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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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는 공통적으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지적유희가 모자라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굳이 가늠하라면 지적유희 보다는 속도감을 즐기게 된다. 셜록 홈즈나 에거서 크리스티와 같은 정통 추리소설과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요즘은 추리 소설이라고 해봐야 지적 자극 보다는 확실히 잘 맞춘 퍼즐을 속도감있게 맞춰 나가는 이야기들이 주류이니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다.
 
결말을 알고 듣는 이야기의 관전 포인트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추리해 나가는 방식과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듣는 이야기는 같은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라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추리하는 이야기는 읽으면서 '이 사람 같은데...' 라는 독자의 심증을 어떻게 하면 작가가 설득력 있게 반전시킬 수 있느냐가 요컨데 완성도이다. <오리엔트 특급살인>이나 <쥐덫>이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완성도로 따지면 손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반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이 사람이 범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감정적, 논리적으로 납득시켜야 한다. 화가나서 범행을 저질렀다 식의 이야기에는 독자를 설득시키지 못한다. 거기에 소설의 핵심은 범행의 방식을 과연 형사가 증명할 수 있느냐에 맞춰진다. 범인을 알고 있으나, 범인이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사람들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 보통인지라 읽는 독자는 갈등을 겪게 마련이다. <성녀의 구제>는 전형적인 결말을 알고 듣는 이야기라 이 2가지 요건이 모두 잘 맞춰져야 제대로 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부인이 남편을 독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 독살에는 다소 복잡한 사연이 들어있으니 직접 읽는 편이 좋겠다. 문제는 방법인데 부인은 전날 친정집으로 여행을 떠나고 없는 상태에서 남편이 독살을 당했다. 청부살인은 아닌듯한데, 과연 부인이 독살은 한게 맞는지, 그렇다면 부인은 과연 어떻게 남편을 독살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느냐가 사건의 핵심이다.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가장 잘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인 갈릴레오 교수가 과연 독살 방법을 증명할 수 있는지가 특히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성녀의 구제>가 정말 잘 맞춰진 퍼즐 조각이어서 읽는 내내 지적 흥분을 일으킨다거나 하지는 않다. 사실 이번 책은 굳이 읽고 싶지 않았다는게 적확한 마음이다. 분면 <용의자 X의 헌신>을 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는 못할게 확실한데, 괜히 읽고 실망만 할 바에야 집에 있는 책이나 다시 읽는게 낫지 않나 싶었던게 사실이다. <용의자 X의 헌신>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던 그런 구성과 왜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나를 독자에게 강하게 설득하는 부분도 다시는 쓸 수 없지 않아 싶은 그런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성녀의 구제>는 빠른 속도감으로 읽어 내려가기는 했으나, 이전에 비해서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으나 범행의 동기를 설득하는데서도 2%쯤 부족하고, 범행의 방식을 설득하는데도 2%쯤 부족했다. 사실 제목 때문에 읽은 셈인데, 제목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서도 아리송한 조금은 껄쩍지근한 기분을 남겼다면 내 착각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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