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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 - 교양선집 6
시몬느 뻬트르망 지음 / 까치 / 1978년 8월
평점 :
품절
시몬느는 유태계로 그녀의 오빠는 유명한 수학자였으며 기혼이었지만, 그녀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 죽었다. 어린 시절 그녀는 오빠에 비해 두뇌가 떨어지는 것을 한탄하기도 했고, 적군의 병사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등'희생정신'이 강한 소녀였다. 이 전기는 그녀의 무수한 전기 중 하나로 '국립 사범대' 동창인 동일한 이름의 '시몬느'란 여성 작가가 쓴 작품으로 가치가 있다. 태어나면서 죽기까지 그녀의 흔적을 그 내면까지 천착해 가면서 추적한 좋은 전기다.
대학시절, 그녀는 시몬느(또 시몬느다)보봐르와 폴 싸르트르와 함께 공부했다(국립 사범대 철학과는 우리나라의 서울 법대에 맞먹는다) 그런데 이들의 조우가 재미있다. 두 시몬느는 서로 전혀 동질감을 느낄 수 없었던 것. 그녀는 어떤 여학생보다 '괴팍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인물로 이미 찍혀 있었다고 한다. 아마 지나친 금욕 주의 탓이었을 것이다. 이미 어린 시절 부터 그녀는 '잔다르크'의 재생처럼 느껴질 정도의 인물이었다. 매우 정교하게 교육받고 부유한 의사 가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사실만을 제외하면,,
이 책에는 그녀가 썼다는 매우 흥미로운 수필들이 소개된다. 전문은 아니라 아쉽지만 예컨데 우리도 익히아는 서양 동화 '7마리의 백조와 그 백조들을 마법에서 풀려나게 하려고 벙어리인 채 뜨개옷을 뜨는 소녀'이야기를 새로운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 등이 그것이다.
여러 모로 그는 상상력과 넘치는 아이디어로 충만했던 사상가였다. 게다가 위험을 모르는 실천가였으며, 많은 여제자들을 감동시킨 철학 교수였다. 그럼에도 정치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기독교적 신비주의에 경도되는 바가 크다. 후대에 그녀를 '기독교적 신비주의적 철학자'라며 스피노자 계열의 실존철학자로 등극시키려는 수작?등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는 하나만 보고 둘은 못 보는 우매한 짓거리다. 그런 식으로 그녀를 범주안에 고착 시킴으로써 다 나은 연구들을 종식시킬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누구보다 과감하고 진보적이었다는 이유가 오히려 그녀를 보수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남성 학자 일단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지도 모르나, 남성 사상가들처럼 그도 역시 마땅한 여러 해석을 요한다. 그럼으로써 그의 사상이 재 발견되고 재 공유되는 마당이 펼쳐져야 한다.
예상했던 대로 이 책의 중반을 넘어서, 영국의 작가 겸 혁명 지도자인 로오렌스의 '지혜의 일곱기둥'에 대한 언급을 찾아냈다. 당시는 1930년대로 시몬느가 스페인 전선에서 돌아와 휴양을 취하던 시기였고, T.E 로렌스는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휴였다. 시몬느는 그 당시 고야와 로오렌스의 매력을 알게 되고, 깊은 애정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로오렌스를 평하길 ' 전쟁 영웅 중 이만한 학식과 깊은 사상, 온건한 인간성을 지는 인물은 어느 시대에도 없었다'고 했다. 그 만큼 그 자신 게릴라 전에서 싸우고 돌아온 '괴짜 철학자'이니 그의 머리에서 나올 만한 말이다. 둘의 나이 차이는 21살. 만약 죽지 않고 만나게 되었다면 '세기적 만남'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한 사람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또 한사람은 거의 영양실조로 죽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