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정희.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난 슈테판 츠바이크의 펜이다. 일단 호의적이다.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책은 샅샅이 찾아서 읽었고, 이 책은 출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주문'버튼을 눌렀다. 요컨데 슈테판 츠바이크에 관해서는 선택이라던지 고민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없다. 그냥 읽고 감탄할 뿐이다. 
 
소설집 [이별여행]에는 2편의 이야기, '이별여행'과 '당연한 의심'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이별여행'은 젊은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사장의 비서로 들어간 청년의 이야기이다. 자괴감만을 들게 하는 그 집의 부인을 만나고 그녀와 사랑하면서 그의 삶은 달라지게 되지만, 세계대전으로 인해 그녀와 9년이나 만나지 못하고 그 사이 그는 결혼을 하고, 그녀의 남편은 죽는다. 그렇다 이 책의 결말은 9년이 흐른 뒤 그녀를 다시 만난 남자의 심리이다. '당연한 의심'은 노부부가 옆집으로 이사 온 젊은 부부에게 생긴 기묘한 이야기를 말한다. '이별여행'은 츠바이크의 전매특허인 심리를 서술하는데 발휘되는 탁월한 강점을 드러내는 점이 장점이다.
 
'체스' 혹은 '아내의 불안', '연민'에서도 그랬듯이 츠바이크의 소설은 격렬한 이야기의 줄거리가 있기보다는 인물을 가운데 놓고 그에게 벌어진 아주 소소하고도 간단한 일과 그 일을 겪는 그의 심리를 촘촘하게 서술해서 매력을 표출한다. 심리를 촘촘히 따라가는 과정이 소설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번 '이별여행'에서도 단연 그 강점이 돋보이는데, 가난 때문에 굴욕을 당했던 젊은 시절의 아픔과 그 아픔을 충분히 감당하게 한 사장의 부인과의 연애, 세계대전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헤어진 연인과 그 시간들. 그 시간들 동안에 주인공의 감정을 담담하게 서술하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는건 굉장히 흥미롭다.
 
조금 의외인 소설 '당연한 의심'은 로알드 달의 소설이라고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편집증적인 관심과 애정을 한 대상에게 쏟아붇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버거워하는 부인이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 남편의 성격으로 인해 벌어진 연쇄반응 같은 일을 그리고 있는데, 마지막에 벌어진 사건은 상당히 놀랍다. 아니 기묘하다고 해야하나. 재미난건 이런 기묘한 이야기는 츠바이크의 다른 소설들에서는 - 적어도 내가 읽었던 - 읽어 본 적이 없었다. 로알드 달의 소설이 이야기의 흐름이 기막히고 스토리에 중점을 둔다면, 츠바이크의 소설은 이런 마지막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 아래에 깔린 심리를 추적한다는 점이다. 실체 이 소설에서 추적하는건 사건의 중심인물인 부부와 남편의 무한애정을 받고 자라던 강아지이다. 무한 애정을 받고 자라던 강아지가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그 자리를 빼앗겼을 때 강아지의 심리가 어떠할지, 그리고 그 심리가 어떤 행동을 유발할지를 추적한다. 당연히 ,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야기는 엄청나게 흥미로워서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수가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충만하다.
 
츠바이크의 다른 이야기는 언제 출간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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