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슬슬 되어 가는지 사무실이 꽤나 건조하다. 사무실의 거진 정중앙이라서 그런지 끝쪽보다 건조함이 몇배는 심해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눈이 따갑고, 얼굴이 갈라지는 느낌이 난다. 덕분에 인공눈물을 얻어다가 넣기도 하고, 수분크림을 푹푹 바르고 출근해봐도 마찬가지이다. 애라 모르겠다는 기분으로 작은 가습기를 하나 구입해서 책상위에 올려놓고 일을 시킨지 오늘로 4영업일째.

가열식 가습기는 처음 써놨는데, 완전히 가열된 상태의 수증기가 나오기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습기의 정의를 의심하게 한다. 회사로 문의도 해봐도 가열식은 가열이 된 수증기가 나오는거라 일반 초음파식 가습기를 생각하시면 안되는거고, 지금 상태가 지극히 정상이란다. 하지만 아무리 그 설명을 듣고, 가습기를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을 상당히 많이 소비하고 - 500mml페트병을 소비하는데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있는데 나오는 증기는 굉장히 시각적으로 적어서 제대로 일을 하는건지 마구마구 의심이 드는거다. 그래서 우스게 소리로 '열심히 일은 하는데 성과가 없어서 안되겠다. 환불해야겠다'라고 궁시렁 거렸다. 놀랍게도 월요일부터는 성과도 보이고 있어서 내심 흐뭇해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회사생활을 하고 특이 오늘 신입직원 면접 보는 것도 보고 있노라니, 일은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안 좋은게 얼마나 서로에게 최악의 조합인지를 느끼겠다랄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일은 열심히 하나 성과가 나지 않아 환불해야겠다는 내 결심은 결국 회사생활의 직장인의 평가와 일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 때문이었다. 나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나를 고용한 회사이니, 나는 일을 해야하는 것인데, 과연 회사는 나의 성과에 임금을 지불하는걸까 아니면 노력에 지불하는걸까.

그리보니 회사 신입시절 윗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성실한 사람이 좋을꺼 같어 아님 성실하지 않아도 일 잘하는 사람이 좋을거 같어?" 난 신입은 성실한 자세를 보고 뽑는다고 생각해서 - 이미 뽑힌 상태에서 나눈 대화였다 - 성실한 쪽 아닌가요? 라고 말했는데, 그분의 대답은 일 잘 하는 사람이다, 일 못하면 민폐야 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정말 그런가?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금은 이해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사람들이 '노력'이라는 행위를 하고 일을 하는 행위도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라는건 명확한 사살이니.

하지만 역시 노력과 성과가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는걸 알아버린 지금, 가습기를 보면서 괜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묵묵히 일하고 있는 가습기가 조금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고나 할까. 겨울이라서 그런가 연말로 다가가서 그런가 이런저런 상념이 많아진다.

가습기군, 힘내라구. 난 당신이 마음에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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