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포르노 수집가의 회고록
아르만드 코펜스 지음 / 예문 / 1995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는 〈Memoirs of Erotic Bookseller〉. 프랑스, 스페인, 중남미 등지에서 동시 출간되었고, 출간 직후 많은 논란과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에로티시즘 비평계에 의해 본격 에로티시즘 소설로 극찬받은 작품이다. 포르노그라피의 말초적이고 본능적인 세계를 다룬 기존의 에로소설물과는 달리, 이 책 〈어느 포르노 수집가의 회고록〉은 포르노그라피에 매료된 많은 등장인물들의 상처를 보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어루만지고자 하는 작가의 인간적이고 진지한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섹스/인간/포르노그라피'에 대해 전래하는 방대한 서적들을 예증하고 있으며 18세기 유럽 에로티시즘 문학의 뒷맥을 잇는 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은이는 아르만드 코펜스. 하지만 그의 약력에 대한 기록은 전무한 상태이며, 가상의 인물로만 전한다. 단지 이 아르만드 코펜스라는 가공의 인물 뒤에, 이 책의 저자로서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한 유명 문장가가 존재하고 있으리라고 추측될 뿐이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많은 문학연구가들은, '작가 스스로가 파렴치한으로 몰릴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한 일방적이고 단순한 책략이 이 책의 문학적 위치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실명등장을 꺼리게 한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주요내용은 주인공이 에로물 전문서적상으로 변신해가면서 겪는 포르노그라피의 세계와 여러 형태의 성도착증 인물들과의 흥미로운 만남들이다. 이 과정에서 성에 대한 작가의 방대한 지식이 흥미롭게 피력되고 보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포르노맨들의 고뇌에 찬 모습이 부각된다.

어떠한 장르도 하위와 상위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포르노나 추리물은 하위일까? 그렇지 않다. 장르 문학에 대한 전문가들은 어떤 전문가들 못지 않은 분석력과 통찰력을 갖고 있다. 장르의 내용에 장르의 전문가가 종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책 〈어느 포르노 수집가의 회고록〉은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보다 인간적인 이해와 통찰을 통해 문학으로써 에로티시즘이라는 장르에 인간적이자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 그 전언을 우리 삶에 부여해주는 최초의 소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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