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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피터 싱어 지음 / 세종(세종서적)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성경은 '오른 뺨을 때리면 왼뺨도 대라'고 말하지만, 이는 도그마일 뿐이다. 왜 도그마냐 하면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논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신앙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만이 이러한 주장을 실천의 지향점으로 삼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것도 이상일 뿐이다. 으례히 그거겠거니 하는 우리의 '종교인'에 대한 그것도 '편견'의 일종이다. 편견은 꼭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긍정적인 선입견도 편견은 편견이다.
그렇다고, 성경의 주장이 그릇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을 도그마라고 주장한다해서 그걸 또 '잘못된 것'이란 주장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흑백논리의 오류다. '도그마'라고 해석하는 것은 개념적 해석이지, 가치적 해석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성경을 도그마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윤리의 기준을 찾아야 하는가? 성경도 불경도 도그마라고 치부한다면, 과연 윤리의 잣대란 없는것인가? 도대체 상대주의와 자유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바보같다'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윤리적이려고 노력해야 한단 말인가?
다시 패러독시컬한 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도 그런 편이었다. 시니컬한 쪽이었다. 과연 '윤리'란 게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웠고, 인간이 '선한 동물'이던 '악한 동물'이던 동기와 본질은 어떻든지간에 인간 사회는 치사하고 비윤리적이고 서로가 서로를 물고 죽이는 '홉스식 정글의 사회'라고 여겼다. 나는 비슷한 시기에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를 읽고 사회가 도덕적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우며, 한편으로 개인이 사회를 도덕적으로 만들자는 구호가 '이상론'에 불과한지를 배웠다.
물론 니이버의 주장은 '두 양극단'의 변증법적 지양을 통해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에 있지만, 어쨌든 그의 '진단'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터 싱어는 '기존의 윤리학' 책들이 상품처럼 팔아 제끼는 '칸트, 니코스마, 헤겔' 등을 논거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물론 이들이 거론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철저한 현실 인식을 두고 논거를 제시한다. 그가 제시하는 현실은 지금 이 시대다. 호주와 미국 등 서양 선진국의 윤리성을 따져 물며, 어떻게 사는 것이 윤리적인 가를 조목조목 현실에 의거해 논박해 나가는 것이다.
싱어는 무엇보다 실천가라는 데 가치가 있을 것이다. 대게의 철학자 윤리학자들이 입으로만 책으로만 도덕과 철학을 파는데 반해 그는 실천의 첨단에 서서, 비윤리성을 고발하고, 인권과 동물권의 유린당함을 지적하고 보호하자고 외쳤다. 책으로 말하고, 행위로 예를 보이는 그에 우리는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