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코우에서 경유하는 러시아 항공 티켓을 끊었다. 모스코우 세레에프스키 공항까지는 코드쉐어로 대한항공이 운항되는데, 단지 조금 일찍 체크인을 한 덕분에 비상구좌석을 얻게 되어 난생처음 비지니스 크래스 아닌 비지니스 클래스급 탑승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역시나 비지니스 클래스는 텅텅 빈 상태, 러시아 인 조금과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터키나 유럽 전역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대부분.. 가는 내내 이 뱅기로 그냥 런던까지 가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지만, 세상은 지불한만큼의 대접만 돌려줄 뿐. 경유시간은 그나마 짧은 편이다. 2시간 남짓... 원성과는 다르게 세레에프스키 공항은 참을만했다. 금연실도 투명한 칸막이 안에 따로 설치해서 아무데서나 담배피는 사람은 적어도 없었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난방이다
착륙할 떄 현지 시간이 오후 6시 경이었는데 뱅기 안에서 내려다 볼떄도 공항까지도 눈천지였고, 기온은 영하 1도, 그럼에도 전혀 추운 기미를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공항 안을 움직이는 내내 더웠다. 이는 히드로나 인천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수위의 온기다. 특히 히드로는 밤에 도착했긴 했지만 상대적 기온은 높은 상태였음에도 공항 안에 한기가 내내 감돌았다.
아에로폴리츠는 역시나 좌석이 압권이다. 파란색 레자 재질에 오렌지색 싣벨트..탑승이 거의 완료되자 마자 스튜어디스가 카트를 밀면서 신문,잡지를 나눠준다. 그떄 처음 깨달았다. 러시아인들이 열렬한 독서가들이란 사실을.. 하나같이 득달같이 읽을 것이 달려들어 하나씩 떄론 두개이상을 낡아채고 읽기 시작하는데, 어떤 젊은 여자는 그것도 모자라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 밤 비행기임에도 누구도 자려 하지 않고 끊임없이 읽거나 떠든다.. 총 4시간의 여정인데 음료, 식사 서비스까지 대접하니 비행기안이 쉴 틈 없이 돌아간다.. Jet lag에 지칠때로 지친 나로서는 지옥이 따로 없다. 앉아마자 기내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내내 졸았다. 졸다가 시끄러운 소음에 깨고 환한 조명에 깨고, 스튜어디스의 서비스에 깨고, 옆에는 한덩치하는 남편과 그 아내가 차례로 앉았는데, 그 덩치가 그 좁은 좌석에 몸을 구겨 앉아 있다는 게 기적이었다. 그는 고통을 해탈해려는 듯 끊임없이 뭔가를 읽어댔고, 나와 몸이 닿으면 급하게 죄라도 지은듯 떼는데 바빴는데 나로선 그의 겨드랑이 냄새만 참는데도 이골이 난데다 그런 세세한 움직임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이 그냥 골아떨어졌다.. 거의 수면마치를 받은 느낌이랄까..
다행히 수없이 뒤진 인터넷 게시글의 원성과는 다르게 기내 서비스가 나쁘다는가 위탁수하물이 사라졌다든가, 가방이 찢기는 불행은 겪지 않았다. 물론 러시아 공항의 출국 수속내내 세계 최악의 불친절함을 경험하긴 했다. 스캐너를 지날 때 여자 직원은 진짜로 내 복대안에 있는 내용물까지 세세하게 검사했고, 한마디의 영어도 못했고 남자직원은 짜증나는 태도로 가방을 집어던졌다. 같은 백인이라도 러시아인은 척하면 구분이 된다.. (인종차별적 발언이 아니기를)
내 블루엔 레드의 20인치 이하의 가방은 아주 귀엽고 얌전한 태도로 히드로 배기지 클레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15시간이상 지속되는 건조함에 허옇게 갈라진 입술을 런던의 석회질 물로 축이는데 정신이 없었다.
히드로 입국장도 생각보다는 한산했고, 테러로 인한 살벌함 따위도 없었다. 입국수속 카운터엔 당장이라도 터져버릴듯한 통통한 아저씨가 느끼한 눈길을 보내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단기학생비자를 달라니까 왜 영어를 배우러 왔느냐, 니 영어는 ok한데 뭐 이런 영양가 없는 질문을 던지더니 스탬프를 꽝 찍어준다. 이 아저씨의 조언대로 물 분수는 화장실 바로 앞에 있었다. 다행히 히드로 화장실의 화장지 질은 모스코우 공항과는 비교가 안되게 좋았다..드뎌 영국에 온 것이다.
입국장에 들어서니 중년, 중키의 한국남자가 바로 우리를 낡아채서 챌트냄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유학생들의 픽업만 전문으로 하는 남자였다. 한국 기아의 rv카를 운전했다.
남자는 우리가 머물게 될 홈스테이 집 골목에 들어서면서 이정도면 꽤 괜찮은 집이라고 안심시켰다. 실제로 새벽 1시가 넘게 도착했음에도 주인집 여자는 불을 밝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덩치하시는 이분은 홈스테이 집에대한 나의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물론 아직 유보적일 필요가 있다. let's wait and 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