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난 꽤 추리소설을 즐긴다. 추리소설에서 보자면 나름 정석적인 코스(?)를 밟았다고 생각하는데, 셜록홈즈와 포와로를 시작으로 해서 영국과 미국작가를 거쳐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케이스이다. 어렸을 때는 셜록 홈즈를 읽을 때마다 '우와..'라고 감탄사를 내며 읽었는데 어느 순간 조금은 심드렁해지는게 아닌가.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서야 알았다. 난 '이야기'가 아니라 '캐릭터'에 감탄사를 내뱉고 있다는걸. 

사실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고급스럽다거나 납득이 된다고 하기는 빈말이라도 할 수 없다. 탐정만이 알고 있는 정보가 불쾌함의 핵심인데, 그가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항상 독자에게는 말해주지 않은 정보가 있다. 항상 그 말해주지 않은 정보를 통해 사건은 해결되고, 어느 순간부터 난 그 점 때문에 셜록 홈즈식 소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추리소설이다, 에 물리기 시작했다. '결국 처음부터 독자는 풀 수 없는 문제였잖아'라는 비명과 함께.  

아마 그 이유는 셜록 홈즈 이야기에는 스토리 라기 보다는 트릭을 읽는 재미로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야기를 '이야기'보다는 '트릭'으로 읽었기 때문에 찝찝함과 불쾌함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아닐까라는 그런 기분. 그래서 일본 추리 소설로 넘어 온지도 모르겠다. 일본 소설에는 트릭을 추구하는 미스테리도 있지만, 이야기를 추구하는 미스테리도 분명 있다. 굳이 따지자면 온다 리쿠 정도가 이야기를 추구하는 미스테리랄까. 

   
  "예. 제가 마담에게 물었을 때도 그랬어요. 거짓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전부 털어놓지도 않았지요, .. 어라라." 
큰 발견이라도 한 듯이 눈을 희번덕 굴렸다. 
"이러 본격 미스테리의 규칙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
고사쿠가 미소 지었다.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 작가는 독자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필요도 없다."
"예, 공정하기만 하면 그만이죠."
"독자에게 어디까지 사건을 밝힐 힌트를 줄 것인가. 작가는 얼마나 공개할지 조절하기 어렵겠군. ... 그나저나 네가 마담에게 물어본 게 뭐야?" (p.399)
 
   



 이 소설은 한 소년의 평생에 걸친 이야기이다. 나기라 다다스라는 화가와 그의 평생의 연인의 이야기이다. 화가는 여인을 사랑했으나 그녀와 결혼을 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녀를 평생 바라보았고, 그의 삶은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위한 것이었고, 그는 그녀를 위해 살인자 누명까지 쓰기도 한다. 그의 죽음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더 들어간다. 연인의 아이가 죽게 되고, 그녀의 남편이 죽게 되며 결국 어느 날 화가도 죽게 된다. 그리고나서 밝혀지는 마지막 단 한 페이지의 진실은 잠깐 읽는 나를 머뭇거리게 한다.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기분 때문에. 특히 화가의 유년 시절에서부터 그의 죽음까지에 걸진, 그야말로 일대기,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다. 이야기는 늘어지고 트릭은 납득 할 수 없고, 읽고 나서 허탈했다는게 한마디의 감상이다.

등장인물들의 말처럼 작가는 거짓말은 어디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직하게 모든 것을 독자에게 말하지도 않았다. 이런 류의 글쓰기는 미스테리에서 굉장히 흔하지만, 결과와 효과는 정 반대이다. '음 그럴 수도 있겠어'라는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편이 있는가하면 , 대표적인 작품이 <용의자 X의 헌신>, '이건 뭐하자는거냐'라는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면도 분명 있다. 후자는 제대로 독자를 납득 시키지 못해서 독자에게 나오는 반응이다. 이번 소설 <완전 연애>는 명백히 나에게는 후자에 속했다. 언어로 정확히 설명은 안되지만, <완전 연애>는 쫀쫀하지 않은 스토리에 소위 기발하게 보이는 트릭을 얹은 이야기 였던 관계로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도 영 찜찜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셜록 홈즈나 미스 마플, 포와로와 멀어지게 된 것도  이런 찜찜함과 아쉬움과 납득이 안되는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요컨에 미스테리니까 더욱더 멋들어진 트릭이 전부가 아닌거니까라고 생각해본다. 미스테리가 트릭이 전부라면 얼마나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만 만들어지겠는가. 트릭을 납득 할 수 있게 끔 하는 이야기가 있어야지. 결국 소설은 이야기인거니까. 트릭은 이야기를 만드는 도구일 뿐이니까. 결국 <완전 연애>에는 이야기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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