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끼는건데 로마의 제정은 정말 속된 말로 '골때리는' 체제이다. 
황제라는 단어 자체가 이 시대의 단어라는 말이고, 이 시대에 황제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
제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절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제체 이다. 일단 대체할만한 단어가 없으니 제정이라고
부르기는 하겠는데 절대 납득은 하지못하겠는 그런 제체 말이다.

지금은 네로까지 끝나고, 로마 역사의 마지막 1년이 될뻔했던 (타키투스 曰) 시기를 지나
베스파시아누스가 황제로 등극했다. 카이사르를 지나 옥타비아누스를 지나 여기까지 계속 읽으면서
내가 한 생각은 단 한가지이다. '도대체 이놈의 로마의 정치구조를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거냐....'

귀족정치라고 볼 수도 없고, 혈연에 기반한 왕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주정치도 아니고.
원로원과 민회의 동의를 모두 얻은 제 일인자가 로마와 제국을 통치하는 이 시스템을 뭐라 불러야 하나.
그리고 어떻게 네로 이후 황제가 바꿜때마다, 아니 칼리굴라 이후의 황제 등극과정 이후로,
어떻게 원로원과 민회는 황제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등극을 시켰느냐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다. 더 기가막힌건, 이 책을 예전에 읽었을 떄는 왜 이런 궁금증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지 내 자신이 너무 황당하기 까지 하다. 

고대 로마의 정치 제체는 오늘날의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하기 힘든 형태였던 것 같다.
이런 형태의 제체가 그토록 오래 유지되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기막히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보니 왕정과 제정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문득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1인자가 황제라고 칭하면 제정이 되는건 아니지 않겠는가 라는 심정이 있을 뿐이니.


+ 시오노 나나미의 글쓰기는 간혹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항상 여백이 있을 때마다 '자신은 역사가가 아니니 이 정도 상상력은 괜찮지 않겠는가'라는 말이
가증스럽게 들리는 순간이 있는건 나뿐이란 말인가. 로마인'이야기'라는 말도 가끔은 아깝지 않나 싶기도 하고.

역시 시간의 힘은 위대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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