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제목으로 코폴라 감독의 딸로 더 유명한 소피아 코폴라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를 비틀어서  달아본다.

 이는 우선 켐브리지 철학과 출신답게 '사랑'을 감히 해석하려 한 작가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함이다.  보통 사람들은 '사랑'이 무어냐? 너는 왜 그를 사랑하는가? 왜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니가 느끼는 사랑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삶 속에서 체감되는가? 같은 일련의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

 왜 사랑하냐고? 그냥 좋으니까, 말로 설명할 수 없어. 그건 너도 느껴봐야 알어. 등의 질문과 답변이 순환되어 되돌려질 뿐이다. 그러니 사랑을 진작에 느껴본 적 없는 이들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사랑은 말로 표현될 수 없는 것. 그것은 일단 표현되면 거짓인 것 ' 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해답은 단 하나 ' 말할 수 없는 것에는 다만 침묵할 뿐이다'란 비트겐슈타인의 명제를 실천하는 것뿐.

이런 사정이니, 24살, 약관의 나이에 이렇게 어려운 '사랑'이란 철학적, 심리적 난제를 풀어해쳤다는 영국의 이 작가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없다. 앞 날개에 사진도 없기에 나는 그의 사진을 찾아 나섰다. 영어 웹사이트를 뒤진 끝에 건져올린 정보는 실망스런 동시에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어 웹에서도 그의 개인적 신상이나 사진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심지어는 아마존 닷 컴에도 사진이 없었다. 단지 구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이름으로 된 작가 비평 싸이트였다.

그런데 작가에 대한 비평도 호오가 극명하게 나눠져 있다. 좋아하는 사람은 그의 문장력이 훌륭하며 애매한 것들을 구체화하는 능력을 높이 샀고 자신의 느낌과의 '공감'을 치켜 올렸다.

반면, 그의 글을 비판하는 자들은 UK 영어와 USA영어의 비교에서부터 출발해 왜 그가 UK 작가의 대표격으로 미국내에서 많은 독자에게 대중적으로 읽히는지에 회의를 표명한다.  또한, 그의 다른 철학적 에세이들이 독자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다고 일축한다.

이런 지적들은 그의 이 소설을 읽은 한국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단 그의 전공에 가까운 전격 철학 에세이들은 이 소설만큼 어찌보면 신선도가 떨어지며, 읽을 가치가 크게 줄어들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이 일정한 경지에 오른 작품 목록을 지닌 작가들도 없지 않으나 이 불어식 이름을 가진 작가 - 미국 독자들은 그의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는 점, 프랑스인인지 영국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는 예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하긴 다른 저작들은 이미 품절된 상태이니 염려할 것도 없겠으나

어떤 작가는 노년에 최고의 작품을 내놓기도 하지만, 어떤 작가는 가장 젊고 싱싱하고 거침이 없을 떄 가장 훌륭한 글을 쓴다. 알랭 드 보통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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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물고기 2004-06-2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의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을 오래 전에 읽었더랬습니다. 제가 아는 최근 작가 중 현학을 가장 수더분하고 깜찍하게 그려내는 이가 알랭 드 보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 나는... 또한 저의 이런 믿음에 예쁘게 조응해주어 고마웠고요. 왜 나는, 보다는 섹스 쇼핑이 더 매력적이기는 합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