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 많다는걸 알았다.

 

밀린 글을 좀 써볼까해서 , 항상 이맘때면 하는 일이지만, 1년 동안 읽은 책을 찾아봤다. 그리고보니 작년까지는 블로그에 정리했는데 올해는 1월에 구입한 스마트폰 때문에 어플에 정리를 했다. 아무튼 찬찬히 그 책들을 보다가 내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책이 유독 많았구나 싶었다. 올해는 어디에서 특별히 책을 받은 것도 아니니 왠만하면 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읽었을 거고, 그런데도 올해는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 꽤 된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당황했다. 왜 올해는 이랬을까를 생각했다. 유독 글을 많이 쓰지 못했다고 느끼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는가보다. 아니, 어쩌면 올해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의 고질적인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집중을 쉽게 할 수 없는건지 아니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건지 중도에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던져놓은 책이 한두권이 아니다. 이건 평범한 문제가 아닌데, 어쩌면 취향이 고정되어 버려서 그 취향을 벗어나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게 되어 버리는게 아닌가 싶어졌다. 곤란하다. 이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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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인간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는데, 난 회사생활에 꽤 적합한 인간형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잘 몰랐는데, 난 회사에 별로 기대하는게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회사의 '인간관계'에 그리 기대하는게 없다. 내가 학교를 빨리 졸업하고 일을 하고 싶어했던 이유는 경제력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학생이던 시절 인간관계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난 회사에 들어가면 일만 젤대로 할 줄 아는 인간이면 왠만한 사람과도 적당하게 지낼 수 있을거라고 믿고 있었다.

 

지금 난 첫 직장에서 계속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인간관계는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세상에 이런 회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가 생각하는 꽤 - 사실은 엄청나게- 좋은 편이다. 특별히 모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흔한 말로 성격파탄자가 있는것도 아니고, 두루두루 좋은사람들이다. 정말 난 행운아다 이런 면에서.

 

그럼에도 회사에서 아주 가끔씩 서로에 대한 기대를 하는 인간관계를 보게 된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난 회사의 인간관계란 기본적으로 쿨(cool)한 관계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인간에게 쿨하고, 회사에서 하는 일에 쿨해지고, 회사에는 내 노동력을 제공하고 난 그 댓가를 받고. 이 얼마나 합리적인 관계인가. 가볍고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하지만 회사에 많은 기대를 하고 , 회사안에서 맺는 관계에 많은 기대를 하고, 그 기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상처받는 사람들을 보면 난 어쩌면 회사에 꽤 적합한 인간형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게 된다. 음, 회사에 적합한 인간형이다. 프로토타입같은 느낌?

 

결론은 지금 회사는 다른 회사에 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도 꽤 좋다는게 느껴진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회사생활에 조금은 가까운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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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난 회사생활을 오래하지 못하겠다 싶다. 나라는 인간은 큰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를 보고 일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까? 그리고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실에 스트레스는 받는 - 사실 꽤 많이 받는다 - 인간형이라 회사생활을 오래 하다가는 제명대로 못살겠다 싶은 마음. 그래서 앞으로 회사생활을 어떻게 해야하나,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내 주변 사람들은 회사생활에 완전 적합한 인간형이며, 난 특히 지금 다니는 회사에 매우 적합하고 잘 맞는 타입의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난 대꾸한다. 회사에는 적합한 인간이지만, 개인은 매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내년에는 이 문제에 대한 조금 다른 답을 찾아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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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을 하는 - 이제 한 1년 된거 같다 - 동생이 회사에서 읽는 책 같은데 집에 가져와서 놔뒀다. 그 책은 이런 책이었다. 이제 1년차가 이런 책을 읽고 있는거다. 역시 무서운 회사구나 했다.

틀린말은 아니니까. 그렇다 이제 입사 1년차 사원께서 이런 책을 읽고 계신다. 큰 조직에서 일을 한다는건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거구나 라는걸 세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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