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건 읽은만큼 쓰지 못했다는 반성 이다. 
읽은만큼 내놓지 못하는 책 읽기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알기 때문에 올해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올해 읽은 책은 총 74권인데, 생각보다 소설쪽으로 많이 기울어서 아쉽다.
기묘한 점은 소설을 항상 부족하게 읽어서 소설을 좀 더 읽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임홍빈 / 문학사상사
-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 올해 <1Q84>를 올리지 않고 이 소설을 올려서 깜짝 놀랐겠지만, 하루키의 진정한 매력은 오히려 이런 책이다. 올해 하루키의 수필을 간간히 읽었는데, 음 역시 소설보다는 수필이랄까. 내 글쓰기의 목표이자 지향점이다. 더군다가 정말 오랜만에 읽을 수 있는 그의 따끈따끈한 수필집이어서 반가움이 더 컸다.


세설  / 다니자키 준이치로 / 송태욱 / 열린책들  
- 올 읽었던 최고의 소설 중의 한권이다. 일본 소설을 가를 때 난 가와바타 야스나리 류와 하루키류를 나눈곤 하는데, 하루키류의 작가는 사실 지금 너무나도 넘쳐난다. 가와바댜 야쓰나리류의 이야기 흐름의 중간쯤 되는 위치로 자기매김을 하기에 딱 좋은 작가일듯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와 <세설>이다.  - 다나자키 준이치로가 들으면 내가 어딜! 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읽었던 버전은 열린책들의 Mr.Know의 세계문학선인데 사라져서 정말 아쉽다. (뭐, 다른 문학선으로 흡수되기는 했지만..) 음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100%공감할 수 있을 소설이다. 


검의 대가 / 아르투로 페레스 리베르테 / 김수진 / 열린책들

-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가. 역시  Mr.Know의 세계문학선이다. (그리고보니 올해 정말 많은 책을 이 시리즈로 읽었다) 난 항상 이 작가를 움베르트 에코와 비교하는 마케팅 전략에 콧웃음을 치곤 했는데, 이 책에 대해서 만큼은 생각을 바꿨다. 검술에 대처하는 노 검술사의 자세랄까. 진지하게 곱씹을 수 있는 책인데, 마지막 장이 압권이다.

 
프랑스중위의 여자 / 존 파울즈 / 김석희 / 열린책들 
-  프랑스 중위와 사랑에 빠져 함꼐 도망갔다가 홀로 돌아와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한 여인과 한 남자의 이야기. 그녀는 타인에게 비난 당함으로써 자신의 과거를 끊임없이 반추하는 여인인데, 이 여인과 얽힌 한 남자의 고뇌가 인상적이다. 굳이 함께 읽을 소설을 추천하자면 <순수의 시대>랄까. 이것도  Mr.Know의 세계문학선. (대단하군!)

 
이름 뒤에 숨은 사랑 / 줌파 라히리 / 박상미 / 마음산책
- 올해 건진 보석 줌파 라히리의 책이다. 어찌나 절절한지 앞으로 줌파 라히리의 책이라면 무조건 읽겠다고 다짐했다. 결국에 귀결점은 허탈하다는 점에서 다소 일본 소설의 가벼운 결말과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 지독한 허무함이랄까- 그 귀결점으로 향하는 작가의 글은 놀랍도록 치밀하고 섬세하며 인생을 곱씹게 한다. 그녀는 미국에 사는 인도인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그거 그녀 표피일뿐이다. 

 
연민 / 슈테판 츠바이크 / 이온화 / 지식의 숲
- 슈페판 츠바이크의 소설. 그의 다른 글을 찾고 있다. 츠바이크의 글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겠어.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결심했다.
왜 이렇게 빨리 죽은거야! (울컥하게 된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1 / 로버트 기요사키, 사론 세프트 저 / 황선호 / 황금가지
- 끊임없이 때론 미친듯이 재테크만을 부르짓는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묻는다.  
부란 무엇인가. 무엇을 부라고 부를 것이가, 어떻게 부를 창출할 것인가.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난 책이고, 뒤늦은 책이기는 하지만 왜 사람들이 이 책을 그렇게 많이 읽었는지를 알겠더라.  하지만, 1권으로 다음 권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서 1권으로 족한 책이다.


춤추는 죽음 / 진중권 / 세종서적 
- 세종서적에서 나온 문고본 중 단연 압권인 책인듯, 난 이 책으로 미학자 진중권의 진짜 모습을 봤다. 사실 이 책 전에도 그가 미학에 대해서 - 그의 본업이지만 사실 접근하기는 힘들다 - 말하라는 책을 읽었고, 읽을 예정이지만 이 책처럼 제대로 말하고자 하는바를 제대로 압축한 책은 보지 못했다. '죽음'이 유럽문화에서 고대부터 근대까지 어떤 코드로 읽히고, 어떤 의미였는지를 철처한 미학을 전공한 학자의 입장으로 말하는 책.


이성의 한계 -극한의 지적 유희 / 다카하시 쇼이치로 / 박재연 / 책으로보는세상 
- 난 순수한 지적 유희를 좋아한다.
물론 이 책을 본 내 주변 사람들은 맹 비난(?)을 했지만. 


생태요괴전 -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 / 우석훈 / 개마고원
- 우석훈의 <생태 경제학 시리즈>의 1권이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우석훈의 진짜 전공은 생태경제학이다.1권은 정말 재미나고 쉽게 쓰여저서 중고등학생이 읽기에 가장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중고등학생은 정석을 펼칠 뿐 이런 책은 읽지 않을 거라는 현실이 쓰리게 다가온다. 그리고보니 고등학교에는 나름 책 읽기 시간을 많이 만드는거 같던데 도대체 그 시간에 무슨 책을 읽을까? 설마, 고전 요약집 이런거 읽고 있는건가. 

책탐 /  김경집 / 나무수
- 올 막판에 건진 책에 관한 담론서. 순수히 책을 소개하는 책이 소소하게 등장하고 있는데, 그런 책 중 단연 압권이다. 이 책에 지금 붙여 놓은 포스트잇이 몇개인지 모르겠다. 이런 책을 미리 읽고 해당 소개책을 읽으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데, 음 이 책은 약이 더 많이 될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워있는 책이 아닌 꽃혀 있는 책을 찾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누워있는 책은 정말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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