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지치는 여름 끝자락이다. 세상에 이유없는 일 없다더니, 가을이나 겨울 혹은 봄 휴가는 없는데 유독 여름 휴가가 있는 이유를 알거 같다. 회사에 입사해서 해마다 거의 여름 휴가를 9월에 가는게 습관이 되서 - 가족과 여행을 가곤 하는데 여행은 비수기에 가야한다 - 항상 8월이 되면 기운이 확실히 달리는게 느껴진다. 휴가를 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쌩쌩한거 같은데 나만 맥을 못 추는듯한 이 기분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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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돈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에서 내리면 '으아 덥다'는 반응이 아니라 '오 시원하네'라는 반응이 절로 나오는걸 보면. 버스에선 내려서 회사까지 걸어가는 길이 한 50미터 쯤 될텐데, 날씨도 시원하고 햇살도 좋아서 절로 노래가 나온다. 아, 물론 귀에 들리는 음악을 흥얼흥얼 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요즘만 같으면 정말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듯. 물론 점심 때는 아직까지 한 여름이지만.
어제 저녁에는 일찍 퇴근을 했다. 주말에 일이 많아 제대로 집도 못 치우고 밥도 없고 , 무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밥이 없어서 귀찮기도 한 덕분에 동생이랑 아침을 건너뛰었다, 그래서 일찍 퇴근. 그리고보니 주말에 한 유일한 집안일이라고는 다음주에 입을 못 다림질 밖에 없다. 일단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뉴스를 하길래 아오리 사과 한개 먹으면서 뉴스 조금 봐줬다. 사과를 먹으며 한 숨 돌리고 일을 시작. 쌀을 4인분쯤 씻어서 밥솥에 앉히고, 청소기를 돌린다. 악, 청소기 공기 필터 안에 먼지가 너무 않어. 눈물 찔끔 흘리고 청소를 마치고 탈탈 털어주고 물도 씻어준다.
역시 요즘 제대로 청소도 못했더니 더 일이 한꺼번에 밀린 기분이다. 대나무 발을 까지 청소를 하고 나니 밥이 다 되려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소리가 난다. 청소기를 정리하고 계란후라이까지 - 언제 계란인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걸 보니 탈이 나지는 않은 듯 - 해서 밥을 착실하게 식탁에서 먹고 설겆이를 하고음식물 쓰레기랑 재활용 쓰레기를 버렸다.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남은 밥을 잘 식혀셔 냉장고에 얼렸다. 아 집안일은 이렇게 안하면 금방 티가 나는거구나. 휴일에는 정리를 좀 더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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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로망인 빨간 휴일이 드디어 생겼다. 8월에는 유일한 휴일인데 수요일인 광복절이다. 회사에서 이번주 까지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많은 모양이다. 덕분에 회사에도 드문드문 자리가 있고, 내일이 휴일인 덕분인지 마음에 여유도 있다랄까. 마치, 음 그래 금요일 같은 기분이다. 물론 금요일은 아니지만. 휴일에 밀린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또 이렇게 휴일이 되면 밀린 책을 읽어야 마음이 편한다. 일상 속에 생긴 휴일 하루가 소중하다랄까 알차게 써야지라는 마음으로 평일 사이에 낀 하루의 휴일에 읽을 책을 주문한다.
여담이지만, 김영하 작가의 책은 팟케스트를 하도 들어서 그런지 작가가 본인 목소리로 직접 읽어주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 아 이번 휴일에는 기회가 되면 [The Newsroom]을 몰아서 보고 싶은데, 가능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