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경제학 - 경제학은 어떻게 인간과 예술을 움직이는가?
문소영 지음 / 이다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주 즈음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이랬더니 오르세 미술전에 다녀왔냐고들 묻는데, 오르세 전은 제대로 아는게 없어서 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명한 그림을 그냥 멍하니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래도 그 전시회에 가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보니 어느 순간 이후로 그림을 '읽어'주는 감상법이 유행이지 싶다. 그림을 읽어준다고도 하고, 시대를 알고 작가를 알면 좀 더 많은 것이 보인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제법 신선한 책이 이번에는 나왔다. 그림을 읽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림에서 시대를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경제논리를 읽어보라는 책이다. [그림 속의 경제학] 이다. 그리고보니 꽤 적절한 이름이다. 

 

항상 그러하듯 인문서적은 독자를 누구로 설정하느냐를 명확하게 잡는게 첫째인데, 경제학은 그 대상을 정하기가 참 어렵다. 상대적으로 그림이라면 - 나의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 정규교육은 비슷하게 받았을터니 딱 그 정도 수준이 아닐까? 고흐와 피카소 이름을 알다가 좀 관심이 생기면 인상파네 야수파네 이런 이름도 알게 되고, 그림을 보러 전시회를 가보고 할거다. 어쩌면 어느 날 TV에서 나오는 클림트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제학을 가지고 그런 경험을 했다는 사람은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경제학 책이 쓰기도 힘들고 읽기도 힘든게 아닌걸까. 쓰는 사람도 누구를 대상으로 놓고 써야 할지 애매하고, 읽는 사람도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인지가 애매해서 말이다. 아무튼 이번 [그림 속 경제학]은 그래서 일단 방향과 대상의 선정이 적절하다. 저자가 기사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끝가지 읽고 느낀 점은 경제 기사를 읽고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중'경제학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이 책에서 설명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정도는 아니지만 대중에게는 잘 맞겠다 싶었다.

 

난 [그림 속 경제학]을 술술 읽었는데, 인상적인 이 책을 읽고 오르세미술전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는가보다. 마냥 낭만적인 줄 알았던 터너의 그림에서 산업혁명기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읽고, 밀레의 그림에서 노동자의 삶을 읽고, 모네와 마네의 그림을 읽고 근대 파리를 이야기한다는 말을 틀린말이 아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세삼 곱씹은 책이었는데, 그림에서 경제를, 그 경제를 통해 그 당시 사회를 읽는다는 저자의 집필의도가 굉장히 유효한 책이었다. 모네의 그림 앞에서 근대 파리의 삶을 이야기하려면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곱씹어보고 가야겠다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