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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3 - 승자의 혼미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11월
평점 :
로마인 이야기 3: 승자의 혼미 | 시오노 나나미 | 김석희 | 한길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3: 승자의 혼미>편은 책 자체도 로마 역사 만큼이나 책 자체도 혼미이다. 2권에서 한니발 전쟁을 통해 보여준 로마 자체에서 보여준 시민과 원로원의 협력은 진정 인상적이었다. 나라를 위한 상류층의 희생과 그와 발맞춘 평민층의 참전은 놀라울만큼의 희생을 넘어 도시국가 로마를 비로소 국가 로마로 만들어 준 원동력이 되었다. 그 놀라운 단결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로마는 비로소 제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그 길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승자의 길에는 승자이기 때문에 거쳐야 하는, 그리고 도시 국가에서 제국으로 나아가는데 필연적으로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가 숨겨져 있다. '현재 이 시스템이 지금 로마를 통치하는데 적합한 것이냐'라는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을 했던 사람들이 3권의 주인공들이다.
어떤 이는 시대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빠른 이야기로 - 누구가를 생각나게 한다-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또 누군가는 과거로의 복귀를 위한 빠른 포석을 선보였다. 또한 이 시기는 술라와 마리우스를 통해 로마 역사에서 군권의 힘이 정치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보인 시대이다. 이 가능성이 이후 로마의 통치를 결정하는 기반이 되어 버리지만. 즉 이 시대는 민중파와 원로원파 사이에 권력투쟁에 이라는 단순한 구도가 아닌, 과연 앞으로 로마는 어떤 방식으로 통치 되어야 하느냐라는 시스템의 구축에 관한 문제인 셈이다.
난 3권을 처음 읽었을 때는 참으로 재미없었다. 한니발과 스키피오 이야기로 박진감 넘치는 2권과 갈리아 전쟁으로 두근거리를 4권의 이야기 사이에 낀 당시 로마 정체 정도 설명에 그치는 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 수록 3권은 2권보다는 더 의미있게 곱씹어 볼만하고 4권으로 가기 전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권이다. 국가라는 하나의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이렇게 나를 매혹시키는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엘리트를 기반으로 하는 공화정과 집권적인 시스템으로 효율을 추구하는 제정 사이에 선택의 길 위에 서있는 것이 제 3권의 로마이다.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부제를 승자의 혼미라고 붙였지만, 나는 이 보다는 승자의 고민이라고 해야 더 맞는 것이 안닌가 싶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카르타고와의 전쟁이 끝난 뒤 내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엄청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은 아니었지만, 이 시기 로마는 그 어느 시대보다 중요한 시대였던 것이 뒤에서 바라본 나의 생각이다. 이 시대를 기점으로 카이사르가 등장하게 되고, 그는 공화정과의 투쟁을 통해 로마를 제국으로 가는 시작점에 내려 놓았다. 결국 3권을 통해 보여준 로마인의 고민은 4권과 그 뒤를 통해 해결되지만, 그토록 치열하게 어떤 시스템을 선택학 것이냐를 두고 많은 이들이 아니 로마 자체가 고민한 것이다. 과연 무엇이 맞는 것이냐를 놓고 말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는 그런 치열한 고민이 부재한 시대가 아닐까.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거대한 담론처럼 되어 버려, 나 개인은 그런 담론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을 갖지 못한채 살아간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며, 그 시스템은 지금 이 시대에 적합한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뒤에서 이 시대를 바라보면 이 시대의 '혼란'을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의 문제로 분석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국가의 시스템에 대한 깨어있는 이들이 고민을 한껏 느끼게 한 3권 승자의 혼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