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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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과거에 심드렁하게, 사실 심드렁하기만 하면 다행이다. 맹비난했던 책인 경우도 있다, 읽었던 책을 우연히 다시 읽었는데 의외로 괜찮은거다. 아니 의외가 아니라 사실은 엄청나게 괜찮은거다. 흔하지는 않지만 한번 경험하면 '읽었던 책 다시 읽기 붐'을 일으킬만큼 엄청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온다 리쿠의 최신작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은 내게 어제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난 온다 리쿠의 팬이고, 그녀의 신간은 어쨌든 바로 예약구매를 해서라도 읽는다. 엄청나게 좋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것도 지금 얘기라고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를만큼 별로인 이야기도 있었다.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은 처음 읽었을 때, 이것도 지금 이야기라고 내놓은거냐.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할거먼 그냥 안쓰는게 낫지 않냐 라고 생각할만큼 내게는 맹렬한 비난의 대상이 된 책이다. 별 이야기도 없는데 이걸 지금 책으로 써내냐!라는 마음이랄까? 그런 그 책이 어제 밤 읽었을 때는 전혀 다른 책으로 나에게 다가와 버린거다.

 

이야기는 고등학교와 대학까지 같은 곳에서 보낸 3명의 남녀의 대학시절과 기억에 대한 내용이다. 여자는 본인도 원하는지 몰랐던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고, 또 다른 사람은 인생의 진로를 변경해서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은 재즈로 대학시절을 보내고 미련없이 회사에 취직을 했다. 이들은 고교 시절 우연히 함께 조별 활동을 했고, 그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보면 세 남녀중 두명은 한때 사귀었을만큼, 물론 그들은 우리가 사귀고 있는건가 라고 생각 할 만 했지만,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그런 인연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온다 리쿠표 소년소녀들의 같은 장면 다른 생각이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구나 싶다. 각자 자신의 대학 시절 이야기와 지금의 삶을 언뜻 비추면서 이야기가 흘러가버린다고나 해야할까 아니면 저 깊은 곳 누구도 가까이 할 수 없는 곳이 있다고 해야할까. 고등학교 시절 부터 끊어질 듯 이어질 듯 가는 실로 이어져 있던 그들의 인연은 어느 사이엔가 영원히 늘어나는 실처럼 한없이 길어져 버려 그들 조차도 모를만큼 느긋해져 버린 이야기이다.

 

사실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맨 마지막 지금은 감독이 된 친구의 마지막 인터뷰 대답은 꽤 인상적이다.

 

 

우리는 헤어지기 위해 만난거군요.

 

아 그렇구나, 이게 온다 리쿠의 이야기로구나. 기승전결의 엄청난 짜임을 가진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읽고 나면 '아 그렇구나 이런 이야기로구나' 라는 느낌으로 읽으면 되는 이야기로구나. 읽고 나도 한마디로 정리가 되지 않지만 오래도록 곱씹게 되는 이 이야기의 마력은 무얼까. 정말 이 마력이란. 이 책의 인상은 봄날 바람에 떨어지는 벛꽃잎이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맹렬하게 비난했고 지금은 즐겁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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