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컬투쇼 PD 이재익, 꼴찌들을 위한 감동! 

  
    

이재익,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2011)  

 

 편집자가 추천하는 이 책 

   "공부는 대한민국 1등이지만, 야구는 전 세계 꼴찌인 서울대 야구부를 소재로 한 폭풍감동 야구 소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에게 강추합니다. 한계레 최재봉 기자님의 표현처럼 이 소설은 ‘미학을 걷어내고 소설 본령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거죠. ‘소설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가 바로 이 책의 작가입니다. - 황소북스 대표 허윤형

또 하나, 편집자가 추천하는 이 작가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소설적 서사를 밀어낸 스토리라인의 서정성, 눈에 잡힐듯한 캐릭터, 펄떡이는 물고기 같은 문체 그리고 진한 여운과 감동이 담긴 소설.

  

 

 MD가 읽은 이 책의 결정적 장면 

 왜 안 물어봤겠어요? 절대로, 죽어도 대답을 안 해줘요. 감독님도 하도 답답해서 안 가르쳐주면 경기에 출전 안 시키겠다고 협박을 했죠. 그랬더니 우리가 1승하는 날 말해주겠대요."
"그래서 다들 이기려고 기를 쓰나보네."
나는 비꼬듯 중얼거렸다.
"이길 거예요."
재민이 중얼거렸다.
맙소사. 이재민 너마저.
올림픽대로를 총알처럼 달리는 이클립스 쿠페 안에서 나는 기분좋게 눈을 감고 바람을 맞았다. 문득 궁금했다.
정말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109p) 

 

 착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관하여 

 


  
     

윤영수 <귀가도> (2011)  

 

 편집자가 추천하는 이 책 

  너무나 소박하고 너무나 익숙해서 자칫 무심해지기 쉬운 이름들이 있다. 예컨대 엄마, 같은 부름이다. 혹은 착함, 같은 부채다. 윤영수 선생님의 소설은 이처럼 만만해서, 당연해서, 자칫 소홀하기 쉬운 존재들의 이름을 다시금 불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끝이 난다. 너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책장을 덮는 순간 나의 이야기임을 알게 될 때의 그 섬뜩한 들킴 같은 거, 내 민낯과 맞장 뜨는 기분 같은 거…… 우리는 늘 착할 수 없고 우리는 늘 못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인간이며 그래서들 살아간다. 윤영수 선생님의 소설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이유는, 그래서다! - 문학동네 편집자 김민정

또 하나, 편집자가 추천하는 이 작가 

  김남일, <천재토끼 차상문>, 문학동네 (2011)  

  천재토끼 차상문, 을 읽어보았는가. 나는 이 작품을 읽고 토끼를 다시 봤다. 그랬더니 토끼풀도 다시 보였다. 더, 더, 더, 우리로 하여금 더한 우주의 깊이 속으로 인간의 근원을 찾아가게 하는 힘, 이 작가밖에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나는 차상문을 사랑한다.
 

 MD가 읽은 이 책의 결정적 장면 

  "갖가지 나무들이 있습니다. 어떤 나무들은 모양은 볼품없지만 좋은 열매를 맺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쭉쭉 하늘로 뻗어올라 가구를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도 저도 아닌 나무도 많고요. 그들이 다같이 모여 숲을 이룹니다." 내가 말을 덧붙였습니다. "나무들끼리 서로  화내거나 싸우지 말고 잘 어울려 살면 좋겠습니다. 웬만큼은 양보해가면서요. "그럼요. 유순봉씨 말이 맞습니다." 의사의 칭찬에 나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163p) 
 
 

  

봄, 당신을 설레게 할 한국문학 이 작가! 바로가기

2011년 4월, 한국소설 대표작가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알라딘이 추천하는 이 주의 작가, 편집자가 소개하는 책, MD가 읽은 책 이야기를 남겨둡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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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과 공포, 김사과의 발견 

  
    

김사과 <영이 02> (2010)  

 

 편집자가 추천하는 이 책 

   희망 없는 현실, 폭력과 공포가 만연한 사회, 실패와 좌절만이 예정된 이 세계에서, 가능한 것은 분노 외에는 없지 않은가. 그럴 때 이들의 발작적인 폭력과 방향 없는 폭주는 오히려 당연하고 어쩌면 정당하기까지 한 것 아닌가. 김사과의 소설은 우리에게 그렇게 외친다. 그 날카로운 외침은 우리를 불편하고 두렵게 하지만, 그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그 강렬하고 저돌적인 에너지가 기쁘고 반갑다. - 창비 편집자 이상술


또 하나, 편집자가 추천하는 이 작가 

  윤이형, 큰늑대 파랑, 창비 (2011)  

  한 손에는 거침없는 상상력, 다른 한 손에는 현실에 대한 솔직한 고민. 그 조화가, 절묘하고 뭉클하다.

  

 

 MD가 읽은 이 책의 결정적 장면 

 <너와 나는 연애를 한 것이 아니다 너는 나에게 범죄를 저지른 것뿐이다> 아 뭐 대부분의 연애는 어느정도 범죄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집행유예나 백이십시간 사회봉사명령 정도인 거예요. 하지만 나는 너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싶습니다. 아니면 이백삼십육년형 정도를요. 너는 말하겠죠. <우리는 그저 연애를 한 것뿐이다 나는 이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기억이 안 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이 씨발놈아)...> (준희 中)
   


 고맙다, 이 소설을 만났다는 것이 

 


  
     

황정은, <백의 그림자> (2010)  

 

 편집자가 추천하는 이 책 

  한국 문학의 새로운 표정, 황정은 작가의 2010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百의 그림자』  /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첫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로 이른바 ‘황정은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황정은 작가의 『百의 그림자』는 폭력적인 이 세계에서 그림자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쓸쓸하고 따뜻하고 애잔한 사랑 이야기다. 언어를 통해 서로를 애무하고, 이해하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그저 ‘황정은 특유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환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어우러진 독특하고 아름다운 연애소설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장 아프고도 의연한 사랑을 말한다. - 민음사 편집자 김소연


또 하나, 편집자가 추천하는 이 작가 

  김미월, 여덟 번째 방, 민음사, (2010)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이름, 청춘. 웅숭깊고 따스한 시선으로 우리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는 김미월 작가의 첫 장편소설.

  

 

 MD가 읽은 이 책의 결정적 장면  

  나는 이 부근을 그런 심정과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는데 슬럼이라느니, 라는 말을 들으니 뭔가 억울해지는 거예요. 차라리 그냥 가난하다면 모를까, 슬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치 않은 듯해서 생각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라고 무재씨는 말했다. 언제고 밀어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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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한국소설 대표작가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알라딘이 추천하는 이 주의 작가, 편집자가 소개하는 책, MD가 읽은 책 이야기를 남겨둡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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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이야기의 힘으로 2011년 봄, 서점가를 강타한 <7년의 밤>의 작가 정유정. 확실히 '뭔가 다른' 소설을 보여준 작가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정유정 작가가 보내온 답신을 소개합니다. 인터뷰 작업은 은행나무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서 도와주셨습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출간 후 약 한 달이 흘렀습니다. 알라딘 블로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운데요, 독자 반응은 혹시 직접 확인하시는지요?

예.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보내주신,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독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세계청소년문학상과 세계문학상을 섭렵하신 후 오래 작품 활동이 없었는데요, 그간 이 책을 위해 오래 내공을 쌓으셨을 듯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소설을 준비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러게요, 그 틈에 두 살을 더 먹었네요. 소설 한 편 끝내고 보니 2년이 훌떡 사라졌더라고요. 준비단계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건 필요한 분야에 대한 공부예요. 이론, 취재, 경험, 기억…… 모두 동원됩니다. 공부를 중시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소설 속 세계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서, 둘째는 창의성은 지식에서 출발한다고 믿기 때문에. 초고는 보통 석 달 안에 끝냅니다. 마냥 신 나는 때죠. 말이 되던, 안 되던 일단은 달리는 시기니까요. 이후부터는 저 자신과의 드잡이질이에요. 저는 초고의 흔적이 탈고 때까지 남아 있으면 그 소설은 실패라고 봅니다. 제가 천재가 아닌 바에야, 석 달 동안 내달린 장면들이 쓸 만한 것일 리 없죠. 대부분 클리셰일 수밖에 없어요. 그걸 완전히 벗겨 내는 데 1년 가까이 걸려요. 어느 대가의 말처럼, 저는 초고를 버리기 위해서 씁니다. 
 


전작 《내 심장을 쏴라》와 확연히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전작과 몹시 다르다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으셨는지요?

기대와 부담이 다 있었습니다. ‘꿈꾸던 방식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왔다’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탈고 후 든 생각은 ‘후, 아직도 넘어야 할 산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구나.’였습니다.  

 

 

강렬한 이야기의 힘, 7년의 밤 안에서
 
빠르고 강렬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추천사를 써주신 박범신 작가님의 말씀대로 지금까지의 한국 소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의 이야기는 아닌데요, 본래부터 이런 서사가 강한 소설을 좋아하셨는지요? 만약 좋아하셨다면 어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영미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찰스 디킨스, 스티븐 킹, 레이먼드 챈들러는 저의 신이자 스승이고, 영원한 뮤즈입니다. 디킨스에게선 생생하고 깊이 있는 인물들을 배웠고요, 킹에게선 이야기의 심연구조를, 챈들러에게서는 문체와 스타일을 배웠습니다. 덕택에 종종, 애니 윌크스와 필립 말로가 결혼해서 핀 벨을 낳는 꿈도 꿉니다.  

 

 

 

 

 

 

 

 

 

작품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세령’과 ‘서원’에게 가해지는 신체적인, 사회적인 폭력이 무척 악독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쓰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이야기셨을 듯한데, 이런 소설적 장치가 부담스럽지 않으셨는지요?

그랬습니다. 저도 한 아이의 엄마니까요. 그럴 때마다 엄마를 묶어서 뒷방에 가두고, 작가적 자아를 불러내 일을 시켰습니다. 스스로 오영제가 되어 온전히 그의 입장에서 쓴 것이죠. 서원이의 경우는 더 고통스러웠어요. 어쩌면 주먹보다 잔인한 것은 차가운 눈과 침묵이 아닐까, 싶었고요.
 


용팔이 포수, 억척스러운 아내, 악독한 치과 의사, 가련한 소녀. 모든 캐릭터가 몹시 생생합니다. 작가님이 실제 알고 있는 사람들, 혹은 작가님의 실제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야구팬이 아니실까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야구광 맞습니다. 이승엽 선수를 좋아하고, 등번호 25번이 달린 요미우리 시절 유니폼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보물이에요.

이야기와 인물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분리가 어렵습니다. 이야기가 인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인물이 이야기를 끌고 가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든 타인에 대한 관찰이나 특징 빌려 오기, 관계에 대한 통찰로는 백 퍼센트를 채우기 어렵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각각의 역할에 맞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누군가의 친구로서, 군중 속 익명자로서, 순수한 자기 자신으로서……. 결국 가장 내밀하고 껄끄럽고 부끄러운 부분은 자기 자신을 뒤져야만 답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어둠과 빛, 악마와 천사, 지옥과 천국, 어른과 아이……. 양면거울이 달린 미로와도 같은 제 자아를 따라 가다 보면 불완전하고, 충동적이며 겁 많고 괴상한 존재들을 만나게 됩니다. 흔히들 ‘본성’이라고 부르는 조각들이오. 그걸 하나씩 잡아다가 인물 속에 심어두면, 저 알아서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라 한 인물을 특징짓게 되더라고요. 
 


서원을 지켜주는 존재인 승환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승환과 현수는 인간적인 유대가 강해질 만한 계기가 딱히 없었을 듯한데도, 세상에서 버려진 서원을 지키고, 서원의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 간 승환만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자신의 작가적 욕망 때문에 사건을 방조한 책임감이 있었다, 라고 소설 말미에 밝혀두긴 했습니다만 사실 그런 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우정과 연대는 승환의 자질에서 비롯됐으리라고 봅니다. 이 소설에서 그는 유일하게 타인을 연민할 줄 아는 인물입니다. 사전적 의미와 상관없이, 저는 연민을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승환이 서원에게 갖는 이 연민의 정은 정서적 개연성으로 접근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영제’는 우리 소설을 읽으며 만났다곤 믿기 힘들 만큼 독보적인 악역 캐릭터였는데요, 작가님은 영제와 같은, 진정한 악과 진정한 악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있느냐 없느냐’보다 ‘무엇이 그를 만드는가?’를 자주 생각해보곤 해요. 세상의 사이코패스들은 안드로메다에서 오지 않았으니까요.   



죽은 줄 알았던 소녀가 눈을 뜨고 ‘아빠’라고 속삭이는 순간, 소설 속 ‘공포’에 대한 묘사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장 공포스러운 상황은 특히 어떤 것이신가요?

소설의 도입부에 서원이가 뇌척수막염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최현수는 아들 곁에서 부들부들 떨며 밤을 새우는데요, 고백하자면, 제 경험에서 나온 에피소드입니다. 제 아이도 그때 12살이었고요. 제 인생에서 그토록 무서웠던 밤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 소설가, 정유정


매번 ‘재미있는’ 소설로 독자들을 사로잡으십니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소설적 진실’입니다. 저는 소설을 (로버트 맥기의 말을 빌려) 이야기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톤(어두운가, 무서운가, 슬픈가, 코믹한가……)과 관계없이 순수한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고요. 독서적 즐거움을 주는 소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뉘는 듯합니다. 독자의 사고에 어필하는 소설, 정서에 호소하는 소설. 제 소설은 후자에 속하고, 정서를 움직이는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진정성이 구축되려면 인물과 이야기가 그 세계 안에서 통용되는 소설적 진실을 확보해야 해요. 악인은 악인의 진실을, 겁쟁이는 겁쟁이의 진실을, 속물은 속물의 진실을, 고양이는 고양이의 진실을…….    



벌써부터 영화화 얘기가 들려옵니다. 주인공 현수와 서원, 오영제와 승환에 각각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으신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사실은 ‘어니’역을 맡을 야옹이 배우에 관심이 많아요. 캐스팅이 힘들 텐데, 싶기도 하고요. 고양이는 본시 인간에게 길들지 않는 종족이라…….
 


이채로운 경력으로도 널리 알려지셨는데요(* 주 : 정유정 작가는 세계문학상 수상 당시 간호사 근무 경력 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처럼 소설가가 되길 꿈꾸는 문학소년소녀가 많이 있을 듯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한 말씀을 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지요?

저는 한 인간의 인생에는 두 가지 ‘무엇’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지켜야 할 ‘무엇’과 이 무엇을 위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 ‘무엇’. 전자는 ‘인생의 가치’이고 후자는 ‘자유의지’입니다. 제 식대로 말하면 하나는 ‘존재의 징표’, 하나는 ‘생의 전사’입니다. 자기 생의 전사를 강인하게 키우시기 바랍니다. 삶의 압박에 고개 숙이지 않도록.
 


정유정 작가가 올해 읽은 가장 인상적인 책이 궁금합니다. 한국 작품, 외국 작품으로 나누어 말씀해주셔도 좋고, 문학과 그 이외의 분야로 나누어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소설로는 스티븐 킹의 언더더 돔, 자연과학 도서로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 인문 도서로는 자유는 진화한다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비슷한 질문입니다. 정유정 작가님의 인생의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작가의 길로 이끈 단 한 권의 책이 궁금합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켄 키지
(꼭 그래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켄 선생님, 폴 뉴먼처럼 생겼어요. 

 

 


 

 

 

 

 

 


차기작으로 만나 뵙게 될 날이 고대 됩니다. 차기작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년 후반기 출간을 목표로 준비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한 발짝 나아간 이야기를 들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요, 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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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유정 작가와의 인터뷰
    from Nemos Blog 2011-07-04 16:50 
    얼마 전에 7년의 밤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에 관하여 작가의 인터뷰가 있기에, 이렇게....
 
 
JayJay 2011-05-0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님의 7년의 밤,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다음 소설도 기대하겠습니다~!!!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5-03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

낮에나온반달 2011-05-0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답변도 인상적이지만,
파란색 글씨...질문을 어찌 이리 잘 뽑으셨나요?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5-03 15:16   좋아요 0 | URL
헙 이런 과찬의 말씀을.. 작품이 워낙 좋았던 터라 여쭙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노란장미 2011-05-04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고 정말 작가님이 궁금했습니다.
어떤분이실까...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쓰셨을까...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혀서 혼났거든요. 책을 쓰시는 동안 내내 어떤기분에 사로잡혀 계셨는지 몹시 궁금했답니다.ㅎ
짧은 인터뷰로나마 만나뵙게 되니 너무 반갑네요!^^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5-04 17:06   좋아요 0 | URL
저도 읽는 내내 호흡이 빨라졌었어서, 그 느낌이 무언지 언뜻 알 것 같군요... ㅎㅎ 반가워해주시니 저도 고맙습니다~

아카시아 2011-05-0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난 후, 어느정도의 노력만 있으면 글은 써 지는 거 아닐까..싶은 때와 이런 사람만이 글을 쓸 수있구나 싶은 낭패(?)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후자였지요. 이런 글을 쓰는 한국의 여성작가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기까지 하네요. 차기작을 기대합니다.^^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5-06 16:59   좋아요 0 | URL
초고는 버리기 위해 쓴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레이 2011-05-2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7년의 밤]으로 정유정 작가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생생한 묘사와 디테일에 감탄했어요. 과연 그것은 철저한 공부와 사전조사에서 나온 것이었겠군요. 그리고 역시 그녀는 야구광이었던 것이었군요..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6-01 18:56   좋아요 0 | URL
확인이 늦었습니다. 포수 포지션에 대한 묘사도 상당히 적확하고 좋았지요. ^^;

두부 2011-05-3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경력도 왠지 매력적입니다. 눈길 끄는 작가 정유정~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6-01 19:01   좋아요 0 | URL
좋은 작가가 눈길을 받으니 이 역시 기쁜 일입니다.. 앞으로도 더 널리 알려지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에델바이스 2011-06-29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님의 왕팬입니다.
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이정도는 돼야 장편이라 할수있지 하는 생각과 깊이있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님의 생각의 깊이가 존경 스러웠습니다. 7년의 밤은 제 북마스트이신 단골서점 사장님이 추천해주셔서 작가 이름도 안보고 빠졌습니다. 완전히 빠져 길 다니면서도 책을 놓지 못했네요. 오랫만에 만난 한국의 깊이있는 책이라 더욱 좋았습니다. 지금은 내인생의 스프링캠프를 읽고 있습니다.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청소년 책 중 하나인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를 쓴 이형진씨는 그야말로 '엄친아'입니다. SAT 만점, 아이비리그 9개 대학 동시 합격, USA 투데이 주최 올해의 고교생 20인 중 한 명으로 선정, 2008년 최연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수상까지, 조금은 얄미울 정도로 완벽한 프로필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형진씨의 공부법은 너무 무난해서 오히려 특별합니다. 공부는 방법의 문제가 아닌 동기의 문제라고 말하는 저자의 공부법은 공부 '철학'에 가깝습니다. 이형진이 어떻게, 왜 공부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고, 번역 및 전달에 쌤앤파커스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PART 1. '엄친아' 이형진, 이 책을 쓰기까지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즐겨 하는 말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 책의 제목 역시 직접 선택한 것인지 궁금하고요,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궁금합니다.

실제로 저는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라는 이야기를 즐겨합니다. 이것은 배움에 대한 제 태도와 마음가짐을 완벽히 설명하는 표현이지요. 저는 공부든, 운동이든, 음악이든, ‘해야만 하는 의무’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가능성의 세계’의 새로운 부분을 탐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즉 제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을 발견하고 배우고, 이로써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죠. 저는 한국에 있는 청소년들과 이러한 ‘기회’들에 대해, 그리고 그 기회들을 잡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도 집에선 “형진”으로, 그 외의 곳에선 “패트릭”으로 불리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개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한국 학생으로서 미국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미국이 워낙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지라 제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질감을 느끼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이중생활’이 필요하긴 했지요. 저는 매주 일요일엔 한국 교회에 갔고, 매주 금요일 저녁엔 한국 학교에서 다른 한국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평상시에 학교를 가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바이올린을 켤 때는 미국인으로서 다른 규칙이 적용된 삶을 살았지요. 처음에는 다른 두 개의 문화가 공존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혼란스럽고,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다른 두 개의 문화를 어린 시절부터 함께 경험하고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폭이 넓고 깊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엄친아’와 ‘스펙’ 등의 말이 유행하는 세상에서 사는 ‘아픈’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더불어 ‘운이 좋은 학생이었던’ 이형진에게도 고민과 슬럼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전 저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인생에서 슬럼프에 빠질 수 있고, 그건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당연히 고민이 있고 슬럼프를 겪었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민이 있느냐 없느냐, 슬럼프를 겪느냐 겪지 않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제가 겪는 어떤 역경이나 고난조차 저를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려고 애썼습니다. 그 위기를 통해 어떻게 저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것이냐, 그 문제에 집중하다보니 고통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멘토도, 조언자도 분명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왜 이 상황을 슬럼프라고 생각하는지, 이 슬럼프에서 벗어나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어디인지, 잠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꺼두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가야할 방향이 보이고, 지금의 고민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PART 2. 평범해서 특별한 공부법


구체적인 공부법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공부의 동기를 찾는 것에서 출발해, 예습, 연관사고법, 포스트잇 사용 등의 방법을 사용하셨는데요, 새 학기를 맞은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핵심 공부법을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게 될까요?

전 효율적인 공부법이란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공부법이 좋다고 권하기는 힘든 문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공통으로 통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본원칙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내가 어떤 공부들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공부를 가장 먼저 해야 할지 등을 정리하는 것이죠. 이건 일종의 탐험계획을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공부해야 할 것들을 내가 새롭게 탐험할 세계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곳을 먼저 탐험할지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를 설계하다 보면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묘한 흥분이 저를 감싸죠. 단, 저는 계획을 세울 때 데드라인을 정해놓지는 않아요. 시간의 압박을 느끼다보면, 계획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거든요.
두 번째로, 메모하는 습관은 공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책에서 읽은 좋은 글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수업 중에 들은 흥미로운 지식, 친구들에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무엇이든 적는 것이죠. 메모가 좋은 것은, 메모를 하기 위해서는 눈과 귀를 훨씬 열어놓게 되고 그만큼 많은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극 출연, 테니스 등의 과외활동에 봉사활동까지, 한국 청소년들이 흔히 경험해보지는 못하는 활동을 많이 해보셨는데요, 청소년 시기의 이런 경험들이 이형진씨의 인생에 끼친 영향을 여쭤도 될까요.

연극과 테니스, 봉사활동 등은 각 활동의 특성이 매우 다릅니다. 저는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대신 살아보는 행운을 누렸죠. 그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게다가 연극은 저 혼자서만 잘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연출가부터 배우, 여러 스태프 등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어요. 그렇게 여럿이 힘을 합쳐 무엇을 이뤄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굉장히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테니스를 통해 집중력을 기를 수 있었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양한 활동들은 제게 다양한 생각의 문을 열어주었고, 이로써 저는 훨씬 세상을 다채롭게 알게 되었죠. 그래서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가 능수능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세이 작성은 한국 학생보다 미국 학생에게 더 요구되는 자질인데요, 이형진 씨만의 글쓰기 비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꾸준한 연습과 훈련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 추천하고 싶다면 다양한 형태의 글을 써보라는 겁니다. 일기, 기사, 소설, 논문 등등. 글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기술이 달라지죠. 일기 같은 글은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기사는 팩트를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여러 방식의 글쓰기를 연습하다 보면, 어떤 글이든 그 성격과 의도에 맞는 글쓰기가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공부의 동기가 무척 ‘착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라이벌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이형진식 공부법의 장점을 설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쓸데없는 감정 소모가 줄어든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그가 이번엔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 괜히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죠.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느라 허비할 에너지를 100% 제게만 집중하기 때문에, 효율이 올라갈 수 있고요.
더욱이 저는 제 라이벌에 대해 굉장히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제 라이벌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제가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더 열심히 했는지, 아니면 뒤처졌는지 판단하는 일이 훨씬 쉽죠. 비교대상이 분명하니까, 제가 무엇을 보강하고 무엇을 더 열심히 하면 되는지가 더욱 명확해져요.   



공부라는 말이 단순한 학과 공부만을 의미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이형진에게 공부란 어떤 의미일까요?

제게 공부는 단순히 읽고 쓰는 과정이 아닙니다. 공부는 제 인생의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나 제 인생의 한 부분일 것입니다. 예일대에 있는 제 친구들과 저는 “우리는 평생의 학습자”라는 농담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굉장히 진지합니다. 우리는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항상 질문을 던질 것이고, 항상 책을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식을 늘 더 많이 배울 것입니다.
저에게 공부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벅스에서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시합에서 테니스를 치는 것도, 뮤지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제겐 공부입니다. 공부란 제 삶의 모든 행위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즉 제가 공부하는 이유는 제 삶을 더 익사이팅하고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만나고 접하고 익힌다면, 인생은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배운 것들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늘 독려하기 때문에, 저는 계속 열심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PART3. 그를 이룬 것들, 자랑스러운 책들 


어린 시절부터 길러진 독서습관이 청소년기에도 죽 이어졌노라 말씀하셨습니다. 이형진 씨만의 독서리스트 작성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테마를 정해놓고 독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서 한동안 저의 독서 테마는 ‘트루먼 카포티’였어요. <인 콜드 블러드>나 <차가운 벽> 같은 그의 책들을 집중해서 찾아 읽었죠.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할 때는 ‘스페인 문화’가 저의 독서 테마였어요.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들을 찾아 읽었죠. 하나의 테마를 정해놓고 책을 읽다보면, 그 테마에 관한 나만의 지식을 체계화하고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장선상의 질문입니다. 청소년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은 무엇인지요?

그의 책이 한국에 출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David Sedaris의 <Me Talk Pretty One Day>를 좋아합니다.(*주 :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는 굉장히 풍자적인 작가이고, 그의 유머감각은 언제나 저를 웃게 만들죠. 하지만 제가 그의 책을 권하는 이유는 그의 단편이 유머러스하면서도 가족과 성장에 대해 굉장히 예리한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과거의 실수와 성공을 보며, 저는 좀더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PART 4. 이형진과 패트릭, 나, 그리고 사람


균형과 겸손을 중요한 가치로 들어주셨습니다. 공부를 함에 있어 이형진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뻔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공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성실’입니다. 성실하다고 해서, 단순히 그저 열심히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알고, 이 일에 열정을 가지면, 성실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고 싶은 일이면,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공부하기에 앞서 내가 왜 공부하는지, 나는 공부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길 권합니다. 그후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형진 씨가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제 바이올린 선생님이었던 베티 헤이그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저는 서너 살때부터 그녀에게 바이올린을 배웠고, 지금도 그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제게 목표를 정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의 중요함을 알려주었지요. 영감과 동기 부여의 지속적인 원천이 되어준 분이에요. 지금도 고민이 있거나 하면 저는 그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이렇게 좋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선생님이 몇 분 더 계세요. 저는 친구들과 고민을 상담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선 늘 선생님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그들이 갖고 있는 지혜는, 늘 제게 어떤 실마리를 던져주시거든요.  



이형진 씨의 현재를 묻고 싶습니다. 해리포터가 좋아 예일에 입학하셨다고 말씀하셨고, 즐거운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나눠주셨는데, 예일에서 경험한 가장 즐거운 일은 어떤 일이었는지요.

예일대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이라면 아카펠라 그룹 활동입니다. 오디션을 통해 그룹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홍콩, 프랑스, 영국 등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어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것도 보람된 일이었지만, 같은 그룹의 멤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우정을 쌓는 일도 제겐 각별한 의미를 지니지요.
또 다른 재미있는 경험이라면 저희는 매년 겨울 연례 눈싸움이 열립니다. 함박눈이 내리면 모든 기숙사생들이 모여서 한밤중에 눈싸움을 벌이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짜릿한 경험이었어요. 예일대생이라고 하면 다들 공부만 할 것 같지만, 우린 파티도 즐기고 여러 사교행사를 자주 엽니다. 왜냐면 우리에게 공부는 책을 통해서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도 우리에겐 중요한 공부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벤트들을 자주 벌이고, 저는 그러한 분위기가 굉장히 즐겁습니다. 
 


이형진씨의 앞으로의 꿈이 궁금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소설’인 이형진 씨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길 원하시나요? 인생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이형진 씨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 제 마음이 말하고 있는 것은 뭔가 하는 문제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돈을 많이 버는 일이나 월급을 많이 받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는데, 저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저는 결국 끝까지 저의 열정을 따를 것이고, 추구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길을 가고 궁극적으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는 것입니다. 성공하기 위해선 저만의 길을 가고, 위험을 무릅써야 합니다.
저는 제게 계속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발레와 무용 클래스를 수강하며, 춤을 배우고 직접 안무에 참여하기도 했죠. 물론 제가 앞으로 살면서 춤을 출 일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로써 저는 또 제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새로운 동기를 찾은 청소년들이 많이 있을 텐데요, 한국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교와 공부 말고 관심사를 넓히도록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넓게 생각하고, 좀더 과감해지고, 용감해지세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합법적이거나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활동과 열정을 추구하세요. 넓게 생각하고, 용감해지세요. 위험도 감수하고, 춤추는 것도 배워보세요. 위험도 감수하고 농구하는 것도 시작해보세요. 위험도 감수하고 중세 이야기에 대해서 공부해보세요. 위험도 감수하고 지식과 관점을 넓히도록 해보세요. 결국 이런 것들이 당신이 성공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완벽해질’ 수는 없어요. 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훨씬 더 나은 사람, 훨씬 더 재미있는 사람은 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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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이끼 2011-03-1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자꾸 마음을 가게하는 책이었지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궁금해요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3-17 17:52   좋아요 0 | URL
저자 프로필만 봐서는 '존경스럽긴 하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같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건강한 성실함이 보기 좋더라고요.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를 쟁취하는 유의 학습서와는 좀 다른 방식의 접근이라 신선했습니다. 동기가 필요하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생 2011-10-27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이 책을 읽어본 한 학생입니다.
이 책을 쓴 작가 이형진씨에게 궁금한 것있는데요...
제가 이메일을 알지 못합니다. 글을 읽어보니 이메일로써 인터뷰를 진행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이메일을 좀 알 수 있을까요?
 

 


1.  



   윤이형 소설 <큰 늑대 파랑>은 물렁해서 불행한 청춘의 이야기를 섬뜩한 목소리로 건넨다. 시위대와 함께 투쟁하는 대신 이화예술극장에서 <저수지의 개들>을 보고 누군가의 자취집에서 '오에카키'로 늑대 파랑을 창조한 네 명의 청춘. 십년 후 사라는 제인 오스틴과 에쿠니 가오리의 가상 대담 따위 원고를 끼적이며, 집 안에서만 서식하는 고도비만 프리랜서 라이터가 되었다. 마지막 섹스는 대학 3학년, 인터넷에 연재하는 SF물의 로맨스마저 현실감이 없다.

사라는 인생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삶은 별 게 아니었다. 훌륭한 드립커피나 적절한 순간에 흘러나오는 펫 숍 보이스의 노래, 닥터 하우스의 귀여운 미소, 좋은 책의 한 구절 같은 것들이면 충분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물렁한 청춘들에겐 그 작은 행복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드립커피 마저도, 닥터 하우스마저도 수입 없이는 향유할 수 없다. 한때는 신기한 상상력을 발휘하던 광고의 매력에 빠져있었을 재혁. 시시껄렁한 광고회사에서 이주 노동자 밴드를 착취해가며 PT를 지휘한다. 결과는 그들의 딸의 사망. 네 시간의 취침 후 일요일까지 이를 악물고 출근하는 대기업 외주 사보 기자 정희의 삶은 어떤가. 그리고 그들의 십년 전, 빛나는 사라, 재혁, 정희의 모습을 사랑했던 아영, 2주에 한 번 의무적으로 선을 보는 그녀의 삶은 어떤가. 세상은 그들의 꿈과 열정을 저당잡았다. 사라, 재혁, 정희, 혹은 아영. 이들처럼 꿈을 저당잡힌 사람의 이름을 열 개 이상 헤아려볼 수 있다. 인풋과 아웃풋이 터무니없는 적자 거래를 하고 있는..

 


2.  



   알랭 드 보통을 연상시키는 재기발랄한 소설가 제프리 무어의 <기억술사>에는 낭만적인 메모리 마스터들이 등장한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노엘 부런, 그는 색깔과 형태로 세상을 느낀다. 그와 아버지는 시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가장 고차원적인 감각에 대해. 

   "제일 꼭대기에 있는 건 바로 시야. 최소한 옛날에 쓰인 시들 말이지. 그 밖의 다른 어떤 것도 피와 영혼 속에 그만큼 멀리, 그만큼 깊이 파고들지 못해. 셰익스피어가 베토벤보다 더 위대하단다. 왜냐하면 셰익스피어는 소리 '그리고' 의미를 갖고 있었으니까. 어른이 되더라도 이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해. 시는 천상에 있고, 티브이는 지옥에 있다." (23p)

  "이 세속적인 세상, 영혼이 죽어버린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남은 건 오직 시인들뿐이야. 그걸 기억해라, 노엘." (27p)

"왜 오로지 시만 외우고 싶어하는 거지?" 보르타 박사와 그의 연구원들은 소리나 리듬이 기억을 도와주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하면서 그렇게 물었다.
"시는 창조의 정점이기 때문이에요." 노엘은 대답했다. "시만큼 피와 영혼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그걸 절대로 잊어선 안 돼요." (33p)
  

   시는 천상에 있다, 영혼이 죽어버린 세상, 남은 건 오직 시인 뿐이다, 시만큼 피와 영혼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시를 읽는다. 시를 읽는 것은 어떤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떨림과 전율, 시인이 느낀 감각에 빚을 지기 위해.

 


3.

시를 읽는 것은 예를 들면,

하늘을 날지 않는 새들은 동작을 멈출 줄 아는 도롱뇽 같아. 끝에 닿기 전에 한 번쯤 정지하는 일 말야. 언니는 동물도감을 펼치고 도롱뇽 꼬리를 부엌칼로 잘라 낸다. 쪽문을 드나들다 키가 큰 언니는 매일 밤 흰 목을 구부린다. 난간에 걸친 달이 몸속에 뼈를 세울 때마다 언니는 어깨가 아프다. 그를 찾아가도 될까? 이제 더 이상 손발이 자라지 않으므로 언니는 밤마다 짐을 꾸린다

- 첫사랑, 이영주, <언니에게> 중


어깨가 아픈 목이 흰 언니를 만나기 위해서고,

또 예를 들면,

   어쩌다 우리는 소멸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지상에 집을 짓지 못하고 허공에 매달린 채로 이곳와 저곳 사이에서만 몸을 누이는. 블랭크 블랭크. 너의 야윈 등이 보이고 마른 뼈들과 뼈마디의 적막과 그 적막이 내뱉는 힘줄보다 질긴 고백. 블랭크 하치. 실패한 곡선에도 밤은 올까. 너는 단 한번도 똑같은 표정을 지은 적이 없고 나는 너에 대해 말하는 일에 또다시 실패할 것이다. 내가 기록하는 건 이미 사라진 너의 온기. 체온이라는 말에는 어떤 슬픈 온도가 느껴진다.

- 블랭크 하치, 이제니 <아마도 아프리카> 중

 

   체온이라는 슬픈 온도, 같은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시를 읽는 것과 시인의 꿈에 빚을 지는 것이 같은 일이 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1967년, 컬럼비아 대학을 다니던 폴 오스터 <보이지 않는> 속 자신만만한 시인 지망생 '워커'에게도 시인이 된다는 것은 생계를 포기하는 일이었다. 이미 일가를 이룬 시인 허수경도 정독 도서관에서 웃으며 말했다. 고고학과 시의 공통점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시인의 웃음에 나도 웃었다.
 
 



4.

"혁명을 하기엔 책을 너무 많이 읽었고 풍경을 읊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이제니, 아마도 아프리카 中) 시대다. 읽기도 쓰기도 빵이 되진 않는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아름답고 잔혹한 문장에 떨려하는 것은, 황홀하지만 호사스럽고 무용한 취미다.

그러나 계속 시를 읽으련다. 시를 소비해서라도 시인에게 진 빚을 까야 할 것 같아서. 교통카드를 찍듯, 마일리지 카드를 긁듯, 대출금 자동이체를 하듯. 가끔은 이 빚에 대한 지불에도 합당한 절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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