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

제15호

2013년 7월

판형 4×6배판 | 320쪽 | 가격 10,000원

출판사 (주)이미지프레임/길찾기

ISSN 2233-4343 14

주소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용마2로 3

전화 02-3667-2654 / 팩스 02-3667-2655

싱크블로그 http://blog.naver.com/synctoon

이메일 synctoon@naver.com

편집인 이기진

발행인 원종우

[출처] [발간 안내] 싱크15호|작성자 싱크


http://blog.naver.com/synctoon/50175444165



목차

연재만화A

● 망월_5‧18기념재단, 김성재, 변기현

● 해빙기_탁영호

● 굿모닝 예루살렘_기 들릴

● 키워드 역사B화 :당신의 소유물, 노예_오지훈

연재만화B

● 곰선생의 현대문학 명랑 해제-만세전_글 · 이정호/ 그림 · 김경호 :

● 보리 서점_박민선, 선명화 :無

칼럼

● 김낙호의 코미데올로기 -지속에 대하여_김낙호

● SYNC CRITIC -좋은 만화와 ‘좋은 만화’_조익상

● 오독(誤讀)의 탄생 체르노빌의 봄_갱

● SYNC만화경

인터뷰 SYNC View

● 기타등등의 사람들과 맺는 유대- 손규호 작가편 _문er

독립만화극장

● 돌팔醫 허당_무동이 화실

[출처] [발간 안내] 싱크15호|

작성자 싱크


인문만화교양지 싱크 잠정 휴간 및 재창간에 대한 안내 말씀

http://blog.naver.com/synctoon/50175444941

도 함께 읽어주세요.




싱크 만화경



오영진 지음, <어덜트 파크>(창비)

SF 소설가 테드 창의 말을 잠시 빌려보자. 자동차를 소재로 소설을 쓰는 17세기 작가가 세상에 단 하나 있는 자동차로 예쁜 여자를 구하고 악과 싸우는 이야기를 쓴다면 그것은 판타지다. 하지만 그가 쓴 것이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가지고, 운전면허증과 자동차 기업이 생기고, 교통체증과 교통사고가 일상이 된 세계라면 그것은 SF다. 오영진의 만화 <어덜트 파크>는 그 사이 어디엔가 있다. 대화가 가능한 로봇이 소수 개발되어 대화를 제공하는 상품이 된 근미래가 배경이다. 이를 제외하면 지금과 다르지 않은 삶이기에, 이 설정이 SF보다 더 핍진한 현실 감각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곧 현실 속에 일어날 법한 일을 보통 사람들의 지친 삶을 중핵으로 하여 그린 풍자가 매섭고 흥미롭다.




루드비코 지음, <인터뷰>(세미콜론)

최근 다음 웹툰에서 <루드비코의 만화영화>와 <만화일기>를 연재하고 있는 루드비코는 원래 서스펜스 추리극을 아주 잘 그리는 작가였다. 그래서 일상툰에서도 독자와 밀당을 잘 하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뷰>는 그의 이름을 결정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드디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설명을 하면 할수록 스포일러가 난무하게 되는, 숨겨진 비밀이 많은 작품이라 그 스타일과 구성을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마치 영화 같은 연출 가운데 중첩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복선으로 기능한다. 꽉 짜인 플롯을 따라가다 뒷통수를 여러 번 맞다 보면 루드비코가 왜 “독보적인 스타일”의 신예작가로 불리는 지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거나 서스펜스 스릴러물을 좋아한다면 꼭 찾아볼 것을 권한다.



반 토시오, 테즈카 프로덕션, 아사히 신문사 지음, 김시내 옮김,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1>(학산문화사)

만화의 신! 테즈카 오사무의 일대기를 만화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전 4권으로 발행되는데, 각권표지는 아톰, 블랙잭, 붓다, 불새 등 그의 대표작 내지와 캐릭터들로 꾸며질 예정이라 한다. 이번에 나온 1편의 표지를 장식한 캐릭터는 아톰이다. 데즈카 오사무가 어린 시절 만화가를 꿈꾸는 때부터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계속 만화를 그리는 모습이 데즈카 스타일의 그림 속에 담겨 있다. 완전히 같지는 않으나 칸과 칸의 배치와 연출, 캐릭터의 동작이 데즈카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2권 이후부터 본격적인 만화가이자 애니메이터로 활동할 그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만화의 과거, 현재, 미래 - Comics, the invisible art> 展

청강대학 교내 청강만화역사박물관

2013년 6월 20일~2014년 5월 20일

젊은 만화의 작은 요람으로 기능하고 있는 청강대에서 야심찬 전시회를 기획했다.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만화가의 작품들과 길찾기를 비롯 만화전문 출판사의 대표작을 한데 모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조망하는『만화의 과거, 현재, 미래-COMICS, THE INVISIBLE ART』展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청강만화역사박물관 제13회 기획전으로 마련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었던 만화 속의 다양한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만화의 ‘현재’와 ‘미래’를 각각 만화 출판사와 작품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특히 만화의 미래 섹션은 디지털, 영상화, 새로운 소재, 글로벌, 그리고 예술과 접목을 보여주는 인기 웹툰과 출판만화 작품들로 꾸려 한국 만화의 미래를 예측한다. 청강만화역사박물관장을 겸직하고 있는 청강대 박인하 교수는 “21세기 이후 만화는 교육, 영상, 디지털, 예술 등과 융복합되며 새로운 가치를 평가 받고 있다”고 평하며 “이번 전시회는 과거의 유산에서 오늘날 만화의 현황과 미래의 시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를 비롯, 정철(<본초비담>), 이종범(<닥터 프로스트>), 이종규, 이윤균(<전설의 주먹>) 등 웹툰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과 미국잡지 <엔 프레스> 연재작 <맥시멈 라이드>의 이나래 작가 등이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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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썼다 말았다 하며 블로그를 운영하다 네이버가 못마땅해 알라딘으로 넘어온지도 그럭저럭 1년이 넘었겠다.


이곳, 알라딘 서재는 책 읽는 사람에게 정말 좋은 공간이 확실하다. 검색 유입 수가 좀 떨어지는 게 함정이지만, 그 함정에도 불구하고 떠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을만큼, 정말 좋다!

허나, 여긴 예전에 더 좋았던 것 같다.

친구가 오래 전부터 쓰던 서재를 들락날락 했던지라 대충은 분위기를 알았지만, 2011~12년 이전의 알라딘 서재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건 너무나 아쉬운 일이란 게 지금 와서야 느끼는 소회.

당시 분위기를 오래 전부터 활동해 온 분들의 서재에서 간간이 엿보고 있는데... 이건 뭐 지금 페이스북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그보다 천배는 더한 관심과 열정으로 나눠온 게 아닌가.

요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그때보다 약간 식은 듯하지만, 그래도 오래된 서재인은 과거 분위기의 반절은 지금도 누리시는 듯하여 부러울 따름.

하여, 너무 늦게 온 낙원에서, 늦은 발걸음을 아쉬워하며, 앞으로는 쓸 일 없을 '소회'를 한번쯤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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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 14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어두운 만화들 - 우리집검둥이 이야기

 

1.

 

어린이 장기밀매를 소름끼치도록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 어둠의 아이들의 작가 양석일이 독자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이 소설에서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둠의 세계를 묘사했습니다. 어둠에 사는 사람은 빛의 세계가 대단히 잘 보입니다. 그러나 빛의 세계에 사는 사람은 어둠의 세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2.

 


사이바라 리에코의 만화 우리집은 독자를 어둠의 세계로 데려간다. 작품 속 우리집을 중심으로 한 어둠의 세계에서는 온갖 어두운 일들이 벌어진다. 살인, 인신매매, 강간, 매매춘, 사기, 마약, 도박... 짧은 단어로 표현하면 너무나 무서운 행위들이다. 그런데 우리집의 어른들이 이런 무서운 행위들을 저지르면서도누군가를 보살피며 살아가는인간적 면모를 보여줄 때, 이 무서운 행위들도 어딘가 사람의 보편성과 닿아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말하자면, 인간은 정말 선하고 악하다. 마치 룸살롱에서 일하는 누나가 섹스를 하고서 사온, 그래서 니타와 잇타에게 정말 맛있고 정말 맛없는케이크처럼 말이다.





한 사람 안에도 착한 인간과 나쁜 인간이 공존한다. 고이치 형은 톨루엔(본드의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주성분)을 팔지만 마약은 팔지 않는다. 이 약팔이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일회용휴지를 나누어주지만 여성과 아이에게는 주지 않는다. 악을 행할 때에도 선을 지키는 원칙이다. 주인공 니타의 형 잇타는 누나와 동생을 위해 돈을 벌려고 집을 나가 고이치 형과 함께 활동한다. 구역을 관리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차에 일부러 부딪히고 칼로 사람을 찌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잘해주기만 한다.





마찬가지로 인류라는 존재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생명을 잉태하는 자와 생명을 죽이는 자가, 환경을 지키려는 자와 환경을 이용해 이윤을 만들어 내려는 자가, 어둠의 세계를 그려서 빛의 세계에만 있는 독자들이 못보던 것을 보게 하려는 작가와 어둠의 세계를 왜곡하고 선정적으로 묘사해서 빛의 세계의 독자들이 그 어둠을 이야기 속에서까지 착취하게 만들려는 작가가 모두 존재한다. 앞서 얘기했듯 심지어 그 둘은 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잉태하는 자와 죽이는 자가 같은 한 사람일 때, 잉태의 값은 지워버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는 살인자로만 평가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우리집의 미추(美醜)가 엮어내는 감동의 힘이다. 쓰레기로만 바라보던 공간에 꽃도 피어 있고, 지상 최악의 악한으로만 생각했던 이에게도 선한 면모가 있다는 것을 독자가 인지하는 순간, 어둠의 세계와 빛의 세계의 공간적 거리가 짧아진다. 두 세계에 사는 이들이 모두 인간이라는 것이, 그냥 타인이 아니라 동일자인 타인임이 드러난다. 사르트르의 유명한 말처럼, 타인은 지옥이다. 하지만 나 역시 그 타인의 지옥이라는 점에서 나와 타인은 같다. 우리는 지옥으로 만나 서로의 동일성을 확인한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를 껴안을 수 있다. 니타처럼, 슬플 때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웃을 수 있다. 어둠을 인정하며.

 



3.

 

(검둥이 이야기관련 스포일러 있음)

 

최근 완결된 웹툰 검둥이 이야기』(이하 검둥이』)는 제목처럼 어둡다. 윤필 작가의 전작 흰둥이, 야옹이와 흰둥이의 세계도 밝지만은 않았건만, 검둥이는 확실히 더 어둡다. 그 세계 속에서 독자들은 돈의 추악함을 본다. 물론 돈은 인류만의 문화다. 아니, 그러고 보면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돈의 추악함이 아니다. 투견장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며 이건 모두 돈 때문이다.”라고 생각했던 검둥이는 싸움 막바지에 이르러 철창 밖 사람들을 보며 깨닫는다. “돈이 나쁜 게 아니라, 저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손이 나쁘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 손은 돈을 쥐게 되는 그 순간 악으로 물드는 것일까?


   

 



검둥이의 세계는 흰둥이의 세계와 닿아있다. 검둥이흰둥이의 사이드스토리로서, 흰둥이가 크게 아팠을 때 치료비를 대준 수수께끼의 누군가가 바로 검둥이였다는 점에서 흰둥이이야기와 이어진다. 독자 입장에서 정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단순한 연결점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치료비는 두 세계를 이어줄 뿐만 아니라 검둥이의 주제의식을 선명히 살리며 작품이 끝나고 난 뒤에도 흰둥이의 독자가 검둥이의 세계를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치료비는 돈이다. 돈의 용처에 따라 그것은 도박의 판돈이 되기도 하며 치료비가 되기도 한다. 다시 또 돈은 출처에 따라 도박에서 딴 돈이기도 하고 뺏은 돈이기도 하며 노동으로 번 돈이기도 하다. 검둥이의 이 장면에서 그것은 사채업자가 벌어들인 검은 돈이며, 검둥이가 자신의 몸을 담보삼아 빌린 돈이며, 흰둥이의 생명을 살리고 미래의 눈물을 그치게 한 착한 돈이다. 그 치료비의 출처와 용처가 극과 극이기에, “돈을 쥐고 있는 손의 악덕이 다시 한 번 폭로된다.




쥐고 있는것은 출처와 용처와 상관없는 소유욕의 실천이다. 특히 투견 도박에서 그 손은 돈을 더 많이 쥐기 위해서만 쥐는 행위를 잠시 그만둔다. 돈에 대한 소유의 열망, 그것이 돈을 쥐고 있는 손의 악덕이다. 그것은 돈을 더 많이 불리기 위한 용도 외에 다른 용처를 찾지 않는다. 그것은 출처를 상관하지 않는다. 불법성도 비인간성도 동물의 죽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만 쥘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가하다. 누군가가 죽어가도 그를 치료하기 위해 돈을 놓지 않는 것이 그 손이다. 그런데 검둥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바로 그런 손을 가진 것만 같은 인물, 사채업자를 따라간다. 이 만화가 정말로 어두운 만화라는 점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검둥이가 착하기 위해 악할 수밖에 없는 이 마지막 상황은, “흰둥이가 있는 곳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는 검둥이의 세계를 아스라이 그려내며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검둥이가 흰둥이의 하모니카를 들으며 방긋 웃을 때 가슴 뭉클했던 독자들은, 검둥이가 바로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서, 사냥꾼의 일을 돕고 투견을 하며 주인의 돈을 벌게 해주듯 사채업자의 일을 돕게 될 것을 가슴 아파한다. 비록 미래처럼 검둥이라고 불러주는 남자이건만, 할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몸을 팔았던 검둥이가 다시금 흰둥이를 위해 몸을 파는 이 상황은 좀처럼 견디기 어렵다. 이렇게 만화가 끝이 나면서, 검둥이의 어두운 세계는 흰둥이의 조금 더 밝은 세계, 독자가 살고 있는 어둡고도 밝은 세계를 드러내며 이어진다. 어두운 만화로서 그 존재의의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어둠까지도 환히 보이게 하며.

 



4.

 

 

사실 서두에 인용한 양석일 작가의 말에는 한 구절이 더 있었다.

 

이 소설에서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둠의 세계를 묘사했습니다. 어둠에 사는 사람은 빛의 세계가 대단히 잘 보입니다. 그러나 빛의 세계에 사는 사람은 어둠의 세계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보려 하지도 않습니다.

 

빛의 세계에 살면서 어둠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모르며 그것을 보려 하지도 않는 이들에게, 양석일 작가는 어둠의 아이들을 보여주었다. 사이바라 리에코는 우리집을 윤필은 검둥이를 보여주었다. 그 세계에는 가난이 가득하고, 사람이 사람과 생명에게 저지르는 폭력이 가득하다. 그 어둠의 기원을 미묘하게 드러내며, 어둠 그 자체로 독자를 울고 웃게 만든다. 물론 빛의 세계에 사는 독자들이 이 작품들에서 이야기만을 보고 그 속에 담긴 어둠을 외면하지는 않았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장치는 외면하는 독자들마저 직면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정말로 어둠을 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비평은 그저 조금 거들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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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61호](2013.6.1) 책 소개 코너에 재능기부한 글. 책 소개 글 나오고 1달이 지나고서야 실제 책이 출간되었다. ㅜ.ㅜ








안토니오 알타리바 글, KIM 그림, 해바라기 프로젝트 번역,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길찾기)

 

문학과 만화의 경계를 허물고 비상하는 작품을 만났다. 문학과 만화 사이에 어떠한 위계도 설정하지 않고서 말하건대, 만화와 문학이 각각 이룰 수 있는 성취에 최대공약수가 있다면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 바로 그것이다. 스페인과 유럽에서는 실패와 고통 속에서 살아간 모든 이들에게도 엄연히 존엄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2010년 스페인 문화부 만화작품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수상했다.







스페인어 원제가 <비행의 기술>인 이 만화에는 20세기 스페인과 유럽의 혼란스러운 역사 속에서 날고 싶었으나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비극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인공 안토니오는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정권의 폭거 가운데 20대를 보내야 했다.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끝에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포로생활까지 겪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도 현실은 여전히 비루했다. 전쟁 속 삶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였다면, 전후 프랑코 독재 치하 스페인에서의 삶은 <, 생존자(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정서로 가득 차 있다. 죽어간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을 안은 채로 살아가기를 결심한 주인공이지만, 이제는 서로 착취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조차 없는 현실 속에서 비상의 욕망을 억누를 수밖에 없다. 이 시대적 우울함과 날아오르고픈 욕망 사이에서는 1만 킬로미터를 가로질러 우리 식민지 시절 이상의 <날개>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이처럼 문학적 향취를 담고 있으면서도 허영만의 <! 한강>과 아트 슈피겔만의 <>와 같은 만화 걸작들의 설득력에 버금가는 놀라운 힘을 느끼게 한다. 만화로는 드물게 대사와 지문의 양이 상당한 편이어서 독자로서는 시작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도 모르게 주인공에게 깊이 이입하고 만다. 90년 동안 낙하한 생애를 그린 이 만화는,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자를 함께 낙하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히 실화의 힘이다. 하지만 그 실화를 만화 시나리오로 승화한 이가 바로 그의 아들 안토니오라는 점은 그 실화를 더욱 진솔하고 끈끈하게 만든다. 그림을 그린 KIM의 아버지 역시 프랑코 정권에 희생당했다고 하니, 패배자의 아들들이 만든 이 작품은 마치 부모의 넋을 기리는 제의와도 같다.




   




이처럼 죽기까지 평생 추락과 낙하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날아보려 했던 스페인 아나키스트의 삶은 아들을 통해 결국 날아올랐다. 스페인 못지않은 격동의 한국 근대를 살아간 우리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삶, 빅판 아저씨들의 삶을 잠시 떠올려 본다. 지금 2013년의 한국이 그분들의 삶의 주름과 이어져 있기에, 젊은 우리 역시도 이 작품에서 묵직한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우리는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두 안토니오가 서로를 깊이 끌어안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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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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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문학의 최대치를 동시에 성취한 작품. 글자와 그림이 함께, 지금 한국, 48%의 패배자들을 위로하는 듯하다. 최재천 의원 추천사처럼 ˝눈밝은 독자˝가 사랑할만한 작품. (눈이 어두우면 끝까지 읽히지도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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