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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는 이번이 딱 2번째로 만나는 작가이다. 이 직전에 읽었던 책은 <파크 라이프>인데 아직 그 책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못했다. <파크 라이프>는 도시 속에 있는 한 공원을 중심에 놓고 그 공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특별하게 느껴지는건 주인공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은 전혀, 일체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분명 소설을 읽고 있고, 주인공과 다른 사람들의 심리상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소설을 끝까지 읽었는데도 - 그토록 얇은 이야기였는데- 인물 파악이 안되는거다. 그 기막힌 기분이라니. 그때서야 알았다. 요시다 슈이치는 인물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대화만을 들려줄 뿐, 그들의 속내는 들려주지 않았다는걸 난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한참이 지나서 알았다. 사실 그래서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찾았다. '도대체 어떤 글을 쓰는지 파해져주겠어'라는 생각으로.
상상속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
<7월 24일 거리>는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혼다라는 여주인공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혼다는 마을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떠나지 못하고 직장생활까지 이어가고 있다. 엄마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신다. 출주한 외모로 근처 여심을 사로잡은 남동생 덕택에 가끔은 저런 동생에 이런 누나라니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동생은 그의 자랑거리이다. 굿이 꼽자면 브라더 컴플렉스라고 해야하나. 이런 지루한 일상이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이 마을을 그녀는 리스본의 도시로 상상하며 살아간다. 그녀의 리스본에 있는 거리 이름과 공원, 광장까지 이렇게 비슷할 수는 없다며 그녀는 일상을 자위한다. 물론, 그녀는 이 마을을 벗어나본 적도 없다.
너무나 평범해서 지루할듯한 그녀의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쩍하고 금이 가는건 아니지만 저 끝에서부터 하나씩 미세한 금이 가는거다. 완벽했던, 그래서 내 삶을 대신해주는 듯 했던 동생에게 더 이상 평범할 수 없는 - 혼다는 평범이하라고 생각하지만- 여자 친구가 생긴다. 이로인해 동생이 자신의 품에서 떠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그녀와 누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동생의 모습은 혼다의 일상에 엄청난 폭풍이다. 더군다나 그녀에게가 학창시절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남자 선배의 등장과 그 선배와 연인이었던 선배, 그리고 그 선배의 남편 사이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남자 선배와 지금은 한 나편의 아내인 두 사람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미가 느껴지고, 자신은 그들은 선배의 남편에게 말못한 공범이 되어 버린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선배에게 설래고 있는 자신을 느끼면서 혼다의 일상은 긴장감이 넘친다.
사람들의 시선과 나의 시선 그 이중주
<7월 24일 거리>는 연예소설이라고 하기에 어렵지만 굳이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못할 것도 없는 소설이다. 맨 뒷 부분을 읽으면서야 알게 되는거지만, 각 장의 제목들은 나름 의미가 있다. 미리 맑히면 소설을 읽는 재미가 50%쯤 반감될테니 여기에서는 얘기할 수 없고. 소설 속 주인공 혼다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인다. 브라더 컴플렉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심리가 재미있는데, 나와는 전혀 다른 멋진 동생이 저렇게 평범한 - 어쩌면 평범 이하인- 여자를 만나는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그녀의 사고는 누나라면 가져좀직한 생각이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건, 동생이 사귀고 있는 평범 자체인 여자가 사실은 자신의 처지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도 모든 사람들이 학창시절 좋아하고 호감을 가지던 남자와 관계의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한없이 위축되고, 실패할까 두렵고 자신에게 자꾸만 회의가 든다. 결국 혼다의 마음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안쪽과 바깥쪽을 모두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롭다.
연애에 대처하는 누군가의 자세
누군가 <7월 24일 거리>를 연애 소설이라고 하지만 연애 소설이라기 보다는 '연애에 대처하는 누군가의 자세'라고 하는 편이 가장 쉬운 정의가 아닐까 싶다. 실수할까봐, 실패할까봐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자신을 내보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시도해보고 부딪혀보라고, 그렇게 부딪혀봤을 때 후회도 없고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거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마지막이 꽤 인상적이다. 그렇게 부딪혀봐야 비로소 내가 직면한 현실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기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