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재판소 판결문
헌법재판소는 2009년 10월 29일 2009헌라8․9․10(병합)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09. 7. 22. 15:35경 개의된 제28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하여는 7:2의 의견으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하여는 6:3의 의견으로, 위 각 가결선포행위가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하였음을 확인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위 본회의에서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각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한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하여는 5:4의 의견으로 각 기각결정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위 4개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하여는 신문법안의 경우 6:3의 의견으로, 방송법안의 경우 7:2의 의견으로, 인터넷멀티미디어법안 및 금융지주회사법안의 경우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이를 모두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한편 청구인들이 피청구인 국회부의장을 상대로 한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적격이 없음을 들어 이를 모두 각하하였다.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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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각 법률안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가. 신문법안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 재판관 민형기, 목영준의 기각의견
앞서 본 바와 같이 신문법안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신문법안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함을 전제하는 이 부분 청구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 재판관 이강국, 이공현의 기각의견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66조는,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심판할 대상을 피청구인의 처분 등이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로 정하고, 나아가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하는 것에 대하여는 재량에 따른 부가적인 심판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권한쟁의심판 결과 드러난 위헌․위법 상태를 제거함에 있어 피청구인에게 정치적 형성의 여지가 있는 경우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의 정치적 형성권을 가급적 존중하여야 하므로, 재량적 판단에 의한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통하여 피청구인의 처분의 효력을 직접 결정하는 것은 권한질서의 회복을 위하여 헌법적으로 요청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기능적 권력분립과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처분의 권한 침해만 확인하고, 권한 침해로 야기된 위헌․위법상태의 시정은 피청구인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이 부분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 재판관 김종대의 기각의견
피청구인의 가결선포행위가, 무효나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정처분의 성격을 갖는 경우라면 모르나, 이 사건과 같은 국회의 법률제정과정에서 비롯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사이의 권한쟁의심판사건에 있어서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권은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고, 그 후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효력에 대한 사후의 조치는 오직 국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하여 해결할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이 부분 청구는 기각하여야 한다.
◯ 재판관 이동흡의 기각의견
이 사건 각 가결선포행위의 무효 여부는 그것이 입법절차에 관한 헌법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가려져야 한다.
이 사건 신문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중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의결처리 된바, 위 법률안의 의결과정에서 피청구인의 질의·토론에 관한 의사진행이 국회법 제93조에서 규정한 절차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다수결의 원칙(헌법 제49조), 회의공개의 원칙(헌법 제50조)등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의사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 재판관 조대현, 송두환의 인용의견
이 사건 신문법안은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하여 국회 본회의에서 질의․토론을 생략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안취지 설명이나 질의․토론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표결된 것이므로, 국회의 의결을 국민의 의사로 간주하는 대의효과를 부여하기 위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신문법안에 대한 국회의 의결은 국민의 의사로 간주될 수 없으므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더구나 이 사건 신문법안의 경우 질의․토론절차가 생략된 점 외에도, 표결과정이 극도로 무질서하게 진행되어 표결절차의 공정성, 표결결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바, 위의 사유들은 중첩적으로 결합하여 중대한 무효사유를 구성한다.
이처럼 법률안에 대한 국회의 의결이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한 경우, 그러한 권한침해행위를 제거하기 위하여는 권한침해행위들이 집약된 결과로 이루어진 가결선포행위의 무효를 확인하거나 취소하여야 한다. 가결선포행위의 심의·표결권한 침해를 확인하면서, 그 위헌성․위법성을 시정하는 문제는 국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은, 모든 국가작용이 헌법질서에 맞추어 행사되도록 통제하여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을 포기하는 것이다.
◯ 재판관 김희옥의 인용의견
재판관 조대현, 송두환의 인용의견과 뜻을 같이 하면서, 다음 사항을 보충한다.
권한쟁의심판제도는 국가권력의 통제를 통한 권력분립의 실현과 소수의 보호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질화, 객관적 헌법질서 유지 및 관련 국가기관의 주관적 권한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이 국가기관 등의 주관적 권한이익이 침해된 때로 청구사유를 제한하고, 제66조 제1항이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다고 한 다음, 나아가 제66조 제2항에서 피청구인의 처분 등이 청구인의 권한을 이미 침해한 때에는 이를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권한쟁의심판이 헌법적 권한질서에 관한 객관적 확인이라는 객관적 쟁송의 성격과 직접 침해된 청구인의 권한을 구제하도록 한 주관적 쟁송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이 피청구인의 행위가 기본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만을 심판하도록 규정한 것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신문법안의 가결을 선포한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과 국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인정한 이상 무효확인 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상당하다.
◯ 신문법안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 청구에 대한 결론
재판관 이강국, 이공현, 김종대, 이동흡, 민형기, 목영준은 신문법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의견이고, 재판관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은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기각의견이 관여 재판관 9인 중 6인에 이르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각한다.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7. 7. 16. 선고한 96헌라2 국회의원과 국회의장등 간의 권한쟁의사건에서 국회의장이 야당의원들에게 본회의 개의일시를 국회법에 규정된 대로 적법하게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본회의에 출석할 기회를 잃게 되었고, 그 결과 법률안의 심의‧표결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본회의를 개의하고 법률안을 상정하여 가결선포함으로써 야당 소속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국회에서의 입법절차의 하자와 관련하여 질의․토론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점, 표결절차에서의 공정성의 흠결,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한 점 등을 이유로 그러한 하자 있는 심의․표결절차에 터잡아 이루어진 법률안 가결선포행위가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고, 특히 무권투표등과 관련한 표결절차상의 하자, 국회법상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여부에 대하여는 최초의 결정으로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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