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제도는, 꽤나 많은 상념을 일으킨다.

 

얼마전, 얼마전이라고 하지만 벌써 1달은 더 된 듯 하군, 인터넷으로 일본드라마<호타루의 빛> 시즌 2를 조금 봤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금이라고 하지만 시즌 1의 마지막 편과 시즌 2의 마지막 편을 연속으로 본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두 편을 연달아 본 것 만으로도 나는, 이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보고 싶구나 라고 생각했다.

 

시즌 1의 마지막 편은 사랑하는 사람과 동거 하게 된 우리의 주인공 여인의 이야기로 가득이다.

본의하니게 다른 남자와 동거 하다가 자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사람과 함꼐 살게 된다. 문제는 그 사람과 함꼐 살게 되면서 그 사람에게 내 자신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게 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오해를 살까(?) 두렵고, 그와 함께 집에 있으면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있어야 할 것 같고, 그가 하는 모든 말들에 하나같이 신경이 곧두서 있는 상태 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그와 함께 쉴 수 있는 꿈속의 스위트 홈이 아닌 현실. 어느 순간, 열쇠를 끼우고 문을 여는 주인공은 한 숨을 내쉰다.
깊고 깊은, 왜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되어 버렸나, 라는 상념을 담은 그런 한숨 말이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상념이 느껴지는 그런 한숨.

 

시즌 2편의 마지막은 사랑하는(?) 부장님과의 미래에 대한 고민 이야기인데, 시즌2를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결혼이란' 이다.

계속 건어물녀로 살아갈지 정해야 한다는 말이 굉장히 내게는 신선하게 들렸다. 타인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건어물녀의 말이 내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들렸다. 결국 주인공 여인은 남자를 따라 그의 부임지로 가지않고 계속 한 곳에 머물러 일을 하고, 생활을 이어 간다. 여전히 의욕적으로 일을 하고, 이전에는 생각해보지도 못한 집안일을 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건어물녀로서의 삶을 살아가지만 삶에 필요하다고 배운 새로운 일을 하나씩 자신의 삶에 안착시켜 나간다.

 

결혼이라는 소재가 이야기거리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뭘까.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결혼은 현실이다,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당신과 한집에 살고 싶다 등등. 그 사람과 혼인 서약을 하고 일단은 평생을 함꼐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부대끼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흔히들 말한다. 결혼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맞춰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혼을 해서 서로 다른 두 인격이 만나는 그 자리에서 서로 맞춰가는 부분도 있겠지만
절대 서로 버릴 수 없는 부분은 분명 지켜야 한다는 그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호타루는 건어물녀로서의 삶을 버릴 수 없다. 계속 건어물녀로 살겠다고 선택했다.
하지만 그녀는 건어물녀로서의 삶에 그와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부분들을 받아 들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드라마를 봤을지 모르겠지만, 난 드라마 마지막 회를 보면서 사실 꽤 충격을 받았다.

 

<호타루의 빛> 시즌 2, 그것도 마지막 단 한 회를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결혼이 정확히 지칭하는 현실이 무엇인지 2%쯤 이해한 듯 한 기분이다.

 

결혼한 모든 이들은, 역시 위대하다.
음, 정말 위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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