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름 선거날 이니까 선거 이야기로 시작하면, 투표를 하고 나왔다. 다소 걸음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그리고 어머니를 차에 모시고 붕붕 다녀왔다. 11시 반 즈음 다녀온거 같은데, 생각보다 투표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랬다. 물론 대부분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시고,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부들이 눈에 띄였지만, 일단 사람들이 투표를 하러 꽤 많이 나가는구나 싶었다. 투표소 주변에서 가게를 새로 오픈하는 곳은 이 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오픈 기념행사를 열심히 하고 계시는데, 선거날이 저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 싶어서 조금 재미나게 봤다.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다들 무언가를 한다는 약속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무엇을 위한 약속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투표율이 높다는건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되는 거니까 바람직한 현상이기는 한데, 최근 투표율에 약속을 내거는 사람들은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가 지지하는 정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컨데, 투표율이 높다져야 한다는게 정말 다양한 의견이 정치에 반영되는게 좋다는 생각 떄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은 투표율이 올라갈 수록 유리하다는 계산을 바탕으로 한건지. 이런 조금은 불신(?)에 가득한 생각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랄까. 물론 난 투표율은 가능한 높은게 좋다고 생각한다. 투표를 하지 않는자 정치를 비판하지 말라(?)는 마음이랄까.

 

 최근에 읽은 책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선거철에 읽어서인지 유독 각별하다. '나는 꼼수다'와 '나는 꼽사리다'로 대변되는 기성 정치 세력에 대한 비판 세력을 곰곰히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저자힌 장하준씨야 말하면 입아픈 경제학자인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두 팟케스트로 대변되는 비판세력에 대한 생각을 조금 수정했다.

 

현재 정치판과 경제판은 모두 'MB탓'이라고 말하는게 너무 일상화 되어 있지 않나라는 - 아마도가 아니라 확실하다 - 생각을 곱씹었다. 5년이면 혹은 4년이면 멀쩡한 나라를 말아먹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사람들은 말하지만, 역시 이 책의 저자들의 의견처럼 이 나라는 역시 MB만의 힘으로 말아먹지도 않았고, 토건업자만의 힘으로 말아먹지도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정치판은 끊임없이 MB정권을 심판해달라고 외치고, 나꼼수는 각하 헌정방송이라고 외치고, 나꼽살에서는 토건업자들이 나라를 말아먹었다고 외치지만, 과연 그 사람들의 힘만으로 나라를 말아먹을 수 있을까. 결국 대중은 모든 것을 단 한 사람에게 뒤짚어 씌우고 싶어하는게 아닌가. 결국 4년전 의원을 뽑은것도 대중이었고, 5년전 대통령을 선택한 것도 대중이었는데. '그때는 이럴 줄 몰랐다'라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치사하고 자기 면피에 급급한게 아닌가.

 

이건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나서 모든 이슈가 탄핵으로 몰아쳤을 뿐, 그 외에 생산적인 어떤 담론도 생겨나지 못한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지금 이 상황은 MB에 대한 적개심과 토건업자에 대한 분노만으로 가득차서 '그들이 아니면 누구라도 상관없다'라는 마음과 무엇을 다르겠는가. 마치 탄핵 역풍이 지나고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처럼 난 이번 총선 이후에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비관론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항상 정치는 똑같았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더 변하지도 않고 더 나아지지도 않고 그 비슷한 쳇바퀴를 계속 맴돌았을 뿐이다. 선거철이 되면 항상 써먹은 비슷한 담론이 또 다시 나와서 유령처럼 맴돌았을 뿐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대중은 항상 그 댓가를 치루었다.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를 선택했던 사람들은 그 댓가를 지금의 경제상황으로 고스란히 댓가를 치루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 정치가 4년에 한번 투표라는 행위만으로 상징되는 2012년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4년 동안 또 어떤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걸까.

 

+ 선거철 유일하게 관련된 포스팅이로구나.

 

+ 꼭 저 책은 선거철이 끝나고 나서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특히 나는 꼽사리를 듣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한다. 그래야 양쪽을 보는 눈이 생기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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