무한동력>, 그리고 <신과 함께>까지 그가 보여준 이야기들은 그만큼 폭넓은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갔을 거라 믿고 싶다. 다소 감상적일지는 모르나 그의 웹툰은 문학을 공부하던 문er가 만화와 그 세계를, 그리고 만화를 읽는 독자의 변화를 진지하게 연구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만큼 가치 있는 것이었으므로, 그리 믿고 싶다.





주호민 작가와의 [sync_view]는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우리네 사람들의 생애를 아우르는 관///제를 만화로 다루고 싶다는 그는, <무한동력>으로 88만원 세대 청년들의 관례冠禮, <신과 함께>로 죽은 이들을 둘러싼 제례祭禮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다음 작품은 결혼 이야기(혼례婚禮), 친지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상례喪禮)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 한다. 조금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나, 추후 작품의 재미를 위해 소소한 비밀로 남겨둔다. 잘못 짚었지만 썩 틀리지는 않은 두루미의 다음 날갯짓을, 그리고 재미없음을 두려워하는 광대의 다음 재주넘기를 기대하며, 첫 번째 [sync_view]를 가름한다.








- 만화카페 한잔의 룰루랄라에서.

 

* 인터뷰 사진은 김형욱 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인쇄본에 제 실수로 사진 찍은 분을 밝히지 않은 점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주호민 작가의 만화들


  

 

 


신화편, 신과함께 박스 세트는 11월 중순 출간 예정이랍니다. :)

출간되었어요!! 11월 15일까지 예판 중.





전체 박스세트도 일단 등록은 된 것 같은데...  ▼

 

이미지가 붙지 않은 박스세트(판매 예정)

 

펼친 부분 접기 ▲


만약 신과함께에 추천사를 남길 수 있다면 이렇게 남기고픕니다.


주호민의 만화들은 '연대'를 그려낸 만화의 무척 좋은 예다. 특히 <신과 함께> 저승편과 이승편은 '외면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을 외면하지 못하고 뛰어들고 만 신들을 그렸다. 그리고 신화편은 그 신들은 왜 '외면할 수 없고' '연대할 수밖에 없는가'를 그들의 과거를 통해 확인한 셈이다.



[싱크 11호]에 게재된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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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책연표(http://blog.aladin.co.kr/Chronicle)란 게 있어서 한 번 눌러봤다가 초큼 놀랐다.


2012년부터 시작해 시간을 거슬러 마우스 휠을 내리며, 

'알라딘 서점 창립일 정도까지 가려나?'


했지만 1990년대가 뙇. (유시진, '윙크'에 <쿨핫> 연재 시작이 책연표에! ㄷㄷㄷ)

 

10대 시절 깜짝 놀라며 읽었던 <쿨핫>.

정말 뜸하게 나왔었는데, 6권 이후로 안 나오고 있다는 서글픈 사실.


'오호. 흥미로운데 그럼 해방 직후까지나 근대 초기까진가보군.'


하며 휠을 내리는데 1940년대(윤동주, <별 헤는 밤> 출간!)를 지나  


1900년대(이인직, <혈의 누> 만세보(萬歲報)》에 연재!)도 가뿐히 지난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책이 대부분이라

'한국'책연표인줄.


'이거 어디까지 가는거야?' 하며 내리는데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자본> 출간 대신 이게 있는 건 왤까.)에, 홉스의 <리바이어던>에,


율곡의 <격몽요결>에, 플라톤 <국가론> 까지...


  


  

  

갈색 표지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라 무료로 볼 수 있는 전자책(영어 혹은 독어일듯)

똑같은 표지가 둘인 <국가론>은 인쇄본과 전자책



그러고도 조금 더 내려간다. ㄷㄷㄷ


저자들 생몰이 끼어있다는 점은 장점보단 단점 같고 작가와 작품 중요도를 감안할 때 밸런스가 요상하지만, 


한 번 훑어볼만한 '무지 간추린' 책의 역사.


주제(장르) 별로도 볼 수 있다. -> 만화책연표 / 그래픽노블연표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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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 - 입사부터 퇴사까지
권정임 지음 / 생각비행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실용서를 싫어하더라도 직장인이라면 사 둡시다. 쓸 데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주휴' 제도를 모르던 당신이 이 책을 만난다면? 혹여나 못받았던 주휴수당을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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