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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45
윌라 캐더 지음, 윤명옥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평점 :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는 프랑스 선교사가 뉴멕시코 지역으로 파견되어 그곳에서 건교활동을 하고 삶을 살았던 이야기이다. 소설을 끌어가는 주요한 흐름은 큰 사건이나 사고가 주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보다는 소설의 공간적 배경과 심리의 흐름이 훨씬 소설을 끌어가는 큰 힘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이 두어 가지 정도인데, 황량한 미국 남부 뉴맥시코 지역의 풍광이 손에 잡힐듯 눈에 보일듯한 묘사를 읽는 흥미가 첫째이고 , 종교에 매진하는 대주교와 초기 기독교 사제의 삶이 둘째이다.
풍광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 소설의 배경이 뉴맥시코 지역인데, 소설의 배경은 아직 개척조차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은 시기인지라 그 황량함이 더 배가된다. 임명을 받은 주교가 산타페까지 가는 길에도 1년씩 걸리고, 여행하는 길에 사막에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을만큼 소설에서 공간적인 배경이 인상적이다. 소설 전체적으로 주교와 함께 온 신부의 일상이 얼마나 척박하고 힘들었는지는 굳이 그들의 특별한 사건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그 부분은 소설의 공간을 묘사하고 여행길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충분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척박한 삶속에서 주교와 신부의 포교활동은 그리고 생활은 척박하기 이를때 없다. 다른 도시로 포교 활동을 하러 가는 길에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잘못된 종교를 퍼뜨리는 다른 사제들을 단속해야 하고, 좀처럼 마을을 열지 않는 인디안의 태도는 이들을 힘겹게 한다. 소설 속 공간배경의 척박함은 곧바로 이들 주교와 신부의 삶에 그대로 투영된다. 공간적 배경이 곧 그들의 삶에 반사된다. 그 척박한 배경에서 어린 시절 부터 함께 사제 생활을 해온 주교와 신부의 우정은 이들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끈이자 구심점이 된다. 자유롭고 행동력이 강한 신부와 그보다는 사색적인 주교의 다른 성향이 그들의 삶에 때로는 갈등을 혹은 이해를 만들어내는 부분 또한 인상적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골드 러시 시기에 미국 서부로 옮겨오는 사람들에게 포교활동을 하고자 떠나는 신부와 그를 잡고 싶은 주교의 마음이 갈등하는 부분은 소설에서 가장 주교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는 큰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끌어가지 않기 때문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저 묵묵히 아직 개척도 이루어지지 않은 뉴멕시코의 황량한 들판과 풍광, 그리고 사람들은 잔잔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인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의 진짜 읽는 맛은 일생을 하나에 오롯이 바친 이들의 삶을 읽는다는 것이다. 황량한 풍광과 평생을 함께 한 주교와 사제가 때로는 외로움에 떨며 때로는 신에게 감사하며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해내는 그 일대기라를 더듬어 따라가는 이 이야기는 소소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즐거움을 가득 주는 그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