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보다가 단 한 줄이 맨트 때문에 이 글을 쓴다.
'우린 어떻게 친구를 만났을까...'


오늘 무한도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 7명의 맴버가 한 장소에 모이는 미션을 수행해야 퇴근시켜주겠다 라는 것이었다. 서로 연락수단이 없이 여의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을 향해 마냥 달렸던 그들에게 서로를 찾아 뒤로 달려야 하는 미션. 무한도전을 하면서 의미있는 공간으로 모여야 하는 미션에 그들은 서로 다른 곳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누구는 1회를 방송했던 장소로 가고, 누구는 연습실로, 지난 레슬링을 했던 장충체육관으로, 또 서로 친해질 수 있었던 여의도로.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를 혹은 자신의 추억을 생각하며 장소로 달려가고 혹자는 만나며, 어긋났다.


여의도 공원안에 있는 두 사람이 한쪽은 위쪽에 한 사람은 아래쪽에 있어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장면이 있었다. (아 그리고보니 온다 리쿠의 소설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 그 장면아래에 저 단 한줄이 지난가는 거다. 우린 어떻게 친구를 만났을까.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통학을 함꼐 하던 친구가 있었다. 우리 집과 그녀의 집을 지나면 학교가 나오는 길이라 내가 학교 방향으로 걸어다가가 그녀를 만나서 학교를 가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집에서 만나는 장소까지는 좀 걸어나와야 하는 길이라 항상 그 만나는 곳에서 난 아침마다 그녀를 기다리곤 했다. 그녀가 오늘도 올지 온다면 언제올지 - 물론 8시, 라고 시간 약속을 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약속 시간에 보통 늦었다 -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바쁜 아침에 난 그녀를 기다리곤 했다. 조금은 막막하고 먹먹한 기분으로. 8시에서 5분쯤 지나 '이제 슬슬 혼자서라고 가야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이면 그녀가 비탈길을 달려내려오는거다. 늦어서 미안해라며. 항상 늦는 그녀를 타박했지만 그녀와의 통학길은 제법 즐거웠다. 항상 난 그녀를 같은 자리에서 기다렸으니 말이다.


금요일 퇴근길에 가끔 그녀를 강남에서 만나곤 한다. 우리는 특별한 약속을 하지 않는다. 강남에 8시 즈음 도착해서 연락해라는게 그녀와 나의 약속이다. 그렇게 강남에 서로 도착해 전화를 하고 연락을 하고 서로를 향해 걸어가며 우리는 어느 순간에 만난다. 예전과는 다른 만남이다.


문득 오늘, 무한도전을 보면서 생각났다. 친구와 어떻게 만났지... 라는 질문에 그녀가 생각났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아침 8시 같은 장소에서 기다리던 내가, 말이다. 그 시절에 약속이란 그런 약간의 막막함과 먹먹함을 가진 기다림이었다. 음 그런 기다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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