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먼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7
에벌린 워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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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과 영국, 정확하게는 미국와 유럽,의 공통점은 잠들어 있는 시대라는 점이다. 뒤돌아 보면 어느 시대가 그렇지 않았을가 싶지만 너무나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한 시대에는, 그 시대의 뒤안길에 남아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또한 끊임없이 소유과 욕망을 쫓는 이들과 그런 이들과는 다른 삶을 추구하려고 발버둥치던 사람들이 있었다. 또한 그런 이들은 그 시대를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쟁이 들이 있었다. <순수의 시대>가 그러했고, <위대한 게츠비>가 그러했다.
 
<한 줌의 먼지>는 1930년대 영국의 런던 근교 시골에서 시작한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집안과 그 집안의 숨결이 묻어 있는 집을 소중히 생각하는 라스트 부부. 그 부부에게 런던에서 사는 뜨내기 청년이 찾아와 하루밤 묶고 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청년과 연인관계가 된 부인은 남편을 교외에 남겨놓고 런던에서 생활하지만 남편은 부인이 그저 런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줄만 안다. 라스트 부인의 외도는 사교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소원했던 부부관계는 아들이 낙마사고로 죽으면서 돌이킬 수 없게 되어 이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라스트씨에게 전부인 저택을 팔아야 할만큼 많은 유산을 요구한 부인에게 실망한 라스트씨는 브라질로 탐험 여행을 떠나게 되고, 영국과 연락할 방법도 하나 없는 그곳에 고립된다.
 
소설은 <순수의 시대>와 매우 흡사하다. 사교계라는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살아가며 가십거리를 찾아 해매는 사람들의 일상이 잘 들어난다. 그러면서도 그 지금까지 삶의 양식에 만족해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말이다. <한 줌의 먼지>는 되돌아보면 어느 시대에나 있는 이야기이다. 부부라는 존재보다는 각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집과 자신의 욕망을 쫓기에 급급한 사람들의 행태와 그런 그들을 가십거리 보듯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1930년대만의 전유물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 소설이 흥미로운건 권말에 실려있는 작가가 수록한 또 다른 결말이다. 브라질 오지에 고립된 라스트씨가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말이 본편이라면, 다른 결말은 그가 무사히 브라질 오지에서 돌아와 부인과 이전과 똑같은 변함없은 라스트 부부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장면이다. 자신의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어딘지도 모르는 오지에 붙잡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인생과 아무런 변화없이 자신이 안주하는 삶에서 똑같이 하루를 반복해 살아야 하는 그들의 일상 중 과연 무엇이 나을 것인가. 1930년대 영국인의 무료가 인생을 갉아먹는 그 인생이 삶이 과연 2010년 오늘의 우리내의 삶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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