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그리 풍족하게 책을 구입해 주지는 않으셨다. 내가 어렸을 때 로망으로 삼았던 별별 전집들은, 이를태면 과학전집이라던지 문학전집이라던지 혹은 위인전집까지도,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나의 로망으로 남아있다. 그 전집이라는게 가진 사람들은 잘 안 읽는지 모르겠는데 난 그 전집들을 보고 있으면 황홀하기 까지 했었다. 다행히 옆집이나 다른 친구 집에는 전집이 적어도 한 질씩은 다들 있어서, 난 그게 참 신기했었다, 놀러가서 한권씩 야금야금 읽고 야금야금 빌려 읽고 했던 듯 하다. 아무튼,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책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구입해주마' 이런 집은 아니었다는거다. 그래서 아마 조금은 그런걸 부러워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오늘 그런 생각을 했다.

오늘 와우북 행사를 다녀왔는데, 참 아이들과 함꼐 나온 어머니와 아이들이 많더라. 아이들 손을 꼭 잡고 나와서 책을 고르는 부모를 보는건 많은 감정을 내게 항상 불러 일으킨다. 모든 부모가 저런건 아니지만, 이런 행사에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아이들의 책을 골라주는걸 보면 참 대단한 부모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랄까. 저 아이는 알고 있을까 저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아니야 모를거 같은데 라는 그런 기분.

사실 난 어렸을 때 비교적 자유롭게(?) 자라서 인지 모르겠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이런저런 행사에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을 시키고 하는 일이 극성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라도 아이에게 더 많은 경험을 주고 싶고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은건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난 그렇게 자라지 않았고 그 자유로웠던 분위기 덕분에 꽤 즐거웠다고 생각해서인지, 여튼 조금은 복합적이고 묘한 기분이다. 조금은 부족하게 자라는게 아이에게 갈증을 키워준다는걸 믿는 타입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아이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와우북 행사였다.
음, 너무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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