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회사에 도착하지 직전 내가 탄 버스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게 아닌가 싶지만 이번 한강 홍수 때는 그 아래 있던 땅이 보이지 않았으니 다리는 분명하다.

이번 주에는 학생들이 개학을 했다. 회사 근처에는 중학교가 하나 있는데, 더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학생들도 개학을 했는가보다. 월요일 버스는 자리에 앉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로 버스는 만원이었다. 회사에 도착하기 직전 정류장에서 학생들이 많이 타는데 '아이들이 한 정거장인데 걸어가는건 어떠니'라고 절로 말하고 싶어질만큼 그런 만원 버스이다. 손가락 하나 까닥 하지 못하고 그냥 버스에 실려오다가 도착하면 못 내릴지도 모르는 그런 버스.

아무튼 오늘은 버스를 5분 정도 늦게 타서 인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학생들이 방학을 하고 사람들이 휴가를 간 기간에는 버스가 한산해서 몰랐는데, 정말 그 때가 좋았지 싶다. 왜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휴가를 갔을 때는 원래 버스가 이렇게 부산스러웠다는걸 몰랐을까 싶을만큼.

아무튼, 오늘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였다. 다리 위로 학생들이 걸어가는데 세명이서 도란도란 걸어간다. 앞 쪽에는 남학생이 셋이고 뒤쪽에는 여학생들이 셋이다. 남자들은 머가 그리 좋은지 일렬로 셋이 서서는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고 뒤에 여자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출근길 도로 한복판을 저렇게 걸어가는 아이들이라면 너희들은 뭐냐! 라며 말하고 싶겠지만, 난 일단 버스 안에 있으니까. 왜 그렇게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를 가는 풍경이 내 눈에 신선하게 보였던걸까.

날씨는 적당하게 아직 더웠고,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오는 아침, 아직 여름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세명씩 나란히 나란히 도란도란 걸어가는 풍경은 내게 지나치게 옛날을 생각나게 했다. 학교까지 20분씩 걸어다니던 그 길을, 풍경을, 친구를, 아침 공기를 말이다.

그리고보니 내가 등교하던 고등학교는 겨울인지 가을인지, 학교를 가는 시간에 해가 떠오르곤 했다. 그런데 꼭 걸어가는 쪽 정면에서 해가 떠오르는거였다. 피하지도 못하겠고 눈은 부시고 일부러 해를 똑바로 보면서 학교로 꾹꾹 걸어가곤 했는데, 지나치게 그 시절이 생각나버렸다.

아까 아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있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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