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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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건 생각보다 체계적이지 않았다. 그래 많은 표현이 있겠지만 재미가 엄청나게 있지도 그렇다고 전공수업에서  엄청나게 큰 깨달음을 얻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수업을 통해서 4년 동안 배우고 생각했던 내용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했다. 그리고보니 난 가끔 그런 말을 하곤 했다. '등록금의 한 절반 정도는 책을 읽는 값이라 생각하고 내고 있어' 라고.  난 분명히 대학이란 그런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게 해야 하는 곳이라는 신념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문학부터 자연과학까지 비록 깊이는 아니어도 폭 넓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게 대학의 기본 목적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바탕이 없이 T.S.엘리엇을 듣고 당장 경기파동을 배우는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우석훈의 <나와 너의 사회과학>은 솔직히 재미없는 책이다. 읽으면서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나'라고 오래 생각했으니 그건 분명하다. 빡빡한 한국의 현실을 말해주지도 않고 대안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읽으면서 흥미진진하다고는 빈말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책의 목적을 제대로 모르고 읽어서 생긴 문제였는데, 서문과 맺음말에 나온대로 이 책은 그동안 우석훈씨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회과학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즈음 되는 강의를 진행하면서 정리한 강의록이다. 대한민국을 분석하고 바라보기 위해 '사회과학'에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왔는지, 앞으로 이런 고민을 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 사회를 분석해볼 수 있을까에 대한 입문서이다. 요컨데, 이 강의와 책의 최종 목표는 아마추어리즘이 될지도 몰라도 좀 더 일반인이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시선으로 읽은 사회를 분석해서 책으로 낼 수 있는 저자를 길러내는 것이 목적이니.
 
아주 재미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실망스럽지도 않은 책이나 곰곰히 읽어보면 이 책은 결국 '길을 찾아가는 길'을 알려준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저자의 말대로 한국사회에서 가장 인문사회학이 붐을 이루었던 80년대 저자들은 대학원생들이었고, 그때 대학생은 지금의 대학생과는 정의가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 시대 사회를 고민하던 대학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사실 그들은 지금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직업을 가진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음이다. 일반 대중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책 한권 낼 수 있기를, 그만큼 자신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고민할 수 있는 세상에 되기를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이 나왔고, 강의가 시작된 것이리라. 한 사람이 걷는 백 걸음보다 모두가 걷는 한 걸음이 필요한 시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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