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이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라고 주장하며 복거일을 편들어 준 바 있지만, 원천적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이 편협한 국수주의적 발상이라는 도식자체가 문제가 많다. 그나 고종석이나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유주의자들은 '자유주의'란 이데올로기를 파는 학자 혹은 작가들 일색일 뿐이다. 진정한 자유주의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자신만의 독창적 사유로 험란한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할 텐데, 그들이 공용어의 근거로 주장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업적 자본주의'에 입각한 공용화의 우수성일 뿐이다. 과연 공용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감안하고 계시는지 의심스럽다.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미국조차도 이중언어 교육에 철퇴를 가하는 마당인데 어찌 그리 시야가 넓고 교육 효과를 장기적으로 관망하는지 영어 의 이중언어적 효율성에 대해선 전혀 의문을 갖지 않는다. 사대주의자를 자유주의자와 동일시하는 것도 많은 문제를 내포하지만, 국수주의를 영어 교육 반대론자와 무분별하게 일치시키는 것도 문제다. 그런면에서 복거일의 이 주장은 근거부터가 비틀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