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달을 쫓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4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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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또 온다 리쿠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지만 또 온다 리쿠이다. 우연히 알라딘을
기웃거리면서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있었고, 새 책이 발간된걸 알게 되었고 이미 정신을 차렸을 때는 금일 배송된다는 문구가 뜨고 었었다. 사실 난 온다 리쿠에 대해서 특별히 전작주의라고 할 정도는 못 된다. 제법 충실하게 과거 책을 한권씩 따라가면서 읽고 있고, 새로 나오는 책을 지치지도 않고 - 이건 누군가 내가 사들이는 책을 보고 한 말이다 - 읽고 있을 뿐이다.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가끔은 발간 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빠르다고 툴툴댈만큼 많은 책을 쏟아내는 작가이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 그래, 어쩔 수 없다. 그뿐이다.


의지 반 집착 반으로 이어지던 사람들의 홀로서기
<한낮의 달의 쫓다>는 일본의 나라와 아스카를 한 남자의 행적을 쫓기 위한 여행으로 시작한다. 겐고와 시즈카는 어머니가 다른 이복 남매이지만 시즈카는 겐고에게 혈육이라는 감정이 별반 없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즈카에세는 겐고의 오랜 연인 유카리에게서 겐고가 나라에서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를 찾아 그가 취재 여행을 떠난 나라로 함께 여행을 갈 것을 제안한다. 유카리와 함게 여행을 떠난 시즈카가 잊고 있다고 생각했던 과거를 하나씩 기억하게 되고, 겐고가 남긴 여행 루트를 따라 다니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하나씩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작된다.

유카리와 겐고, 시즈카 , 또 한명의 친구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로에게 의지 반 집착 반으로 이어져 오던 관계가 겐고의 홀로 서리를 시작으로 깨지면서 세 사람 모두가 홀로서기를 해야했던 상황이 된다.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겐고가 좋아하던 사람이 시즈카라는 의심이 제기되면서 전혀 이들과는 상관없는 듯 하던 시즈카도 그들이 벌이는 연극 속 주인공임이 밝혀진다. 사실 여행 초반부터 계속 이야기가 엎어지는 듯해서 재미 반 어이 없음 반이었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아..그런거였나, 그런거였군'이라고 수긍하게 된다면 놀라려나. 결국 이번에도 온다 리쿠 스러운 이야기였다는게 후기라면 후기인 셈이다.


온다 리쿠 소설 속 기묘한 이야기
난 항상 온다 리쿠 소설을 정리하면 '기묘하고 아쉬운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밤의 피크닉>에서 인물의 중얼거림처럼 '특별할 것 없는 야간 산행일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지는걸까'라고 되묻고 싶어질만큼, 온다 리쿠의 이야기는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어쩌면 기본적으로 온다 리쿠 속 인물들의 세계는 조금은 기묘하고 뒤틀려 있는지도 모른다.

소년 소녀들은 너무 침착해서 침착하고 고요한 눈을 깜빡 거리고 있고, 사실 온다 리쿠는 기묘한 아우라를 풍기기 위해 주인공을 그들로 상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거진 소년 소녀 시기를 지나버려, 그의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었던 시절로 절대 돌아갈 수 없고, 감정 이입도 '아..그땐 그랬어..'정도에서 그치게 된다. 요컨데 서른 살이 되서 마흔살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읽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절대 되돌아갈 수 없고, 어쩌면 내 그 시절도 조금은 이러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절로 하게 하는 그런 기분 말이다. 난 그래서 그의 소설에서는 항상 조금은 기묘하고 조금은 아쉬운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든다.

<한낮의 달을 쫓다>도 그렇다. 현실 속 이복 남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둘은 서로를 부정하지도 않고 애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져 서로의 존재를 이따금씩 - 난 외동이라고 말할 정도로 - 의식하고 있을 뿐이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인간에 대한 의지와 애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겐고와 그런 겐고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로 삶을 유지하는 유카리, 그 둘이 있기 때문에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친구까지 그들의 삼각관계는 기묘하지만 너무나 이상하지만 전혀 이상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그런 관계이다. 셋 중에 누군가 죽더라고 서로에 대한 존재감이 여전히 확실한 그런 관계 말이다. 기묘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그런 관계라고 해야할까.

혹시나가 역시나인 온다 리쿠의 이번 이야기지만 역시나 어쩔 수 없다. 온다 리쿠니까. 나라와 아스카는 일본 여행을 했을 때도 가보지 못했는데, 한번 쯤은 겐고를 찾는 그 여행 루트를 따라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너무 몰입한걸까 소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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