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시작은 대만 여행이었던 것 같다. 대만 여행을 갔는데, 지우펀에 들렸고, 지우펀에 갔더니 온에어 광고를 하는 카페가 있더라. 그리고 어느 장면에서 본 듯 한 가게들이 그리고 거리들이 그곳에 있었다. 아마 그래서였는가보다. 다시 한번 드라마를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하나씩 차근차근 이야기를 다시 보고 있는데, 왠걸 이 드라마 꽤 괜찮다. 기막히게도 내가 기억하는 부분은 드문드문 - 생각보다 열심히 봤던 드라마였는데도 말이다 - 이라서 다시 처음부터 보니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든다. 중간정도까지 봤는데 역시 이 드라마로 '김하늘'이라는 배우가 처음으로 '배우'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었던건 맞았던 듯. 김하늘이라는 사람을 연애인으로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연기'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봐도 극 중 '오승아'라는 캐릭터는 100% 김하늘의 판 밖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요정에 CF를 도배하지만 드라마를 하면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는 연애인. 그 사람이 어떤 계기를 통해서 연애인에서 배우로 넘어가는 그 단계. 딱 그 단계에 와 있는 김하늘이라는 배우가 '오승아'라는 배우 역할을 해서 꽤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줬지 싶다. 역시 다시 봐도 그때나 지금이나 '오승아'라는 캐릭터에 대한 내 감상은 동일한 듯.

더 유심히 보는건 드라마 작가.

드라마 작가가 스토리도 만들어 지지 않고 구성도 되지 않고, 역시 대본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이 채근하자 말한다.

"대사 치는건 빨라요. 구성이 어려워서 그렇지."

이 대사를 듣고 글쓰기는 비슷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글이든 일단 '글'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쓰는 역시 어려운건 구성과 캐릭터가 아닐까. 어떤 구성을 하느냐, 살아 움직이는 그리고 설득력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느냐가 결국 핵심이 아닐까. 캐릭터만 잘 만들어 놓으면 그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건데. 결국 대사는 - 혹은 글은 - 그 구성과 캐릭터를 보여주는 도구일 뿐인데.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다보면 인상적인 구절이나 대사를 표시해 놓곤 했었다. '음 이거 정말 공감하네 , 좋다. '이러면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표시를 더 이상 난 하지 않고 있다. 문장이 혹은 구절이 좋은게 아니라 책이 구성이 좋고 이야기가 괜찮은 것이다. 언젠가부터 난 문장에 혹하지 않는 책 읽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온 에어 속에서는 한창 난리 법석 중인 드라마가 있고. 
아직도 그들은 이 드라마가 어떻게 될지를 가늠하지 못한채 갈팡질팡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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