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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이 생일이었다고 말했는데, 일종에 그 뒷 이야기 같은거다. 이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서 하루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생일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인지 평소에 생일에 언젭니다, 라고 말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렇게 생일을 꼬박꼬박 챙겨줄만큼 살가운(?) 친구도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보면 귀차니즘이라고 하기에는 그런데, 가족 생일은 나름 착실하게 챙기는거 같은데 타인에게 덤덤한건지 나에게 덤덤한건지 잘 구분이 안되기도 한다. 아무튼 덕분에 지금까지 생일을 엄청나게 잘 챙긴다고는 빈말로라도 할 수 없었으니 당연히 생일날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선물을 받는다거나 라는건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그런 일인거다.
그런데 유독 올해는 본의아니게 - 생각도 못했다 - '생일날 오늘이 XX대리 생일입니다'라는 공지 비슷한 이야기가 돌아버리는 바람에 보는 사람들마다 생일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하시는거다. 처음에는 '감사합니다'라면서 웃고 감사했는데, 오후늦게까지 하루 종일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중에는 얼굴이 잘 조절이 안되는거다. 아, 민망하다 라는 느낌에 이모티콘으로 하자면 (-///////- )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거의 얼굴을 맞대는 사람에게 다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근 10년 동안 들었던 생일축하 멘트보다 올 생일 하루에 받은 멘트가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더 재미난건 선물인데, 회사에서 나름 친하게 지내는 동료나 선배들이 하나씩 선물을 해주시는거다. 핸드폰 케이스가 부서졌는데 비싸서 못사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는데 이게 생겼고, 여름이라서 그동안 차고 다니던 시계가 조금 답답했는데 하얀 시계를 새로 받았고, 카메라 스트랩을 8년 - 어쩌면 9년 - 만에 바꿨고, 향수를 덜어쓰는 공병도 받았고, 또 다른 한 분은 어서 생일선물 받고 싶은걸 달라고 하고 있다. 아 참 이상한 일이다. 먼가 생경하고 이런 적이 내 인생에서 별로 없었던거 같은데 올해 생일은 정말 얼굴에 빗금이 가는 일 투성이었다.
흠흠, 역시 오래살고 볼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