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問은 問學이 되어야 한다. 學問이란 ‘배우고 묻는 것’이요, 問學이란 ‘묻고 배우는 것’이다. 學問의 원어는 問學이었는데 근대 신조어에서 학문으로 고착되었다. 근대의 배움이 문학이 안되고 학문이 된 것은 그 성격상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학문이란 고정된 에피스테메(episteme)를 먼저 배우고 나서야 묻는 것이다. 이것은 일정한 사회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대중교육(mass education)의 성격이다. 그러나 학문은 원래 문학이었다. 다시 말해서 學의 전제가 없이 問이 발생한 것이며, 문의 결과로 학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학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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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잡링크라는 구직알선 사이트 설문 조사 결과가 인터넷 언론들의 탑에 오르면서, 그 댓글들을 읽어나가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아직 본 주제로 오른 글이 그닥 많지 않아 결론 내릴 순 없겠으나, 거개가 남성적 이름을 가진 성토로 가득한 남자들의 글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 몇 님들의 글은 내게 큰 인상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 글들의 요점은 '여성들 자신의 군복무에 대한 언급 회피는 전통적인 '성역활'의 고착에만 기여할 뿐이다.'란 것인데, 여성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이데올로기에 여전히 희생양으로 남아있으며(물론 군대를 가야하므로, 남자는 드러난 희생자들) 그것을 '양심상 잘못된 것이라'생각하고 있으나, 한편으로 기회주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면서, 사회적으론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의 스탠스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때, 난감하기 짝이없다. 소위 '여성학' 강좌에서 여성의 군복무에 대해 토론한 적도 없으며, 내가 알기론 '군가산점 폐지'에 초점을 맞춘 양성의 혈투만이 우리 사회에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식의 문제제기는 신선할 뿐더러, 시급하게 느껴진다. 


 다만 접근해 가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언론을 쥐고 흔들다 해도 과언 아닌 인터넷 매체의 댓글 수준과 수위는 거의 집단적 폭동과 연소자 관람불가의 하드 느와르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왜 여성의 의무참여를 부르짖는 남성들은 여성을 '공공의 적'으로 취급하는가?
 그것이 여성에게도 궁극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호소하는 글들은 없다. 단지 '여성의 육아와 출산'을 비하하고, '사회문제'에 백치인 무리(소위 찌지리)로 단정지으며, 여성부와 여성단체를 '폐미'와 똥폐미들로 똥칠하며, 군대 생활이 여성들의 '달콤한 맬로 드라마'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힘들고 무서운 곳이란 사실을 환기시킬 뿐이다. 
 결국, 그런 협박과 비난이 여성 동지들을 움직일 수나 있을 것인가?(더 문제는 그런 댓글 중에 여자가 하나 끼여 있을 시에는 아주 '마녀 재판'이상의 것이 펼쳐진다는 점) 


 오히려, 이런 저열한 태도는 '군가산점폐지'에 악이 오를대로 오른 일단의 남성동지들만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왜 여기 엠비시 토론 프로 게시판 처럼 '고상한 선동'이 드문 것일까? 그것은 바로, 아까 여자들을 향해 쏟아졌던 모함과 모욕들이 그대로 그 글을 올린 남성 동지들의 대부분에게로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근본적인 철학에 대해 얘기하련다. 여군이 편입되면,기존의 의무복무기간이 짧아지며, 성역할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변화가 예고된다. 여자들도 국가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으므로, 무임승차하지 않고, 그에 따른 권리회복도 있을 것이다. 좋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군대의 규모를 줄이려고 하거나, 군수산업에 대한 혜택과 로비를 없애려고 하기 보다는 '과연 여자만 군대에 쳐넣으면' 과연 정말로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된단 말인지?
 나는 '양병거'에도 많은 관심을 쏟어 온 사람이다. 만일 이들의 시나리오대로 여자들을 '대거 양병거'로 만들면 될 것인가? (국방세를 한달에 50만원씩 낸다던가, 유럽사회처럼 각종 사회봉사로 때우던가 하는)


 그런데 법원과 군관계인사들은 '종교적 이유의 양병거'조차도 용인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 않은가? 생물학적인 성이 여자란 이유는 '종교적 이유'보다 강하단 말인가? 그런 식으로 따지면, 지금 현재는 일종의 '양병거'로 볼 수 없는가?

 왜 모든 권리와 의무의 이행이 총구에서부터 나온다고 보는가? 물론 너무 허황된 바램이겠으나, 현재의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고, 전쟁영화 속 영웅 중에 여자들도 많이 끼워 넣고, 드라마에서 여군 출신을 '최대로 미화'하고 그러면 '모병제'로만 바꿔도, 여자들의 대거 자원입대가 예상된다. 물론 군의 입장에서는 남자군인들만 거둘 때보다 소위 '유지비'가 배로 들 것이다. 생필품이며, 병영이며 새로 다시 꾸며야 할 테니까. 그런 비용은 '여성 납세자'로부터 걷어도 좋을 것이다. 

 남자들만이 '양심상의 이유로 군대를 거부'한다고 생각하는가? 여자들이 단순히 육체적으로 나약하고 멜로드라마에 썩어 있어서 그런것만이 아니다. 미군이 강해서 미국이 세계적으로 칭찬받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전쟁으로 돈 버는 것은 남자들의 역사만으로 족하다. 왜 정치적 참여와 의식교육으로 여성의 성역할이 바뀌리라고는 말하지 않는가? 왜 수많은 여성 차별적인 법제도는 그대로 두자고 하는가? 여성군복무를 부르짖는 분들은 과연 여성이 군대를 가는 것만으로 이러한 문제가 일소되리라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예로 든 '80개국의 징병제'나라 리스트가 이를 방증한다. 

*MBC 100분 토론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내용 그대로 복사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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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버림받은 자가 되어라/당신 인생의/모순을/숄처럼/당신 몸에 두르고,/돌을 막기 위해/당신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광기에/환호하며/굴복하는 것을 보라/그들이 곁눈질로 당신을 보게 하라/그리고 당신은 곁눈질로 대답한다. 버림받은 자가 되라/혼자 걷는 것을 즐거워하라/(품위 없는)/그렇지 않으면 혼잡한 강바닥을/다른 성급한/바보들로 가득 채워라…”(<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by Alice 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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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ce 2004-05-30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들렀습니다. 앨리스 워커. 책 기다리고 있는데 멋지네요.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대한 페이퍼도 잘 봤습니다.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
 

스페인 시인 가브리엘 셀레야의 시구에서 빌려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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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5-2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러시아 시인 마야코프스키가 떠오르네요.정성스런 코멘트 잘 받았습니다.워낙 지식이나 인품이 척박한지라 감히 리뷰는 올리지 못하고 부끄러워서 페이퍼에다 쓰고는 며칠 지나면 숨겨버립니다-_-;; 봄이 늙어 어린 여름이 되려 하는데 날씨가 순조롭지 않군요. 늘 건강하시고 사는 것이 투명하게 반짝이는 날들 되기를 빕니다.(P.S. 밥되는 책읽기는 이미 즐겨찾는 서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