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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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나라는 알다가도 모를 나라이다. 다민족과 다인종이라는 국가의 특성에서 오는 그 독특함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이다. 태생적이라고 해도 좋을 인종갈등, 슈퍼 파워로 인한 전쟁 피해자들, 경제력에 의한 사회의 분열, 거대한 담론이 아닌 파편화된 각 개인이 서로에게 가지는 불신과 위선, 편견으로 들어찬 지금 현재 미국의 자화상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휴먼 스테인>은. 이토록 적절한 제목이라니, 인간의 오점이라고 해야할까?

 

미국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압축한 인물들.

테나 대학과 그 지역 사회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2000년대 미국, 빌 클린턴이 한 여직원과의 성추문으로 나라라 들끓던 시간이 배경이다. 아니 사실 이 소설은 2000년이란 시간은 현재 등장인물이 있는 시간일 뿐,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나라의 특징을 아우를 수 있는 시간과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 속 화자는 네이선 주커먼으로 소설 속 주인공인 콜먼 실크와의 만남부터 그의 죽음까지를 전하는 인물이다. 이 화자는 실제 필립 로스가 직접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난할 정도로 작가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소설의 실제 주인공은 아테나 대학의 학장이었으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계기로 대학 사회와 지역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된 콜먼 실크이다.

 

그는 그 발언을 계기로 자신이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 대학을 사임해야 했으며, 오래된 동료이자 아내였던 부인은 그와 함께 부당함을 투쟁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2년이 넘도록 자신을 부당하게 매도하는 모든 소문과 사건들에 투쟁하던 콜먼은 그 투쟁에서 손을 놓게 되며,  30대 초반에 불과한 포니아와 연인 관계가 된다. 포니아 에게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던 남편 레스터 팔리가 있고, 결국 콜먼과 포니아는 레스터 팔리와 관련된 교통사고로 함꼐 죽는다.

 

간단한 요악한 줄거리지만, 이 줄거리안에는 담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각 인물들의 과거이다. 그들은  각자 미국의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들이다. 흑인이었으나 자신의 가족과 인연을 끊고 백인, 그것도 유태인으로 살고자 했던 콜먼, 어린 시절 의붓 아버지에게 괴롭힘을 당해 집에서 뛰쳐 나와 방황해야 했던 포니아, 베트남 전쟁의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팔리. 또한 이들 외에도 자신이 흑인이지만 백인을 옹호한다는 비판에 두려워 하는 흑인 등 이들은 모두 미국의 과거이자,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미국의 현재이다.

 

미국의 현재는 ... 한국의 현재는

<휴먼 스테인>은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만들었고 만들고 있는 사건들을 각 인물에 부여해서 촘촘하게 소설을 구성했다. 인종, 전쟁과 같은 거대한 담론이 미국의 과거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과거가 과거로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단어 하나에도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매장될 수 있는 그래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은 인종문제와 지금도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 거기에 더불어 진실과 소문의 경계가 모호한 사회. 누구도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은 지금의 현재를 말한다.

 

콜먼 실크와 포니아의 죽음으로 아테나 대학과 지역 사회는 과거의 잘못이 치유되고 모든 것이 눈 아래로 덮인 듯이 보인다. 하지만 화자인 네이선은 포착하고 있다. 과연 이 사회가 이 미국이 진정으로 콜먼 실크와 포니아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과거의 계급, 노예제도, 인종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 이해와 공감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조금 더 정직하게 말하면 상관 없다. 나와는 모두 상관없는 이야기들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이 미국을 만들었고,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만들었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겪으면서 지금의 우리의 사고 방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콜먼 실크의 사퇴와 콜먼 실크의 죽음이, 소문이 진실을 뒤덮은 그런 현실에 말이다.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일까? 버릴 수 없는 인간의 오점(human stain)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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