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기준에서 가장 파격적이었던 사건은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전집이 새롭게 출간된 일이다.
기존에 열린책들은 빨간 하드커버 장정이 인상적인 토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전집류에 저럼한 페이퍼백으로 나온 Mr.Know 세계문학 시리즈를 꾸준히 내놔서 꽤 전집류를 내놓는 출판사 가운데서는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12월 갑자기 Mr.Know 세계문학시리즈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하드커버에 토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의 전집류가 함께 매꾸고 있다.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이나 <드라큘라>같은 작품은 2권으로 쪼개져서 말이다.

 
책은 분명 취향의 차이인지라 페이퍼백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양장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책을 주로 돌아다니면서 읽는 편인지라 페이퍼백류의 가벼운 책을 좋아하고 하드커버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벼운 책을 읽어보고 가치가 있다 싶으면 하드커버로 한권을 더 구입하게 되는 일은 간혹 있지만 말이다. 사실 열린책들의 Mr.Know 세계문학시리즈를 좋아한 이유의 50%쯤은 저렴하게 나오는 페이버 백이기 때문이었다. 저렴하게 가능하면 1권으로 나오는 책이 어찌나 고맙던지, 더군다나 열린책들의 안목으로 고른 책들이 기존에 민음사에서 나오는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맛을 한껏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서 페이버백을 만나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빈말이라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토록 어렵기 때문에 열린책들의 시도가 정말 반가웠고 나에게는 감격적인 일이기까지했다. 좀 더 다양화된 출판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도는 여기까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기존 Mr.Know 세계문학시리즈는 절판이 되거나 사라져서 1권만 사놓은 책은 여간 난감한게 아니다. 새로운 시리즈로 대체된다는 이야기에 급하게 남은 시리즈들을 사들이기는 했는데도 역시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제발 페이버백에서 양장본으로 변경되었어도 책은 같아야 할텐데 말이다. <닥터 지바고>는 특히 1권만 구입해놓고 읽고 있었는데 이런 날벼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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