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2
제인 오스틴 지음, 최정선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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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돌고 돌아 이곳까지 왔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에 나오는 여인들은 젊고 - 내 기준으로 젊다는 것 - 현명하며 사려깊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알며 주책스럽스럽지도 않은 그런 캐릭터 들이다. <설득>,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노생거 사원>, <맨스필드 파크> 등등 손으로 꼽으며 헤아려봐도 역시 제인 오스틴 속 여인들은 저렇다. 한창 젊은 - 여기에서 젊다는건 내 기준에선 어리다는거다 - 아름다움으로 반짝이는 여인들보다는,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어 현명하며 사려깊고 결정적으로 분별있는 - 아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단어로구나 - 여인들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읽지 못했는가보다. <엠마>는.


 

<엠마>는 이런 소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엠마. 지역 명문 가문의 딸이며,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언니가 일찍 시집을 간 덕분에 아버지를 보살피고 집안의 안 주인 역할을 한다. 젊음으로 반짝이는 아가씨이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도 많고 호의도 많이 배풀려 하나 그 덕분에 이래저래 사고가 끊이지 않기도 하다. '엠마'에게는 좋은 조언자가 주변에 있는데,엠마와 때로는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하고, 격려하기도 하며 엠마의 성장을 돕는다. 


사건은 작은 듯한 마을에 엠마는 고아인 한 아가씨 해리엇를 알게 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해리엇을 자신을 연줄로 해서 상류사회 사람과 교류하게 하고, 그녀보다 상류사회 사람과 결혼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엠마가 점찍은 사람은 바로 교구 목사님. 문제는 엠마의 시선으로 본 목사님의 사랑이 엠마의 그것과 달랐다는 것이다. 목사는 해리엇과 목사를 이어주기 위한 엠마의 관심을 오해해 버린 것이다. 결국 이야기는 오지랍 넓은 엠마의 좌충우돌 중매기라고 해야하나 그런 식이지만, 제인 오스틴의 대부분 소설이 그렇듯 <엠마>도 그리 많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얽히고 설혀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낸다. 평범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듬어서 만들어 놓은 제인 오스틴의 능력이겠지만, 그리 큰 이야기거리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한번 읽고 있으면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나다. 주인공 엠마와 주변 마을 사람들, 마을을 방문하는 몇 안되는 사람들 사이에 이렇게 소소할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낼 수 있는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제인 오스틴의 여인들

제인 오스틴의 '엠마'의 시점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전지적인 시점을 사용하나, 단순히 전지적인 시점만이 아닌 주인공 1인칭 시점이 강하게 된다.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점처럼 일견 보이지만, 모든 주변 인물의 심리상태는 사실 주인공의 마음과 눈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된다. <엠마>속에서도 발랄하고 명랑하고 다소 철없어 보이는 '엠마'와 비교되는 여인을 등장시키는데, 이 여인은 엠마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일견 차갑고 창백한 여인으로 묘사된다. 엠마의 시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오히려 차분하고 사려깊은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에 더 부합하는 여인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엠마의 시선과 생각으로 보는 주변과 그 엠마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독자가 볼 수 있는 부분의 차이가 소설의 재미있는 점이다. 

제인 오스틴 소설 속 분별있는 여인들에게서 조금은 벗어나는 여인이 '엠마'여서 읽는 동안에는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런저런 사건을 일으키고 사람을 겪으면서, 조언을 듣는 법을 배우게 되고 특유의 발랄함한 성격도 잃지 않는 그녀 또한 제인 오스틴의 여인들 중에 한명이다. 어느 판타지 소설 속에 무럭무럭 성장하는 좌충우돌 주인공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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